왠지 미워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최주성 2024. 4.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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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한 동급생 코너의 유서를 들고 찾아온 부모 앞에서 주인공 에반 핸슨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우물쭈물한다.

그러나 에반은 코너가 자신에게서 빼앗아 간 편지가 유서로 오해받고 있다는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작품은 자신이 코너와 친구였다는 거짓말을 한 에반이 이메일 날짜를 조작하고 학교 대표로 코너의 추도사를 낭독하는 등 거짓을 키워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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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박강현·임규형 주연…6월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학생은 코너가 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까?"

극단적 선택을 한 동급생 코너의 유서를 들고 찾아온 부모 앞에서 주인공 에반 핸슨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우물쭈물한다. 아들의 죽음으로 눈물을 보이는 코너의 어머니를 보면서도 에반은 위로를 건네는 대신 손만 꼼지락댈 뿐이다.

사실 '에반 핸슨에게'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유서는 에반이 심리 치료 과정에서 자신에게 작성한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반은 코너가 자신에게서 빼앗아 간 편지가 유서로 오해받고 있다는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사진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28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거짓말을 모면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지어내는 인물인 데다 그의 거짓말에는 빈틈이 차고 넘치게 많기 때문이다.

작품은 자신이 코너와 친구였다는 거짓말을 한 에반이 이메일 날짜를 조작하고 학교 대표로 코너의 추도사를 낭독하는 등 거짓을 키워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웬만큼 이야기를 지어내면 진위를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 믿는 순진한 고등학생인 에반은 위태롭게 거짓말을 이어간다. 말도 제대로 나눈 적 없는 코너의 필체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에반은 점차 자신감을 얻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 과정에서 에반은 코너와 과수원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둘러대면서도 그 일이 언제였는지 답하지 못하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인다. 거짓이 들통날까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포기하지 못하고 또 다른 거짓을 더하기도 한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포스터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도 작품은 결점이 많은 에반이라는 인물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특히 고등학생의 여리고 섬세한 마음을 담은 음악은 에반이 그렇게 행동하게 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불안 장애가 있는 에반이 끊임없는 생각에 빠져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가사로 표현한 넘버 '웨이빙 스루 어 윈도'(Waving Through a Window)가 대표적이다. 넘버는 '텅 빈 숲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누가 날 찾아줄까'라는 가사와 밝은 멜로디의 기타 반주를 대비하며 상황을 바꾸길 바라는 주인공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냈다.

에반의 추모 연설이 반향을 일으키는 모습을 무대 뒷면에 설치된 여러 개의 스크린으로 표현한 점도 몰입도를 높였다. 스크린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희망찬 글귀가 공유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코너를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합창으로 더해지며 울림을 남긴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사진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에반과 친구들이 코너를 추모하는 행사를 기획하는 부분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졌다. 추모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캐릭터인 알라나의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전개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품은 2015년 미국에서 초연한 뒤 2017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극본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영화 '라라랜드'의 음악을 맡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듀오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아시아 공연은 이번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주인공 에반 핸슨 역에는 김성규, 박강현, 임규형이 출연한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6월 23일까지 이어진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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