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홍매화부터 현충원의 겹벚꽃까지…서울 속 봄꽃 판타지 스폿 6
오래오래 즐기는 겹벚꽃…보라매공원·현충원
색다른 봄꽃명소…청계천 매화·살구꽃 덕수궁
봄은 환상(fantasy)이다. 있는 듯, 또 없는 듯 금세 사라진다. 눈 깜짝할 새 여름이 밀어내서일 테다. 그래서 간절하다. 좀 더 간직하고 싶다. 봄꽃 마중을 나가는 수백,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인파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다.
꽃샘추위에 황사비까지 봄이 오려는 것에 어깃장 요소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벚꽃 나무에는 이미 꽃망울이, 비바람을 굳건히 이겨내며 목련꽃 또한 흰 자태를 내보이고 있다. 곧 봄꽃 판타지가 펼쳐질 것이란 신호인 셈이다.
벚꽃은 4월 3일 전후로 개화를 예고했고, 약 1주일 뒤에 겹벚꽃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물론, 이 모든 시기는 순전히 예상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개화시기가 앞당겨지거나 지역에 따라 동시에 필 수도 있다.
창덕궁은 조선 5대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더욱 의미가 있다. 봄이 되면 궁궐 전각과 후원에 매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피어있어 더욱 둘러보기 좋은 장소다. 후원은 제한 관람지역으로 반드시 예약 후 해설사의 인솔아래 입장할 수 있으니 꼭 알아보고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무려 4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성정각 자시문 앞 홍매화는 선조 때 명나라 사신이 보내온 성정매로 예전 추위로 인해 일부가 고사해 수령에 비해 크기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여러 겹의 홍매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은 기품있고 우아하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포대화상 연못과 주차장 사이의 정원에서 첫 홍매화를 만날 수 있다. 대웅전 우측에는 백매화가 자리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찾는 홍매화는 대웅전 뒤편으로 오르면 만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개방하고 있고 입장료와 주차비가 무료인 덕에 의외로 계절마다 찾는 이가 많다. 현충문을 지나 학도 의용군 무명용사의 탑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겹벚꽃과 수양벚꽃이 늘어서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보통 남도의 매화가 유명하지만 가까운 청계천에서도 매화를 만날 수 있다. 2006년 경남 하동과 함께 350주의 나무를 심고 하동매실거리라는 이름으로 조성한 청계천 매화거리는 지하철 2호선 용답역 쪽에서 신답역 사이의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중간에 담양 대나무거리도 있어 마치 서울이 아닌 남도의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덕수궁 석어당은 궁궐에서 보기 드문 2층 목조건물로, 살구꽃과 함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공간이다. 건물의 높이만큼 큰 살구나무가 꽃을 피우면 상당히 탐스럽고 주변의 건물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봄의 덕수궁에 간다면 꼭 들러야 할 아름다운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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