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농사 피해 제주 농가 새떼 농약퇴치 반복…"공존 대책 시급"

오현지 기자 2024. 4. 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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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과수원에서 농약이 든 감귤을 쪼아먹고 텃새 수백마리가 폐사한 사건의 전말은 농가의 앙심 때문이었다.

한해 서귀포시에서만 많게는 1만마리 넘는 새가 포획되지만 농가는 지속적인 피해를 호소하면서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2일 제주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최근 감귤에 살충제 성분의 농약을 주입해 새 200여 마리를 죽게 한 80대 밭 주인 A 씨는 "새가 귤을 쪼아먹어 피해가 컸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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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농민 잘못된 판단 막을 다양한 해결책 필요"
27일 제주 한 과수원에서 집단폐사한 직박구리와 동박새.(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과수원에서 농약이 든 감귤을 쪼아먹고 텃새 수백마리가 폐사한 사건의 전말은 농가의 앙심 때문이었다.

한해 서귀포시에서만 많게는 1만마리 넘는 새가 포획되지만 농가는 지속적인 피해를 호소하면서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2일 제주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최근 감귤에 살충제 성분의 농약을 주입해 새 200여 마리를 죽게 한 80대 밭 주인 A 씨는 "새가 귤을 쪼아먹어 피해가 컸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A 씨는 수확이 끝난 뒤 남은 감귤에 주사기로 농약을 주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여 마리 중 폐사한 개체는 대부분 1년 내내 우리나라에서 지내는 대표적인 텃새이자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직박구리였다. 직박구리는 먹이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으로, 무리지어 사는 습성이 있어 먹이를 구할 때도 많게는 수십마리가 함께 움직인다.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지회 관계자는 "직박구리는 특히 당도가 높은 과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닐하우스 안으로 수십마리가 들어가 열매를 쪼아먹어 농가 피해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땅에 떨어진 떼까마귀들(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

지난해 12월15일에는 제주시 오라동 일대에서도 겨울철새인 떼까마귀 130여 마리가 농약에 중독돼 집단으로 추락하는 일이 있었다. 제주시 조사 결과 까마귀 사체 2구에서는 벼, 당근의 생장을 방해하는 해충을 제거하는 카보퓨란 성분이 검출됐다.

새가 농작물을 쪼아먹는 순간 상품성이 떨어지는 만큼 농가 밀집지역에서는 직박구리 등 조류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다.

최근 3년간 서귀포시에서 포획된 유해 야생조수는 △2021년 1만2251마리 △2022년 7290마리 △지난해 5499마리로 2만여마리를 넘었다.

도에서는 지속적인 포획과 함께 포획틀·울타리 등 피해방지 시설을 지원하고 있지만, 환경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보다 다양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환경보호단체 자연의벗은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농약을 투여해 동물을 죽게 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하지만 법적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영농 지역과 새들의 먹이 공간이 겹치는 만큼 농민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 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단체는 "농작물 피해가 반복되는 곳은 현행 농작물 재해보험 보장 비율에서 제주도의 지원액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며 "또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하는 지원제도의 까다로운 심사과정과 낮은 보상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와 같은 새 떼죽음이 반복되면 제주의 청정과 공존 이미지는 퇴색된다"며 "진정한 생태수도를 지향한다면 인간만이 아닌 생명과도 공존하려는 제주도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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