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DL이앤씨 구조조정 태풍에 마창민 책임론 부상

김노향 기자 2024. 4.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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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하락에도 연임 성공… 외형은 용퇴이나 사실상 경질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지난달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의 의결에도 실적 하락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사진=뉴스1
시공능력 6위이자 코스피 상장 건설업체 DL이앤씨의 마창민 대표이사가 수년째 반복된 실적 하락과 신사업 성과 부진에 책임 지고 물러났다. 2021년 지주회사 전환과 건설사업부문 인적분할로 재상장한 DL이앤씨는 줄곧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엔 매출 성장에도 영업이익이 30%대 급감했다.

머니S '이사람'은 마 대표가 그룹 총수인 이해욱 DL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로 지난달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의 의결에도 사퇴한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존슨앤존슨 코리아의 마케팅 디렉터 출신인 마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로 불려왔다. LG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 전략과 북미 영업, 모바일사업 상품기획 등을 담당했다.

이는 수주산업인 건설사업에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논란을 피해갈 없는 요인이다. 마 대표는 DL이앤씨 전신인 대림산업에 영입돼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하고 2021년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나 건축·토목·플랜트 사업부문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속되는 실적 하락과 중대재해 사고 등 안팎으로 쌓인 악재에도 경영자의 교체보다 임원 구조조정만 앞서 경영 실패와 사고의 책임을 임원에게 전가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DL이앤씨는 주요 임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 주로 주택·토목·플랜트 사업부문 임원이 짐을 쌌고 전체의 30% 이상인 20명 가까이 해고된 대규모 인사 쇄신이 벌어졌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8월18일 '산재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건설업 안전보건 리더회의'에 참석해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DL이앤씨는 공동주택(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과 '아크로' 등으로 주택사업의 전통 강자인 데다 국내·외 토목·플랜트 수주 실적을 보유했으나 외부 인사가 전문경영인을 맡으면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DL이앤씨의 지주회사 전환과 사명 변경에는 신사업 투자 확대 등 수익 다변화의 장기 비전이 있었다.

문제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발에 이어 2021년 시작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며 건설 경영 환경이 나빠졌다. 2021년 DL이앤씨 출범 이후 영업이익은 ▲2021년 9572억원(이하 연결기준) ▲2022년 4969억원 ▲2023년 3306억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6316억원 ▲7조4968억원 ▲7조9910억원으로 2022~2023년 소폭 성장했음에도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주가는 연중 최고 4만4150원에서 최저 2만8850원(52주 기준)으로 1년 만에 34.6% 폭락했다. 해외 사업에선 신규 수주가 전무했고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22년 3위에서 지난해 6위로 한 번에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 장기 비전이 필요한 친환경 신사업과 디벨로퍼(개발) 투자 등은 수익성을 약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 사고도 마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중대 인명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022년 1월 시행된 후 DL이앤씨 시공 현장에선 지난해 8월까지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마 대표는 재임 기간 이해욱 회장과 함께 국회에 연이어 소환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불출석해 논란이 되자 1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올해 안전관리 비용을 전년 대비 25%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배경으로 마 대표가 외형상 용퇴를 내렸다는 게 DL이앤씨의 입장이나 실제 경질성 인사라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마 대표의 사표를 수리한 DL이앤씨는 이번 주 내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군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대표는 빠르면 다음 달 진행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이 논의될 방침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4년차에 대내·외 악재로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차기 대표 내정자가 정해지지 않아 연임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내·외부 인사 어느 쪽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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