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세종에 피는 불가리아 장미

이호식 세종시 국제관계대사 2024. 4.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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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발칸 반도에 위치한 불가리아는 요구르트와 장미의 나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불가리아 장미는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 불가리아 장미를 이제 세종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세종시는 불가리아에서 직접 가져온 장미를 베어트리파크에서 키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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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식 세종시 국제관계대사

동유럽 발칸 반도에 위치한 불가리아는 요구르트와 장미의 나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불가리아 장미는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고급 향수 원료로 쓰이는 장미유의 절반 이상이 불가리아산일 정도다. 3t의 야생장미를 증류하면 겨우 1㎏의 장미유를 얻을 수 있으니 귀하기도 무척 귀하다.

그런 불가리아 장미를 이제 세종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세종시는 불가리아에서 직접 가져온 장미를 베어트리파크에서 키우는 중이다. 장차 중앙공원에 불가리아 장미공원을 조성해 2026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에서 관람객에게 공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불가리아 장미가 다른 곳도 아닌 세종시에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는 뭘까. 사실 세종시와 불가리아는 깊은 인연이 있다. 불가리아는 한글문화도시 세종시와 민족 고유의 언어를 만들고 발전시키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키릴문자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다. 라탄어나 그리스어로 쓰인 성서와 기독교 교리를 보다 쉽게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키릴문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슬라브족 2억5000만명이 사용하는 대언어다.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시도 한글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가 남다른 곳이다. 지난해 1월 세종시립도서관에서 키릴문자 전시회를 주한불가리아대사관과 공동으로 개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외에도 불가리아는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국토 면적이 한국과 비슷하고 형태도 한반도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양새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문명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어 부단한 외세의 침입으로 부침을 겪으면서도 불가리아라는 국명을 지켜온 문명국이라는 점이 우리와 닮았다. 불가리아를 수립한 불가르족은 7세기경 발칸반도에 들어온 북방의 유목 민족으로, 그들이 숭배한 탕그라신이 단군신화와 뿌리를 같이한다는 설도 있다.

이런 불가리아에서 한국어, 태권도, K-팝 등 한류 열풍이 뜨겁다. 소피아대학 한국학과는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국립체육대학에 태권도학과가 있을 정도로 태권도 강국이다. 최근에는 현대건설의 불가리아 원전 수주가 확정돼 양국간 경제협력과 인적교류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종시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와 2022년 11월 교류협력 협약을 맺고 경제,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고려대와 소피아대 간 학생교류, 영상대와 소피아예술대 간 영화 분야 협력이 이뤄지고 있고, 고등학교 차원의 교류도 추진할 예정이다. 많은 세종 소재 기업이 세종테크노파크와 협력해 불가리아 진출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작년 8월에는 세계 잼버리대회 때 불가리아 스카우트단이 세종시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시민들과 우정을 쌓기도 했다.

인구과밀 현상을 겪고 있는 수도 소피아 시는 첨단기술과 운영시스템을 갖춘 스마트도시의 노하우를 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첨단 지능형 도시 세종시와 로마 유적이 살아 숨 쉬는 역사와 문화도시 소피아시가 만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올해 10월 한글날을 계기로 불가리아 소피아 시장이 세종을 방문해 자매결연 도시를 체결하고, 불가리아 공연단이 세종축제에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고대한다. 소피아시 중앙의 보리소바 공원에 멋들어진 세종공원을 함께 세우는 것도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로 발돋움하는 세종시에 불가리아 소피아는 영국의 벨파스트와 함께 유럽 진출의 좋은 교두보가 될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의 핵심 도시와 협력, 호주 캔버라와 캐나다 오타와와 같은 행정수도와 교류 확대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북미, 호주 대륙으로 뻗어가는 세종의 비상을 그려본다. 이호식 세종시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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