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연 "백마 탄 왕자 없는 '피라미드 게임', 주체적 캐릭터 마음에 들어요"

신영선 기자 2024. 4.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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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빙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배우 김지연이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전작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고유림'으로 분해 청춘들의 순수하고 치열한 성장 서사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전작에서의 이미지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성수지' 그 자체로 거듭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으로 열연한 배우 김지연과 만났다. 동명의 웹툰(작가 달꼬냑)을 원작으로 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벌이는 드라마다.

김지연은 극 중 백연여고로 전학 간 뒤 A등급부터 F등급까지 뽑아 서열을 가리는 피라미드 게임을 마주하고 이를 깨부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성수지 역을 맡아 열연했다.

피라미드 게임의 주동자인 백하린(장다아 분)과 대립하는 과정 속 마냥 착하지만은 않은 캐릭터의 매력은 김지연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촬영 차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피라미드 게임' 출연을 제안받고, 그 자리에서 대본을 읽은 김지연은 "흡입력이 좋다고 생각했다"라며 '성수지'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회상했다.

"학교 폭력을 깨부순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라고 할까요. 마냥 착하고 나쁜 사람은 없는 것처럼요. 대부분 작품 속의 캐릭터들은 한 가지 특성을 극대화시키는데 '피라미드 게임' 속 캐릭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면들을 담고 있어 좋았어요. 특히 방관자로 있던 캐릭터가 피해자가 되어 가해자를 처벌하는 서사가 좋았죠. '피라미드 게임'에는 백마 탄 왕자가 없어요. 주체적인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죠."

학교 폭력에 대항해 한 교실 안에서 때로는 끈끈하게, 때로는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캐릭터의 특성은 일견 지난 2022년 방영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의 주인공 연시은(박지훈 분)을 떠올리게 한다.

"소재 자체가 독특해서 참고할 만한 캐릭터는 찾지 못했어요. 최근에 '약한영웅 Class 1'을 너무 재밌게 봤는데 주인공 연시은(박지훈 분) 같은 표현을 하고 싶다고는 생각했죠. 미팅 때 감독님이 '약한 영웅' 여자 버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도 하셨어요. 저도 그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본 터라 그렇게 나온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죠."

김지연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그만큼 김지연을 향한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다. '피라미드 게임'의 연출은 맡은 박소연 감독은 "첫 미팅 때 '도와달라'고 했다. 같이 잘해보자는 의미였다"라며 김지연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정말 감사했어요. 저를 100% 믿어주셨거든요. 연출적인 방향 같은 부분은 알려주셨지만 '어떻게 하라'는 디테일한 요구는 없었어요. 그래서 촬영을 하며 진짜 괜찮은지를 많이 물어보기도 했죠. 감독님이 믿어 주시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책임감도 가질 수 있었어요. 이 정도로 큰 롤은 처음이었는데 해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컸어요. 반응까지 좋아서 뿌듯했죠."

2017년 KBS 드라마 '최고의 한방'을 시작으로 2020년 KBS2 '오! 삼광빌라!', 2022년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2023년 MBC '조선 변호사' 등 굵직한 작품을 두루 거친 김지연은 신예들 사이에서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가지각색의 25명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미묘한 심리극 속 중심을 잡기란 쉽지 않았을 터.

"어느 정도 부담감은 있었어요. 다른 현장에서 본 선배님들은 현장에서 모두를 아우르며 너무 잘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은 있었죠. 제가 먼저 캐스팅되고 2달 후쯤 라인업을 보니 제가 제일 언니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각자 캐릭터들을 너무 잘 준비해 오고 해서 정작 제가 할 게 없었어요. 다 같이 잘 만들어가면 되겠다 싶었죠."

사진=티빙

전학 후 F등급을 받은 성수지는 '도모지 따라 하기', '벌레 먹이기' 등 1화 초반부터 심한 학교 폭력에 노출된다. 김지연이 촬영할 때 현장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졌다.

"대본에 폭력적인 장면들이 있다보니 마음을 크게 먹고 갔었는데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감정적인 영향을 받기는 했어요. 드라마 앞부분에서 특히 그랬죠. 제가 겪은 간접적인 경험도 그런데 실제 피해자 분들은 어떨까 싶더라구요.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그게 수지의 감정이기도 해서 후반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악의 넘치는 폭력적인 상황을 마주하는 건 김지연으로서는 난생 처음 경험하는 감정이었다. 김지연은 인터뷰 도중 당시를 떠올리며 재차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닦으며) 슬퍼서 우는 건 아니에요. 그런 역할을 처음 해보다 보니 생각보다 크게 감정적인 부분이 다가와서 당황스러웠어요. 끝날 때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게 수지의 감정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성수지가 '피라미드 게임' 초반 당하기만 하던 것과는 다르게 극 중반부에 이르는 4화에서는 게임을 깨부수겠다고 선언하며 외마디 욕설을 내뱉는 장면은 큰 이슈를 모았다. 성수지에게 큰 전환점이 된 대목이다. 

"제가 욕설 한 번 안 해봤다는 기사가 나갔더라구요. 이게 연습이 필요한가?(웃음) 사실 제가 경상도 대구 출신이거든요. 서울에 오니 욕이 너무 착하더라구요. 억양이 다르다보니 험한 말을 해도 안 무서워보였어요. 경상도 발음이 욕 신에서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통쾌한 권선징악과 함께 쌍둥이가 전학을 오고, "안녕 나는 성수지야"라는 내레이션으로 극은 마무리된다.

"'안녕 나는 성수지야'라는 대사가 원래 대본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열린 결말로 받아들였죠.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감독님이 의도하신 건 수미상관이더라구요. 저는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닫힌 결말이라고.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결말에 대한 해석이 다양해서 신기했어요."

사진=티빙

지난 2016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우주소녀 멤버 보나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지연은 어느덧 데뷔 8년 차를 맞았다. '고유림'과 '성수지'를 거친 김지연은 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하면서 연기를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재밌고, 또 생각지 못한 나의 리액션에서 좋은 반응들이 나왔을 때의 희열이 느껴졌죠. '조선 변호사'로 사극을 거치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점점 더 연기가 어려운 느낌이에요. 더 잘 할 수 있겠다 싶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는 느낌이랄까.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나에게 없는 모습을 찾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작품을 고를 때 저의 내면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익숙한 캐릭터를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처음으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택해서 스팩트럼을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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