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16배인데…코스피서 가장 싼 이마트, 볕들 날 올까?

김사무엘 기자 2024. 4. 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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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대해부](24)이마트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릅니다. 짠물배당,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재편, 밸류트랩 같은 주가 역선택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의 본질가치가 재조명되고 주가수준도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밸류업 종목들의 현황과 디스카운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 스마트 코엑스점은 상품을 들고 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국내 최초의 완전스마트매장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0.16배. 지난달 29일 기준 이마트의 기업가치다. 순자산은 11조4534억원인데 시가총액은 1조8872억원으로 6분의 1 수준이다. 기업의 순자산 가치보다 84%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 기업 중 최저 수준이다.

수 년 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로 여겼던 이커머스 사업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계속되는 M&A(기업 인수·합병)와 투자로 현금 유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저평가 국면에서도 투자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다.

13년째 주가 내리막…사상 첫 적자 충격

1일 코스피 시장에서 이마트는 전일 대비 1400원(2.07%) 오른 6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 저PBR 종목으로 분류되는 이마트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기대감에 지난 2월 최고 8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 주가는 9.79% 하락했다. 대부분 저PBR 기업들이 올해 플러스 수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이마트의 주가 하락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9월 최고 33만4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한 번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는 고점 대비 약 80% 빠진 가격이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 과포화로 인한 성장세 둔화와 함께 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위협 받으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된 영향이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469억원, 순손실 1875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분양 사업 부진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반영된 영향이라고는 하나 본업인 유통업 역시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마트, 스타필드 등 주력 사업이 포함된 유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7% 감소했다.

경쟁업체인 쿠팡의 실적과 대조된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31조8298억원, 영업이익 6174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액은 이마트(29조4722억원)를 뛰어 넘었다. 쿠팡의 매출 역전은 이커머스 시장의 약진과 오프라인 유통업의 몰락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건이다.

이마트는 체질 개선을 위해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커머스 사업에도 적극 투자했다.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2021년 3조6000억원에 인수했고 편집샵 W컨셉코리아(2616억원)와 스타벅스코리아(4860억원)에도 지분 투자했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인플루언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달 8일 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SNS(소셜미디어) 게시물 대부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전사적 위기를 맞이한 만큼 불필요한 외부 활동을 줄이고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행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업 부진+이커머스 경쟁 심화 이중고

이마트 주가 추이 및 영업이익과 잉여현금흐름/그래픽=윤선정
회사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당분간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는 늘어나면서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분석 때문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자본 효율화를 통해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BR를 높이는 것이다. ROE를 높이기 위해선 분모인 자본을 줄이거나 분자인 이익을 늘려야 한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집행(자본 감소)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이익이 창출된다면 ROE는 늘어난다. 이익 성장이 어렵다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본을 줄여야 한다. 최근 주가가 상승한 저PBR 기업도 이런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이마트는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이나 배당을 통한 자본금 감소 중 어느 하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업황 측면에서 보면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소비 여력 감소와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통업 전반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와중에 이커머스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는 계속해야 한다. 수익은 줄어드는 데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커머스 투자로 이익 고성장이 예상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다. 네이버와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컬리, 오아시스 등 신생기업들도 빠르게 추격 중이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저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쓱닷컴의 매출액은 1조6784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줄었고 G마켓은 1조1967억원으로 9.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각각 1030억원, 321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반면 새벽배송 선두주자인 컬리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 증가한 2조77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436억원으로 여전히 적자였지만 외형에서는 쓱닷컴을 앞섰다. 오아시스도 지난해 매출액 4754억원(전년 대비 11.3% 증가)으로 성장을 지속했다.

신평사·증권사 줄줄이 '부정적'…"실적 개선 어렵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새해에도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연초부터 반값 할인 등 초저가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일부터 필수 먹거리와 생필품을 최저가 수준에 제공하는 '2024 가격파격 선언'을 실행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의 한 이마트에서 고객들이 할인 행사 중인 돼지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4.01.07.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해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더블에이)에서 AA-(더블에이 마이너스)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이마트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형마트 업황 저하 지속과 온라인, 건설부문 실적 부진으로 이익창출력이 약화했고 M&A 등에 따른 투자금 소요 증가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며 "단기간 내 유의적인 수준의 현금흐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주환원 여력도 부족하다. 지난해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7712억원으로 현재 시총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계속된 투자와 현금유출 등을 감안하면 저평가 상태로 보기 어렵다.

주주환원 여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잉여현금흐름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각종 투자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잉여현금흐름은 2021년 5조1740억원 적자에 이어 2022년에도 1조531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096억원 흑자로 돌아섰는데 이는 이익 개선보다 투자금이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총현금흐름(세후영업이익+유무형자산상각비)은 1조5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감소했는데 총투자는 1조2448억원으로 전년 대비 61.1% 감소했다.

이마트는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주당 20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총배당금은 536억원이다. 흑자였던 2021년과 2022년에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총배당금 비율)은 3~5% 수준에 머물렀다.

증권사들도 최근 연이어 이마트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지난 2월22일 KB증권은 이마트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는 기존 9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내렸다.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도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3대 핵심 사업 (할인점, 이커머스, 스타벅스)의 본질적인 경쟁력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신세계건설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실적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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