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쓰레기는 구름에 버렸습니다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2024. 4. 2. 06: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언젠가 공익광고 캠페인 중 '제 차가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 우리나라에 버렸습니다' 같은 카피가 있었다. 정확한 문구인지 확실치 않지만 개인공간만 챙기며 쓰레기를 창문 밖이나 길바닥에 버리는 무단투기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이었다. 모두 알다시피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 버리든,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땅과 바다를 더럽히고 하늘의 공기로 돌아와 지구와 우리를 아프게 한다.

환경문제와 기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는 별로 없다. 우리 일상에 침투한 미디어도 그렇다.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디어는 이제 문명과 일상생활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인프라를 넘어 자연환경처럼 인식된다. 초창기 인터넷브라우저를 항해사(Netscape Navigator)라고 했고 인터넷을 목적 없이 둘러보는 것을 서핑(surfing)이라 한 것을 보면 최신 스마트 미디어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의 세계는 이미 망망대해의 바다로 인식된 것이다. 최근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끌어다 재생하는 것을 개울(streaming·스트리밍)에 비유하거나 데이터 및 소프트웨어 등 컴퓨팅 자원의 공유체계를 구름(Cloud·클라우드)이라 칭하는 것을 보면 가히 미디어 이용은 물과 공기, 즉 자연처럼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클라우드'는 인터넷 네트워크 시스템에 존재하는 일종의 데이터 스토리지로 오늘날 컴퓨팅 프로세스에 등장한 다양한 종류의 공유시스템 중 하나다. 컴퓨터가 개인작업의 도구를 넘어 뉴스, 방송, 오락물 등의 주요 통로가 되면서 증가하는 데이터의 양을 개인의 컴퓨터가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해졌는데 필요한 프로그램과 데이터 용량을 그때그때 온라인 시스템에 접속해 끌어다 쓴다는 기발한 해결책이 클라우드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나 스트리밍 플랫폼 같은 인터넷 기반 공유시스템은 대부분 구독형 서비스로 운영된다. 구독자는 이용량 등에 따라 라이트, 일반, 프리미엄 등의 가격제를 선택하고 그 가격제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는 확연히 차등화한다. 언뜻 합리적인 듯도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아무리 자연과 비교돼도 미디어가 진짜 자연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준다. 흐르는 강물이나 숨 쉬는 공기에 돈을 내야 한다니 봉이 김선달을 다시 만날 날이 멀지 않았다. 모두가 평등한 생산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하자던 컴퓨터 1세대의 이상은 좌절됐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흐르던 인터넷의 바다 곳곳에 이제는 통행세가 걸려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비용들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감춘다는 데 있다. 더 많은 자료, 더 빠른 검색, 그리고 그에 기반해서 무섭게 성장하는 AI 관련 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들이 공기처럼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돌아가게 할수록 보이지 않는 곳의 구름(클라우드)과 그것을 지탱하는 인터넷망은 점점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망이라는 물리적 인프라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의 양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지구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다가오는 기준이 탄소배출량인데 이를 일상적 미디어 이용에 적용하면 그 폐해가 분명해진다. 한 번의 인터넷 검색은 최대 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보고가 있다. 소셜네트워크 앱 중에선 틱톡 이용량이 가장 많다는데 그 배출량이 이용자 1명이 1분을 이용한다고 할 때 최대 2.63g에 이른다고 한다. 내가 이런 자료를 찾아보는 순간에도 지구의 호흡은 그만큼 짧아진다.

데이터 클라우드가 진짜 구름이 아닌 것처럼 데스크톱의 '휴지통 비우기'는 진짜 청소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구름 너머에 숨겨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