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환각제 LSD가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까?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2024. 4. 2. 05: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마음이 힘들어 병원을 찾아가면 약물치료가 대부분이다.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가 있으나 아직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약물은 의존적일 수 있고, 오래 지속하면 환자 본인의 치유 노력을 감퇴시킬 수 있다.

환각제 LSD는 엄청난 행복감, 기쁨, 환희도 제공해주지만 극심한 공포, 불안, 두려움도 줄 수 있다. 의학적으로 뇌의 특정부위, 신경전달물질, 시냅스 연결, 신경가소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셔터스톡

이런 상황에서 제3의 대안으로 ‘명상’을 연구하는 의사들의 모임이 있다. 정신과 의사들과 임상학자들이 주축이 된 대한명상의학회(회장·이강욱 강원대 정신과)다.

단지 호흡을 통해 마음을 집중하는 단순한 정신훈련이 스트레스 완화뿐 아니라 각종 심인성 질환, 신경정신질환, 나아가 난치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들이 입증됨에 따라 의사들도 이를 공부하고 치료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 지난 주말(3.30~3.31)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대한명상의학회 2024년 춘계학술대회 및 워크샵에서는 다양한 흥미로운 주제들이 발표됐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마약이라고 부르는 LSD 등 ‘사이키델릭’ 약물을 의료치료에 사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LSD는 아주 강력한 환각제로 1960년대 히피문화・반전운동과 함께 미국 젊은이들간에 유행하다가 이후 엄격히 규제됐으나 최근 우울증・불안증・PTSD・중독을 비롯, 만연하는 신경정신증에 효과가 크다는 주장들이 활발해지며 여기에 글로벌제약회사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명상 관련 교류차 미국 하버드대를 방문했던 KAIST대 명상과학연구소 미산스님도 세계적인 명상・심리학자들이 LSD 등을 대안 치료제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에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마약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 특히 최근 마약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의료치료에 국한해 엄격한 통제 하에서 LSD를 사용한다고 해도 결국 오남용, 중독 문제는 필연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참석자들간에 훨씬 높았다.

다른 하나는 현재 문화, 스포츠, 국방, 교육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활용되는 ‘가상(VR)-증강(AR) 현실’의 활용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알코올중독자에 대한 치료, 환자의 정서적 안정과 치료, 불면증 개선 등에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만약 요즘 유행하는 ‘마음챙김 명상’을 VR를 활용해 현실화 할 수 있다면 훨씬 효과가 크지 않을까. 굳이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간단한 안경만 쓰고도 심산유곡에서 명상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고, 심박수・스트레스 지수뿐 아니라 뇌파・특정 뇌부위의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마음을 효과적으로 관리・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휠체어에 앉아 가상 물체를 만지기 위해 VR 헤드셋을 착용한 상의군인. VR의 의학적 치료는 외상 및 재활에서부터 최근에는 신경질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셔터스톡

# 서울대 종교학과 성해영교수의 ‘동학의 명상 수행과 신비주의’에 관한 발제도 매우 흥미로웠다. 고교 시절 신비체험을 경험한 성 교수는 촉망받는 엘리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다시 학교로 들어가 영적 세계를 공부한 경력의 소유자다.

성 교수는 동학(東學)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1824~1864)의 신비체험과 수행방법을 플라톤 철학(헬레니즘)과 유대교・예수(헤브라이즘), 인도・불교와 비교분석하며, 특히 명상을 중심으로 한 수행방법은 지금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상황인데 OECD 자살률 1위가 말해주듯 행복수준은 오히려 바닥수준이다. 이 상황은 더 이상 우리가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죽어라고 애쓰지 말고 우리 각자 내부에서 발견해야 한다는 통찰을 제공해준다.

돈, 승진, 명예, 힘 등 외양적인 성공, 정부의 복지정책, 자신이 바라는 사회정치 환경 등 외부 상황에 의존하지 말고 각자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추자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마음수행과 영적 수련을 섭렵한 성 교수는 그 방법 중 하나로 ‘명상’을 추천한다. 특정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구애받지 않고 지성, 윤리와 결합된 마음수행이다.

이런 자세는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딸이자 20세기 아동정신의학의 선구자 안나 프로이트가 남긴 말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나는 힘과 자신감을 찾아 항상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자신감은 내면에서 나온다.

항상 그곳에 있다.’

<마음건강 길>에서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