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 의사들에게 희망"… 베일 벗는 국산 신약 뭐길래

김선 기자 2024. 4. 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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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초대석] 이훈모 레드엔비아 대표
외과 수술 유일한 CAVD… "내과 치료제 전무"
내년 상장, 5년 내 미국 중심 매출 발생 목표
이 대표 "상장 시 주식 전부 보호예수"
이훈모 레드엔비아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치료제 RNV-1001 개발에 주력하며 내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임한별 기자
"연구 결과에 수많은 의사의 질문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 약이 심장내과 의사들에게 희망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훈모 레드엔비아 대표가 미국에서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CAVD) 치료제 RNV-1001의 주요 연구 결과가 공개됐을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내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의미다. CAVD는 치명도와 유병률이 높은 질환인데 그동안 내과적 치료제가 부재해 외과적 수술이 유일했다. 이마저도 질병이 진행된 상황에서만 가능했다. 천식과 비유하면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답답하다 못해 호흡곤란에 이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외과적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환자들의 과정을 지켜보다 끝내 심장외과 의사에게 환자를 넘길 수밖에 없는 심장내과 의사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RNV-1001 연구 결과에 수많은 심장내과 의사의 질문이 쏟아진 이유다.

RNV-1001은 CAVD를 유일하게 약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에보글립틴에서 CAVD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실제 환자 유래 판막 세포·동물 모델을 통해 추가 검증을 완료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28개 병원에서 867명 규모의 2/3상을 진행하고 있다. CAVD는 노인성 만성질환으로 글로벌 환자 규모는 현재 2137만명에서 2040년 26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최대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해 국내 기업에서 유일하게 뇌전증 치료제를 개발·출시된 세노바메이트의 뒤를 따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RNV-1001의 개발은 송재관 레드엔비아 의학책임자(CMO)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십만 환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약물의 치료 효과·안전성을 검증하는 후향적 연구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송 CMO는 에보글립틴과 같은 DPP-4 억제제가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당뇨병과 CAVD, 두 가지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212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212명 중 심근 조직에 잘 흡수되고 남아있는 DPP-4 저해제를 복용한 28명의 환자가 다른 2개군(DPP-4 저해제 미복용 115명, 심근 조직에 잘 흡수되지 않는 DPP-4 저해제 복용 69명)대비 질환의 진행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느려지는 것을 발견했다. 5~7년 추적 관찰 결과 결국 질병이 악화해 수술을 받은 환자는 28명 중 2명(7.1%)이며 다른 2개군에서 30%에 이르는 것이 관찰됐다.
레드엔비아는 송재관 서울아산병원 교수이자 레드엔비아 CMO를 통해 RNV-1001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이 대표가 RNV-1001 파이프라인의 연구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든든한 버팀목' 송재관 CMO와 동아에스티


RNV-1001의 중심에는 송 CMO가 있다. 송 CMO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판막질환센터 소장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부총장으로 역임하며 현재 레드엔비아 CMO로 이 대표와 함께 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송 CMO는 2017년 5월 동물 실험을 통해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인 DPP-4가 대동맥판막협착증 발병과 관련해 과도하게 증가하며 대동맥 판막의 석회화를 유도한다는 기전을 발견한 인물이다. 다수의 DPP-4 저해제의 석회화 억제 효능 비교연구를 통해 에보글립틴 물질이 다른 DPP-4 저해제 대비 심장 조직 내 분포농도가 가장 높은 약물로 가장 우수한 후보물질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기반으로 모든 DPP-4 억제제를 '심장판막석회화의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로 국제 특허 출원해 한국과 미국 특허 등록에도 성공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레드엔비아는 2018년 12월 동아에스티와 합작법인으로 설립됐다. 동아에스티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레드엔비아와 협력뿐만 아니라 추가 파이프라인·연구자원 확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동아에스티는 국내 임상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자 국내외 임상 의약품위탁생산기관(CMO)으로서 임상시험 수행에 필요한 핵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천연물신약인 '모틸리톤'의 미국 임상승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CRO를 통해 첫 글로벌 임상 진출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어 심혈관 질환 치료제 검증 플랫폼을 활용해 대동맥석회화증을 비롯한 여러 심혈관 질환 치료제를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하고 있다. 관련 파이프라인 5개 중 3개는 국책과제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송 CMO와 동아에스티의 든든한 지원사격에 힘입어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약을 개발해 'First-Mover'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훈모 레드엔비아 대표가 RNV-1001의 FDA 승인후 상업화를 목적으로 2028년에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임한별 기자


내년 상장, 2028년 매출 발생 목표


최근 레드엔비아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 통과해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RNV-1001의 임상을 진행 중인 환자 모집이 내년 초 완료되면 2년 약을 복용한 이후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점은 2027년이다. 이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RNV-1001의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뜻이다.

2018~2021년 FDA로부터 승인받은 신약 210개 중 10.0%가 1차 평가지표에서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미정복 신약이라는 점에서 승인을 받았다. 약의 리스크 대비 약효가 높다는 점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로 이 대표는 RNV-1001이 평가지표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품목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RNV-1001의 임상 완료 후 곧바로 미국 FDA 품목허가와 상업화를 개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상장을 준비하며 약속 하나를 공개했다. 상장 이후 보유분 주식을 전부 보호예수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대표는 "신약개발 바이오텍 대표들은 의료 미충족 수요를 해결한다는 미션을 위해 각자의 인생을 거신 분들이다"며 "그분들에게 상장은 하나의 투자 유치 과정에 불과할 뿐이며 최종 목표인 신약개발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투자에 대한 성과를 가져다드리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레드엔비아가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자신의 보유분 주식 전부를 보호예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상장 시 최대주주의 최소 보호예수 기간은 1년, 평균적으로도 3년 정도의 시간을 보호예수로 묶어 두겠다. 또 저는 아무리 짧아도 5년, 필요하다면 7년 이상의 보호예수를 할 것이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기술특례상장의 취지에 부합하고 저와 당사를 믿고 투자해 주신 수많은 투자자분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훈모 레드엔비아 대표 프로필
2018 레드엔비아 대표이사
2017 코디엠 USA 대표이사
2016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 팀장
2014 성광의료재단(차병원그룹) 전략기획팀 차장
2012 한국 릴리(Eli Lilly) 재무팀 부장
2010 컬럼비아대학교 MBA

김선 기자 sun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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