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데뷔 60년 인맥으로… 모시기 힘든 분들 초대합니다”

최보윤 기자 2024. 4. 2.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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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토크쇼 ‘초대’ MC 송승환
TV조선 인생 토크 ‘송승환의 초대’로 10년 만에 단독 MC를 맡은 송승환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잡았다. 손에 든 파이프는 실제 태우는 것이 아닌 장식용으로, 송승환의 표현을 빌리면 ‘공갈 젖꼭지’다. /김지호 기자

“대중문화 산업에 60년간 몸담고 있다 보니, 회고와 추모의 문화가 부족하다는 걸 느낍니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1960~1970년대 명배우들의 활약상에 대해 당장 논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할리우드 원로 배우들은 줄줄이 꿰면서 말입니다. ‘송승환의 초대’는 이런 문화적 ‘갈증’에서 출발했습니다.”

TV조선 토크쇼 ‘송승환의 초대’의 단독 MC를 맡은 배우 겸 공연 기획자이자 연출가인 송승환(67)은 “문화예술계부터 스포츠 스타까지 시대를 풍미한 주역들의 인생을 마치 영상 앨범처럼 언제든 꺼내 듣고 볼 수 있는 콘텐츠 백과사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초대 손님을 두고 이야기하는 토크쇼 형식.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여느 토크쇼와는 결이 다르다. 1965년 아역 성우로 데뷔해 내년이면 데뷔 60년을 맞는 송승환이 자신의 기억 줄기를 따라 그간 지켜보고 겪어냈던 대중문화계의 숨은 면면을 짚어낸다. 상대의 인생 스토리에 집중하지만, 송승환의 인생 또한 담긴 토크쇼다.

그가 스타들을 통해 대중문화사(史)의 일부라도 완성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건 5년 전 황반 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4급 시각장애 판정을 받으면서.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런 일이’라고 원망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돌이킬 수 없으니, 지금을 잘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잘 안 보여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찾다 보니,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낍니다.”

휴대전화 문자를 소리로 듣고, 대본도 읽는 대신 듣고 외웠다. 보는 즐거움이 점차 듣는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3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송승환의 원더풀 라이프’를 열어 원로 배우 등을 초청했다. “가수 현미(1938~2023) 선생님 인터뷰를 한 얼마 뒤에 선생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겠지요. 그때부터 더욱 사명감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송승환의 초대’ 첫 회 손님으로 출연한 배우 채시라(오른쪽). /TV조선

TV조선 토크쇼에선 섭외부터 질문 내용까지 진행자인 송승환도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 작성한다. 첫 회 손님은 그간 공중파 예능은 물론 종편 채널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우 채시라. 방송에서 시청률 58.4%를 기록했던 대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MBC·1991) 촬영 당시 배우 최재성이 비린내에도 연기를 위해 진짜 뱀을 뜯어 먹었다는 얘기 등 각종 뒷 얘기를 들려주고, 소셜미디어에서 댄스 챌린지로 인기인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2회에선 연기 인생 도합 120년인 배우 강부자와 김창숙의 입을 빌려 1970년대 TV 드라마 태동기 당시 스타 탄생의 발판이 되었던 방송국 전속 제도 등 다양한 방송 환경을 소개했다.

채시라는 중학생 시절 송승환의 열혈 팬이기도 했다. 소녀 팬으로서 연극 무대를 찾아가 사인을 받은 사연도 있다. “채시라씨는 방송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하다 몸에 탈까지 나서 일주일을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결정해줬는데 저도 가만 있을 수 있습니까. ‘여명의 눈동자’ 36부 전체를 다시 보면서 질문을 하나둘씩 발전시켜 갔지요. 다행히 시라씨가 방송을 보고 난 뒤 ‘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연락 주더군요.”

송승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가 시력을 잃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 잊게 된다. 늘 그렇듯 인자한 미소 때문인지, 표정만으론 가늠이 잘 안 됐다. 토크쇼 준비에, 유튜브는 물론 5월 막을 올리는 연극 ‘웃음의 대학’ 연습까지 하고 있다니 쉴 시간도 없을 것 같았다. 그의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해 듣고 있는데, 한 뼘 정도 거리만 보일 뿐, 책상을 사이에 둔 기자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연기할 때도 동선까지 다 외우느라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잃은 것만큼 얻은 것도 있다고 했다. “많은 인터뷰를 겪다 보니, 좋은 인터뷰어는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들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잘 안 보이니, 신기하게도 더 잘 들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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