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하던 일, 사장님 혼자 할 수 있네… 도우미의 정체

성유진 기자 2024. 4.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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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덜어주는 ‘AI 기술’ 확산
LG유플러스가 서울 강남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만두 가게에서 직원이 'AI전화'가 손님에게 대답했던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LG유플러스

경기도 안양에서 횟집을 하는 김모(40)씨는 지난달 무인 주문 기기인 테이블오더를 도입했다. 태블릿PC 형태로 식당 내 테이블마다 설치된 테이블오더는 디지털 메뉴판이자 손님 주문을 받는 역할을 한다. 김씨는 “횟집 특성상 테이블마다 주류 주문이 여기저기서 계속 들어와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주문받으러 테이블을 왔다갔다할 일이 줄어 효율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했다. 김씨는 앞으로 홀 담당 직원 수를 줄여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자영업자의 일손을 덜어주는 디지털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자동 전화가 고객 문의에 답해주고 예약도 대신 받아준다. 주문·결제는 물론, 대기 줄도 무인 기기가 관리한다. 예전에는 주문과 결제, 전화 응대까지 2~3명이 필요했던 일을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578만명으로, 이 중 437만명은 직원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이다. 이런 수요를 등에 업고 그동안 식당 등에 인터넷·전화 같은 상품을 제공해오던 통신업체들이 잇따라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돕는 각종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자영업자 공략하려 식당 열고 실험도

LG유플러스는 1일 AI 전화, AI 예약, 웨이팅(줄서기), 테이블오더, 키오스크, 포스 등 소규모 자영업자 대상 서비스 6종을 한데 묶은 상품을 공식 출시했다. 모두 이용하면 15만원 정도다. 회사 측은 “전용앱으로 한 번에 관리할 수 있어 번거로움이 줄어들고 고객 데이터 분석도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자영업자 공략을 위해 작년 서울 강남구에 만두 가게를 열기도 했다. 외식 업체 더본코리아와 함께 만든 매장으로 현장에서 요구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실험해보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식당에서 근무하며 매장 운영 효율화를 직접 고민한 결과물이 이번 서비스인 셈이다. 앞으로 대기 중인 고객에게 주변 볼거리 정보를 제공해주거나 주문 단계에서 손님별 맞춤 메뉴를 추천해주는 식의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KT는 지난 2021년 소상공인용 음성봇 ‘AI 통화비서’, 매출·매입을 관리해주는 ‘사장님 장부비서’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 5월 테이블오더 서비스인 ‘하이오더’를 출시했다. 하이오더는 출시 1개월 만에 누적 설치 1만대를 돌파했고 현재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랐다. 점주가 언제든 음식 사진과 메뉴를 수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KT 서빙 로봇과도 연동이 가능하다. 인터넷과 전화, 보안 카메라 같은 기존 통신 상품에다 AI 통화비서, 하이오더, 매장 홍보 통화연결음 등을 묶어 할인받는 결합 상품도 내놨다.

KT의 테이블오더 서비스 '하이오더'. /KT

통신사들은 그동안 콜센터를 운영하며 각종 빅데이터를 쌓아온 데다, 기존에도 전화·인터넷 같은 상품을 소상공인 매장에 판매해온 만큼 고객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포스기·태블릿 같은 실물 기기가 필요하고 통신 연결도 중요한 만큼 그동안 갖춰온 AS(애프터서비스) 인프라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테이블오더·예약앱 스타트업도 봇물

매장 디지털 바람이 거세지며 소상공인을 돕는 스타트업도 쑥쑥 성장하고 있다. 테이블오더 시장 1위 업체인 티오더는 지난 2019년 설립 이후 누적 설치 대수가 17만대를 넘었다. 2020년 34억원이던 매출은 작년 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카드 단말기부터 포스, 테이블오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스타트업 페이히어는 지난 2월 가맹점 수 5만개를 돌파했다.

예약·줄서기 앱도 주목을 받는다. 2018년 나온 예약앱 캐치테이블은 지난해 줄서기 서비스까지 추가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작년 7월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3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캐치테이블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122만명, 또 다른 줄서기 앱인 테이블링은 57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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