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황사비’에도 100명 넘게 선 줄…성수 점령한 다국적 캐럿들 [르포]

2024. 4. 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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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앙코르 월드투어 전후로
서울~인천 물들인 ‘더 시티’ 프로젝트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 일환으로 열린 라운지 앞에 길게 줄을 선 캐럿들 [하이브 제공][고승희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최악의 황사비’에도 우산에 캐리어까지 들고 온 전 세계 캐럿(세븐틴 팬덤)들이 성수동을 점령했다. 지난 29일 오전 11시 30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시작하기도 전 복합문화공간 팩토리얼 성수는 긴 줄이 한참을 늘어서 있었다. 세븐틴의 팝업 스토어(라운지)가 열리는 곳이다. 느닷없는 황사비에 차가운 바람까지, 얄궂은 꽃샘추위가 찾아온 날이었지만 캐럿들은 아랑곳 않았다.

홍콩에서 아침 일찍 날아온 헬렌(26) 씨는 “금요일, 월요일 이틀 휴가를 내고 세븐틴의 콘서트를 보러 왔다”며 “9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해 성수동에 와서 라운지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틴의 라운지는 오전 11시부터 입장이 시작됐으나, 이미 오픈 전인 8시부터 줄이 늘어섰다. 중국에서 온 비비안(24)은 “세븐틴 앙코르 투어를 위해 지난주 일요일(3월 24일)에 한국에 와서 신세계 백화점의 팝업 스토어에도 가고 사진전도 다녀왔다”며 “오늘은 아침 9시에 왔는데 이미 줄이 길어서 놀랐다”고 했다. 라운지 앞은 이미 오전 11시부터 100명이 넘는 팬들이 황사비를 맞으며 줄을 서고 있었다.

하이브는 세븐틴의 앙코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인천(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INCHEON)‘에 맞춰 그룹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파크인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세븐틴 더 시티’)을 열고 있다.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 [하이브 제공]

2022년 4월 방탄소년단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 당시 선보인 ‘더 시티’는 도심 전체를 이들의 IP로 물들이며 거대한 축제의 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단지 공연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체험하는 ‘팬 경험’을 확장하는 데에 방점을 둔다.

일본, 태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세븐틴의 ‘더 시티’ 프로젝트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젝트는 서울 성수동, 강남 신세계 백화점을 중심으로 공연이 열리는 인천까지 이어지며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 일환으로 열린 사진전 [하이브 제공]

코스가 다채롭다. 세븐틴을 만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해외 팬들은 세븐틴의 테마로 꾸며진 공항철도 특설 열차(3월 28~4월 2일)를 타고 이동해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에서 세븐틴이 직접 기획한 상품을 전시한 팝업 스토어를 즐기고, 겸사겸사 K-쇼핑에 취한다. 서울 성수동으로 이동하면 포토존부터 상품 구매까지 가능한 라운지(4월 6일까지)에 둘러본 뒤, 세븐틴 투어 비하인드를 담은 ’사진전‘(4월 12일까지)을 감상하며 공연을 기다린다. 공연 전날엔 크루즈 파티(3월 29일)에 참석해 불꽃놀이와 디제잉 파티를 즐기며 전야제를 만끽한다. 공연 당일에도 세븐틴과 내내 함께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인천의 공연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세븐틴 테마 택시(4월 6일까지)를 타고 이동해 공연장 곳곳에서 세븐틴의 흔적을 만난 뒤 네 시간이 넘는 콘서트를 관람하며 프로젝트는 끝. 하지만 워낙 참여할 거리가 많아 하루 이틀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데다, 각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짜도 제각각이라 모든 프로그램을 즐기려면 최소 7일의 시간은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일주일의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은 해외 팬도 적지 않았다.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 일환으로 열린 사진전 [하이브 제공]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았으나, 가장 인기를 모은 곳은 라운지였다. 멤버들의 얼굴이 담긴 공식 포토존은 물론 상품 구매도 가능한 원스톱 체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특히 세븐틴의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끊이지 않았고, 세븐틴 앨범의 커버 이미지로 꾸민 정육면체 조형물, 수상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트로피 전시 공간, 세븐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 팬들은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라운지 한가운데는 팬들이 직접 만들 수 있는 열쇠고리와 필름카메라 등 각종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대만에서 온 천진(28) 씨는 “세븐틴의 공연이 있는 곳마다 함께 다니고 있는데 일본에서 더 시티 프로젝트를 했을 때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는 데다 한국에선 처음이라 꼭 한 번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더 시티 기념상품인 키링은 나만 가지는 데다 이곳에서 밖에 살 수 없는 거라 서너 개 구매했다”며 “가격이 비싸지 않아 부담 없이 살 수 있어 더 좋았다”고 했다.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 일환으로 열린 사진전 [하이브 제공]

일찌감치 라운지에 들려 오랜 기다림의 갈증을 풀고 난 뒤엔 성수동 더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리고 있는 세븐틴의 사진전을 보러 가면 ’탁월한 선택‘이다. 600평 규모의 공간에선 세븐틴의 월드투어 과정을 엮어 보여줬다.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무대 아래에서 쏟아내는 땀방울의 흔적이 공간마다 가득 채워졌다.

사진전을 보기 위한 캐럿들도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긴 마찬가지였다. 사진전은 오전 10시부터 입장이지만, 한 시간 전인 9시부터 이곳을 찾은 팬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전 앞에서 만난 한국인 캐럿 정다솔(23) 씨는 “공연 가기 전 사진전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일찍 왔다”며 “지난번 보러 왔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아 오래 기다린 데다 제대로 감상을 하지 못했다.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무대 뒤에서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세븐틴의 메시지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사진전은 세븐틴의 공연 영상이 등장하는 입구를 거쳐 13명의 멤버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연 준비 과정으로 스토리텔링한 공간 구성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며 13명의 멤버들의 치열한 안무 연습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었다. 화려한 무대 의상이 아닌 평범한 일상복을 입고 쉴 새 없이 춤을 추고 노래하는 세븐틴의 모습이 캐럿들에겐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안무 연습 과정을 지나 리허설, 백스테이지, 본부석을 전시하고 세븐틴의 무대 의상까지 마주하면 가장 ‘빛나는 순간’인 무대 위 모습을 만나게 된다. 지난 월드투어 당시 오프닝에 선보인 ‘손오공’, ‘돈키호테(DON QUIXOTE)’, ‘박수’ 영상도 볼 수 있도록 했다. 팬들의 다양한 니즈를 채워주는 센스다.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 일환으로 열린 사진전 [하이브 제공]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 일환으로 열린 사진전 [하이브 제공]

사진전을 모두 둘러본 뒤 나오는 길엔 세븐틴이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13명의 멤버가 쓴 캐럿을 향한 마음이 담긴 종이가 인쇄된다. 우지는 “너무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 말도 안 되는 힘이 어디에서 올까, 늘 고민해봐도 답은 여러분으로 추려지는 걸 보면 이렇게 애틋해져서 어떻게 하나 싶다”며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친구들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8개월 전 서울 고척돔 투어에서 우지가 한 이야기를 담은 ‘스타 레터’다.

중국 캐럿 비비안 씨는 “그동안 세븐틴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엔 두세 번 왔지만,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를 함께 한 적은 처음이라 너무나 재밌었다”며 “콘서트를 마치고도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좋은 경험이었다. 중국에서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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