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캉 사건’ 피고인, 감형 위해 ‘장기기증서약서’ 냈다

정윤경 기자 2024. 4. 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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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하던 여성의 머리를 바리캉으로 밀고 강간한 '바리캉 사건' 피고인이 법원에 '장기기증 서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변호사는 "재발방지 서약서나 장기기증 서약서 등은 법정 서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사회를 위해 얼마나 헌신할 뜻이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추측된다"며 "재판부가 감형 요소로 받아들일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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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형 노린 피고인, 28일 간 반성문·서약서 등 21회 제출
법조계 “참작 사유로 받아들여질 확률은 낮아”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바리캉 사건' 피해자 박수정(가명·20대 초반)씨가 피고인 김아무개(26·구속 기소)씨로부터 바리캉으로 머리카락을 잘린 모습 ⓒ박씨 가족 제공

교제하던 여성의 머리를 바리캉으로 밀고 강간한 '바리캉 사건' 피고인이 법원에 '장기기증 서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인은 감형을 노리고 봉사활동 계획서와 재범방지 서약서 등을 잇달아 제출했다.

피해자 아버지 박승욱(가명·50대)씨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장기기증 서약서가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면, 나도 서약서를 내고 엄벌을 탄원하겠다"고 분노했다.

헌혈·기부·봉사 증명서…양형자료 '영끌'한 피고인

1일 바리캉 사건 피해자 측에 따르면, 피고인은 지난달 5일부터 반성문과 장기기증 서약서 등을 4주간 21회에 걸쳐 집중 제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재판을 앞두고 감형을 위한 양형 자료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이 모인 한 카페에는 '양형자료 통합본 무료 배포 이벤트'까지 하고 있었다. 해당 카페의 한 이용자는 "장기기증 서약서, 헌혈 증명서, 반성문 5부 등 양형 자료를 쉬지 않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법률 상담을 받는 한 카페에서도 "성범죄로 실형 선고가 나와서 불구속됐다. 1심에서 변호사 조언대로 반성문, 탄원서, 성교육 이수 증명서, 봉사활동내역, 기부금 영수증, 장기기증 서약서를 제출했다"며 "2심은 처음이라 감이 안 잡히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되느냐"고 질문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자료가 재판에서 감형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까.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펴낸 '2023 양형기준'의 성범죄 항목을 보면, 범행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을 감경 요소로 본다.

다만 양형기준은 법관의 참고 자료일 뿐, 법적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 결국 재판부 재량에 따라 감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단,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재판부가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

'바리캉 사건' 피고인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 ⓒ박씨 가족 제공

변호사들은 피고인이 각종 양형 자료를 동원하는 이유는 재범 위험이 낮다는 것을 재판부에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바리캉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조윤희 변호사는 "재판은 양형을 정하는 절차기 때문에 피고인의 여러 가지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며 "자신이 얼마나 사회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지,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양형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고인의 이 같은 양형 자료가 감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을 제출하면서 재범 위험이 없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며 "당시 재판부가 '피고인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며 양형 자료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다만 장기기증 서약서 등은 감형 사유로 참작될 확률은 낮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재발방지 서약서나 장기기증 서약서 등은 법정 서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사회를 위해 얼마나 헌신할 뜻이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추측된다"며 "재판부가 감형 요소로 받아들일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시우의 이용민 변호사도 "피고인이 사회를 위해 지금껏 해왔던 활동에 대해서는 판사가 양형 요소로 고려할 수 있겠지만 계획은 참작 사유로 받아들여질 확률이 낮다"고 내다봤다.

'바리캉 사건' 피해자 박수정(가명·20대 초반)씨가 어머니(왼쪽)와 아버지(오른쪽)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박씨 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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