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육아 어렵지 않아요”…아이가 고른 책 재미있게 읽어주면 끝!

한겨레 2024. 4. 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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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처음 듣는 순간부터 독서학습 시작
부모와 함께 책 읽는 순간도 정서적 자극
도서관에서 아이가 스스로 책 선택하면
“내가 고른 책 재미있지?” 뿌듯함 느껴
필자는 첫아이가 돌이 되기 전 커다란 상자를 마련해 그 안에 보드북 그림책을 여러 권 넣어 두고, 아이의 손이 닿고 자주 가는 장소에 놓아 두었다.

초등교사에게 듣는 그림책 육아

제게 오랜 취미를 묻는다면, 단연 ‘독서’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던 취미이기도 하고, 책과 관련된 좋은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의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낮잠에 빠져들던 기억, 주말에는 광화문에 위치한 대형 서점에 온 가족이 들러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서가에서 시간을 보내던 기억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서점이나 도서관 문을 열 때 확 풍겨오던 책 냄새는 어른이 된 뒤 카페를 들어갈 때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원두향을 맡았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황홀한 추억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장난감과는 달리, 서점에서 제가 고른 책은 거의 사주셨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하고 소비하는 즐거움을 처음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엄마가 되었고, 첫째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때 방문한 주민센터에서 그림책 몇 권이 들어 있는 ‘책 꾸러미’라는 것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꾸러미 속의 ‘엄마랑 뽀뽀’ 그림책이 큰아이의 첫 번째 그림책이 되며 저의 책 육아이자 그림책 육아가 시작되었습니다.

​ 돌이켜보면, 첫째를 기를 때에는 책을 읽어 주어야 한다는 마음만 컸지, 어떤 그림책을 선택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던 것 같습니다. 독서가 취미였다고 해도 그림책은 평소에 자주 접하던 책 분야가 아니었고, 시중에 이미 넘치도록 많은 그림책이 나와 있어서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인지를 판단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육아 선배들에게서 전집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릴 적 전집의 버거운 기억들이 떠올랐어도, 그 마음을 애써 누르며 팔랑 귀가 되기 십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안 샀어도 상관없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때에는 책육아나 그림책 육아에 정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육아관을 먼저 세우고 그에 맞게 그림책 육아를 하기보다는 출판사의 광고나 맘카페 육아 선배들의 경험에 의존했던 일이 많았지요. 그렇게 무계획적이고 좌충우돌하는 그림책 육아를 하다 보니, 어느새 큰아이가 11살, 둘째 아이가 7살이 되었네요.

이제 조금은 저만의 그림책 육아 방법이 정리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그림책 육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조금 일찍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로서, 이제 막 육아의 장에 진입하신 부모님들께 공유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육아를 하며 쌓은 실제적 경험에, 요즘 초기 문해력 석사전공을 하며 배운 문해력에 관한 지식들을 함께 더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문해력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교육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필자는 아이가 직접 골라 구입하거나 빌린 책을 편한 장소에서 읽어 주었다.

책 읽어주는 시간도 중요한 의미 가져

매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라는 책에 나오는 글입니다. “한 아이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 동화를 처음 들을 때, 바로 그 순간부터 독서 학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후 5년 동안 이런 일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가, 못하는가가 후일 그 아이의 독서 능력을 예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가 된다. (중략) 한 유명한 연구에 따르면 유치원에 들어가는 연령이 될 때까지 언어적으로 빈곤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풍부한 자극을 받고 자란 아이 사이에는 이미 3200만 개 어휘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평범한 중류층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혜택받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보다 3200만 개의 단어를 더 듣고 자란다는 뜻이다.”

이 글을 통해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 이루어지는 책 육아(그림책 육아)가 앞으로의 아이 교육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가 된 우리는 우선적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어, 책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책이 독서 동기 높여

읽기와 독서 교육계의 유명한 인물인 짐 트렐리즈와 스티븐 크라센은 ‘자율적인 독서’를 강조합니다.

자율적인 독서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서 읽고, 독후 활동에 얽매이지 않는 그야말로 담백하면서도 재미있는 독서를 말합니다. 자율적인 독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 읽어야 하죠. 스스로 고른 책을 읽음으로써 아이들은 독서에 대한 내적 동기를 키울 수 있고, 먼 훗날에도 능숙한 독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답니다.

그럼 아이들에게 책을 어떻게 선택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일단은 아이와 도서관이나 오프라인 서점에 꼭 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이 스스로(어리다면 부모님과 함께) 천천히 표지를 살펴보기도 하고 내용이나 그림을 훑어 보기도 하며, 자신의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르게 합니다. 이때 아이가 잘 고르지 못한다면 부모님께서 어떤 식으로 책을 고르는지 보여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 어떤 분야나 작가를 위주로 선택하시는지, 어떤 주인공이나 출판사를 선호하시는지 등 책을 선택할 때 하는 생각과 행동들을 직접 아이에게 말하거나 보여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모방 학습을 통해, 책에 대한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고 책을 선택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직접 골라 구입하거나 빌린 책을 편한 장소에서 읽어 줍니다. 이미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고, 독서하는 것이 익숙한 아이라면 스스로 읽는 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이때 부모님 마음대로 골라주거나 ‘유명 수상작’ ‘00살 권장도서 목록’에 나오는 책을 억지로 고르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베스트셀러나 수상작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독서를 하고 싶은 마음을 전부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그림책을 고를 때 함께 책 표지를 살펴 보기도 하고, 그림을 훑어보며 떠오른 느낌들을 나누기도 한다.

아이 취향 존중하며 서점 나들이

저는 첫째 아이가 돌이 되기 전, 커다란 상자를 마련해 그 안에 보드북 그림책을 여러 권 넣어 두고, 아이의 손이 닿고 자주 가는 장소에 놓아 두었습니다. 매일 아침에 아이가 손을 뻗어 고른 그림책을 원하는 만큼 읽어 주었는데, 그 시간을 좋아했던 큰 아이는 앉은 자리에서 그림책 7~8권 정도를 너끈히 보았답니다.

그러다가 돌 즈음에는 엄마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그림책 책장을 넘겨 보기도 하고, 그림책 읽는 흉내를 내기도 하며 책과 친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큰아이 두세 살 무렵에는 서점에 자주 들러, 아이가 직접 골라 온 그림책을 사 주었어요. 아이가 그림책을 고를 때 함께 책 표지를 살펴 보기도 하고, 그림을 훑어보며 떠오른 느낌들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저라면 고르지 않았을 그림책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확실히 자신이 선택한 그림책은 집에서도 흥미를 가지고 주야장천 읽더라고요. 그렇게 저도 책을 고르는 아이를 믿어주기 시작했고, 큰아이도 자신감을 가지고 선호하는 그림책 시리즈나 작가 리스트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에는 이미 집에 그림책을 많이 소장하게 되어, 둘째는 고를 수 있는 그림책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매일 자기 전에 둘째가 거실 책장에서 골라오는 그림책을 읽어주고, 첫째는 그 옆에서 스스로 고른 책을 읽는 시간을 보냅니다.

또, 도서관에 3주에 한 번씩은 들러 그림책을 포함한 다양한 책을 30권 정도 대출하고 있습니다. 이때에도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고르게 하는데, 확실히 자신이 고른 책은 애착을 가지고 훨씬 즐겁게 읽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직접 고른 그림책을 잠들기 전에 읽어주면, 둘째 아이는 뿌듯한 표정으로 “내가 고른 책 재미있지?” 하면서 저에게 묻고는 한답니다.

고학년 때 학습 관련 책 강요 않기

얼마 전 방영된 EBS ‘책맹인류’ 다큐멘터리에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읽기의 흥미가 하락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옵니다. 그 이유가 고학년으로 갈수록 자율성 침해 정도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때부터 독서가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사회 통념으로 인해, 부모님이 학습에 관련된 책을 골라주는 일이 많아지고, 추천도서나 권장도서 목록에 밀려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못 읽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현실로 인해 아이들은 점점 더 책을 싫어하게 되고 독서하는 행위 자체를 기피하게 되며, 결국 책과 친하지 않은 어른으로 자라나게 되죠. 그야말로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다는 ‘소탐대실’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 스스로 고른 책을 재미있게 읽어 준다(읽는다), 라는 것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독서 교육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읽으면서 가족과 그림책에 대해 즐겁게 대화를 한다’ 정도를 추가할 수 있겠습니다.

부모님이 하는 정해진 답이 있는 질문에 평가받듯이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주제나 그림에 관련된 것, 자신의 경험과 연관지은 것들을 자유롭게 떠올려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부모님과 대화를 이어나가면 됩니다.

이것이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최고의 독서 교육이자 독서 경험입니다. 별거 아닌 것 같고, 활동이 적어보여도 이 정도가 딱 좋습니다. ‘소탐대실' 하지 않으려면, ‘과유불급'만이 살 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 나오는 레스터 라이낙의 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책을 읽어 줄 때 그들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 줄 만큼 너는 소중한 사람이란다’일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를 위하여 오늘부터 책을 읽어주시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민경효 청주 솔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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