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청년 54만명…"개인 문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 바꿔야"[인터뷰]

김도엽 기자 2024. 4. 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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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청년 지원조직 '임팩트 커뮤니티' 참여 종사자 인터뷰
이설희 제주자립지원전담기관 사회복지사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정말 힘들지만 지금까지 해 온 일 중 제일 그만두고 싶지 않은 직장이에요. 고립·은둔 친구들을 만나면서 더디지만 변화되는 모습을 봐요. 제 예상보다 빨리 보여주는 친구도 있고, 진짜 더디지만 새로운 면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친구도 있어요"

"청년 고립 조사를 하다 보면 당사자의 취업이나 도전에 대한 실패 경험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요. 능력주의나 성과주의 같은 것이 경쟁을 유도하며 만드는 거예요"이라고 말했다.

2일 이설희 제주자립지원전담기관 사회복지사, 강국현 사단법인 오늘은 사무국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청년재단의 고립청년 지원조직 '임팩트 커뮤니티'에 참석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 종사자기이기도 하다.

고립청년 지원조직 임팩트 커뮤니티는 '청년 고립 문제 해소'를 위해 사업을 진행해 왔거나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조직의 종사자에게 역량 강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비영리단체, 사단·재단법인, 기업 사회공헌 관련 부서, 소셜벤처, 공공기관, 당사자 자조 모임 등 조직 형태와 무관하게 고립·은둔청년을 지원하고 있다면 모두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청년재단은 전국 고립청년이 54만 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7조원에 이른다는 자체 조사 결과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지원과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실질적인 지원 성과를 만들어보고자 임팩트 커뮤니티도 시행하게 됐다.

재단은 임팩트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청년 고립문제 해소 목표 달성을 위한 조직·사업의 방향성 수립 △사업 효과성 제고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증대 △대외 투명성 및 신뢰도 향상 △협력·연대할 수 있는 동료 네트워크 형성 △성취감·자기효능감 제고를 통한 소진 방지 등을 목표로 한다.

올해의 경우 총 34개 조직(54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21개 조직(36명)보다 규모가 늘었다. 기존 17개 조직(34명)이 올해도 참여했고, 신규로 17개 조직(34명)이 들어왔다. 지역별로 수도권(21개 조직), 강원(4개 조직), 전라(4개 조직), 충청(2개 조직), 제주(2개 조직), 경상(1개 조직) 등이다.

특히 종사자 간 협업을 위해 '임팩트 프로젝트'라는 지원금을 신설하기도 했다. 각 지역 종사자 간 협업을 진행할 경우 재단이 검토 후 5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다.

강국현 사단법인 오늘은 사무국장

이 사회복지사는 임팩트 커뮤니티가 일종의 '힐링타임'이라고 한다. 이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복지관에서 4년, 극단적 선택 시도자를 위해 5년 등 9년간 근무하다 지난해부턴 자리를 옮겨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고립청년 지원 당사자이지만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커뮤니티에서 그간 몰랐던 용어를 익히고, 종사자 간 정보 공유도 하며, 타지역 고립청년과의 교류 기회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후 현재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현재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춘천에서 개인적으로 고립·은둔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홍주리 춘천은둔형외톨이자조모임 대표도 "커뮤니티 운영에 진심이다.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교육과정도 준비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이고 실용적이다. 추후 고립·은둔 지원 단체를 만들지를 고민 중인데, 이런 입장에선 커뮤니티가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홍주리 춘천은둔형외톨이자조모임 대표

마찬가지로 커뮤니티에 참여한 강국현 사단법인 오늘은 사무국장도 "깊은 고립 청년이 찾아오면 저희 쪽에선 상담 능력이 없어서 답답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커뮤니티에서 정보 공유뿐만 아니라, 재단에서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 다양하다 보니 같이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답했다.

청년 고립 해소 및 종사자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선 종사자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고립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에 대해 공감을 같이했으나, 지역별로 지원 서비스가 균질하지 않은 점, 획일화된 프로그램 양산 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고립 청년의 '지원 기간' 특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사무국장은 "청년 고립 조사를 하다 보면 취업이나 도전에서의 실패 경험에 대해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며 "계속해서 개인을 바꾸고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실패는 능력주의나 성과주의 같은 것이 경쟁을 유도하며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희정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센터에서 지원하는 고립 청년 지원의 종결 시점은 언제까지여야 할지와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고립은둔 청년을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사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고립청년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행복을 버려야 하는지', '스스로 아껴 쓰자' 등 감정 소진, 인력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강 사무국장은 "'종사자 간 '스스로 아껴 쓰자'라는 표현을 하는데, 슬프다"라고 말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용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단어에서 주는 부정적인 느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단체에서는 '무중력청년', '비자립청년' 등 자체 용어를 사용하는 곳도 있긴 하다.

강 사무국장은 "'관계희망' 청년이라면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잘 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은둔고립을 넘어 외로움 문제를 겪는 청년 전체로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의 다른 종사자와 협업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이 사회복지사는 "커뮤니티 내 인천 자립준비청년 단체가 있는데 제주지역과의 2박3일 지역 교류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홍 대표도 "춘천, 강릉간 교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백희정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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