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에 원어민 만날 수 있다”…학부모들 예약 몰리는 동작구 영어놀이터
“Oh, no! That’s bad(안 돼! 그건 나빠)”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동작 어린이 영어놀이터’ 2층. 3개 벽면에 영상이 나오는 ‘버추얼 큐브’ 화면에 강도의 모습이 나오자, 아이들은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열린 경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화면 앞에 앉아 경찰이 무슨 일을 하는지 원어민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영어놀이터 1층에서는 아이들이 원어민 강사와 영어로 대화하며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영어로 “선생님 이겨라!(Go teacher!)”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동작 어린이 영어놀이터는 지난달 26일 문을 연 서울시 최초의 구립 어린이 영어놀이터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까치어린이공원 내 옛 사당지구대 자리에 문을 연 이 영어놀이터는 지난달 5일부터 3주간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이날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영어놀이터 1층에서는 아이들이 원어민과 자유롭게 대화하며 놀 수 있고, 2층에서는 과학이나 미술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동작구에 사는 5~10세 어린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가격도 기본 이용료가 2000원밖에 되지 않고 과학이나 요리 등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해도 최대 5000원 정도의 추가 이용료만 내면 돼 학부모 부담이 적다.
동작구의 영어놀이터가 다른 자치구의 어린이 놀이터와 다른 점은 ‘놀이터 안에서 무조건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보여주듯 놀이터 1층 안내 데스크에는 ‘Only English Zone(영어 전용 공간)’이라는 현수막이, 놀이터 벽면 곳곳에는 ‘영어만 사용해달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동작구 관계자는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원어민 강사는 영어로만 말한다”며 ”한국어를 아는 강사를 섭외해 뒀기 때문에, 아이가 한국어로 말해도 이해하고 영어로 답한다”고 했다.
이날 자녀와 함께 영어놀이터를 찾은 학부모들은 저렴한 이용료에 원어민과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영어놀이터의 장점으로 꼽았다. 5세 딸을 데리고 이곳에 방문한 오모(36)씨는 “원어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이에게 사설 화상 영어를 시켰는데, 한 달에 20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여기는 5000원 정도면 원어민과 만날 수 있으니 편리하다”고 했다.
이 영어놀이터에 오기 위해선 ‘광클(빛의 속도로 클릭한다는 의미)’ 경쟁을 해야 할만큼 벌써 인기가 뜨겁다. 7세 딸, 6세 아들과 함께 놀이터를 찾은 김모(37)씨는 “원래는 주말에 오고 싶었는데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었다”며 “다음 예약 때는 알람을 맞춰 놓고 주말 예약을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동작구 관계자는 “개소 후 첫 2주치 예약이 열리자마자 마감됐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영어놀이터에 올 수 있도록 예약 기간을 조정할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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