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모도 맘 편히 야근…‘학교 밖 돌봄’ 만든 KB금융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2024. 4. 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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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학교 밖 1호 돌봄’
거점형 돌봄센터 시설비 지원
돌봄 소외 초등학생 54명 수용
인천 서구 거점형 늘봄센터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KB금융그룹 제공]

“아파트 상가에 아이들을 편히 맡길 공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초등학교 학부모 A씨)

지난 18일 오후 3시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2층에 들어서자 먼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 들어가니 여느 상점들 십수 개를 합친 듯한 넓은 공간이 나왔다. 입구에는 천장까지 뻗은 큰 나무 모형과 도서 공간이 눈에 띄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3개 교실에서는 각각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소리 내 책을 읽고 있었다. 푹신한 원형 놀이공간에서는 술래잡기하는 듯 웃으며 뛰노는 몇몇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관련기사 4면

▶ ‘전국 최초’ 학교 밖 돌봄센터 구축...KB금융, 시설비 대폭 지원=지난달 28일 인천 서구 가정동에 개관한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는 초등학생에게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평일에는 최대 오후 8시까지, 방학기간에도 맞벌이 가정의 학부모들이 자녀를 맡길 수 있다. 현재 인근 초등학교 3곳에 다니고 있지만, 교내 돌봄 혜택을 받지 못한 54명의 학생들이 돌봄을 제공받고 있다. 학교 밖 공간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이 곳이 전국 최초다.

인천시교육청과 KB금융은 인근 과밀학교의 공간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돌봄교실 대기를 해소하기 위해 거점형 늘봄센터 개설을 추진하고 나섰다. 특히 인천 서부 지역이 초등학생 과밀 현상으로 곤란을 겪자, 첫 사례로 선정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천 서구의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은 0.89명으로, 8개 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600여명으로 5개 광역시와 서울특별시 기초단체 중에서 가장 많다.

KB금융그룹은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 개설 과정에 크게 기여했다. KB금융은 2018년부터 교육부와 협약을 통해 총 1250억원을 투입해 돌봄 공백 해결을 위한 돌봄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는 5년간 총 500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거점형 늘봄센터를 개관하고 있다. 학교 밖 돌봄 ‘1호’로 선정된 인천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 구축에도 시설비 소요액 절반 가량을 부담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초등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못한 인근 지역 초등학생들이 해당 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돼 대기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늘봄학교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거점형 돌봄기관’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별도 비용 없이 경제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경제금융교육 프로그램’ 과정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밖 돌봄’우려에...안전·시설·프로그램 구축에 총력=애초 인근 학교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려 했으나, 장소 선정이 여의치 않았다. 이에 외부 상가를 매입해 돌봄 공간 조성에 나섰다. 학교가 아닌 외부 공간에서 돌봄을 지원하는 구조가 처음이다 보니, 각종 우려가 뒤따랐던 게 사실이다. 우선 하교 후 각 초등학교에서 거점형 늘봄센터까지 아이들을 수송하는 과정 및 안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아울러 운동장, PC 등 돌봄·교육시설이 기본적으로 갖춰진 학교에 비해 기반 여건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거점형 늘봄센터는 자체적으로 버스 2대를 운영하며, 학년별 하교 시간에 맞춰 직접 아이들을 데려오기로 했다. 이후에는 각 반에 소속된 돌봄전담사들과 우수특기적성강사들이 하루 1개의 무상프로그램을 포함해 개인활동 및 단체활동을 지도한다.

여기에는 체스 등 여가활동과 한글 공부 등 교육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매주 화요일에는 인근 시설들을 이용해 견학 및 체험학습 등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교 밖에 위치한 특징을 이용해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 관계자는 “내일은 늘봄센터 인근에 있는 국민안전체험관에 아이들을 데려가 안전 체험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향후 인근에 위치한 영화관 등 문화시설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개발 및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간 특성상 운동장 등 동적인 활동 여건이 힘든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놀이공간 내에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만들어 활동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는 멀티터치테이블 등 최신 디지털 기기를 구축했다. 도서관을 대체하기 위해 인근 서구도서관과 일정 주기의 도서 대여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에 현재 500권가량의 아동 도서를 구비한 상태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돌봄전담사들도 거점형 늘봄센터가 가진 특장점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내 돌봄 교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김애영(39) 돌봄전담사는 “학교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행정 업무 등에 쏟아야 하는 시간이 있는 반면 돌봄센터는 돌봄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학생들에도 좋은 것 같다”며 “다른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에서도 차별화가 있다 보니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월 4만원 간식비만 부담…“대안으로 택했지만, 오히려 좋아”=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다. 현재 학부모들은 하루 2000원가량의 간식비를 내고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 방과 후 최대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맡기는 데 월 4만원 정도를 부담하는 셈이다. 각종 프로그램이나 운영비 등은 교육청의 자체 예산으로 처리된다. KB금융의 협력으로 시설비 절감을 이뤄내, 각종 시설 구축 및 프로그램 마련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천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박은정 인천시서부교육지원청 복지재정과장은 “KB금융과 교육부의 협약 등을 통해 해당 시설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설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면서 “기업들의 금전적인 지원 역할도 크지만, 자체적으로 가진 분야에 대한 교육 등 역량을 지원해 상생을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교내 돌봄교실에 탈락해 대안으로 택한 곳이지만, 되레 학교와는 다른 장점들이 눈에 띈다는 반응이다. 거점형 늘봄센터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맡긴 학부모 황성진(37) 씨는 “처음에 돌봄 교실에 탈락해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아이를 맡겨보니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교실 환경보다 훨씬 더 아늑한 환경에서 돌봄이 진행되는 것 같아 아이들의 적응에도 더 도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1학년 자녀를 맡긴 김나래(35) 씨는 “간혹 일이 늦게 끝나거나 했을 때도 오후 8시까지 맡길 수 있는 데다, 어느 곳보다 깨끗하고 좋은 시설들이 구축된 것 같아 만족도가 높다”며 “맞벌이 부부다 보니 하교 후 학원에 보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돌봄교실에 탈락해 이곳에 온 게 더 잘된 일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인천시교육청에서는 앞으로 서부 거점센터를 포함해 총 5개의 거점형 늘봄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여느 학교에 뒤지지 않는 시설 조성 및 프로그램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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