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파워 인터뷰 | 베스트셀러‘히든 포텐셜’저자 애덤 그랜트] “어려울 때 태도, 품성의 힘… 친화력·주도력·자제·결의를 합쳐라”

김지수 마인즈 커넥터 2024. 4. 1. 11: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체스는 천재들의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1991년 봄, 미국 전역의 천재가 모인 중등학교 체스 선수권 대회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창단 2년 된 할렘 빈민가 출신의 공립학교 체스팀이 부유한 명문사립학교 출신의 고도로 훈련된 체스팀을 이긴 것이다. 대부분 유색인종에 한 부모 가정 출신의 빈민가 아이들이 어떻게 신동으로 가득 찬 전통 있는 엘리트 백인 체스팀을 이길 수 있었을까.

비밀은 공립학교 체스팀 코치 애슐리의 전략에 있었다. 애슐리는 체스팀을 꾸릴 때 실력이 우수한 아이보다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침착한 아이들을 선발했다. 상대 팀은 심리적 압박을 받을 때, 서두르거나 불안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애슐리의 팀은 프로 선수처럼 냉철하게 행동했다. 자제력과 주도력을 갖춘 팀원들은 상대 팀이 허둥대는 사이 급상승했고, 외통수를 찔러 승리했다.

성취를 결정하는 것은 재능일까? 품성일까?

BTS, 블랙핑크 등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글로벌 K팝 스타 혹은 손흥민, 김연아 등의 스포츠 스타를 볼 때도 우리는 그들의 압도적 퍼포먼스에 열광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들이 보여주는 재능 이면의 정서적 역량, 소위 ‘인성’에 주목한다. 변화무쌍한 무한 경쟁 무대에서 성실함과 인내, 친화력 같은 심리적 자원이 부실하면, 언제 어디서건 돌출하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그의 최근작 ‘히든 포텐셜’에서 바로 그 ‘인성의 신비’를 탐구했다. 그는 수많은 사례와 연구를 통해 ‘품성이 재능보다 훨씬 중요하다’ 고 결론내린다. 실제로 세계적인 음악가, 예술가, 과학자, 운동선수를 심층 면담한 결과, 신동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그들의 재능은 형제자매나 이웃집 아이와 비교에서 좀 더 나은 정도였다.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품성이었다. 다만 애덤 그랜트는 ‘히든 포텐셜’에서 성격과 품성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성격이 ‘평상시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라면, 품성은 ‘어려울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도 성격이 아니라 품성이다. 성격은 우리의 경향이지만, 품성은 우리가 그 경향을 초월해 원칙에 충실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로봇이 심장 수술을 집도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의 인지적 기량이 자동화할수록, 품성 기량은 더없이 중요해진다. 우리는 지금 ‘품성 혁명’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고 선언하는 ‘히든 포텐셜’의 저자 애덤 그랜트를 인터뷰했다. 애덤 그랜트는 ‘히든 포텐셜’에서 높이가 아닌 이동 거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한 사회와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품성 기량의 힘을 짚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애덤 그랜트 ‘히든 포텐셜’저자 하버드대 심리학, 미시간대 조직심리학 석·박사, 현 와튼스쿨 교수

잠재력이란 무엇인가.

“잠재력은 출발점이 아니라 얼마나 멀리 가느냐다. 핵심은 출발점(재능)보다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가’다. 적절한 기회와 배우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있으면 누구든 대단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눈에 보이는 능력’에 집중했지만, 인생 초기에 보이는 재능은 천차만별이다.”

세상엔 신동으로 태어나 세상을 휩쓴 모차르트보다 서서히 부상하는 대기만성형 바흐가 더 많다고 했다. 특별히 세계적인 피아니스, 운동선수 중 신동은 손에 꼽을 정도고 이웃집 아이보다 나은 정도였다는 사실이 허를 찌른다.

“내 생각에 가장 분명한 사례는 미국 스포츠다. 슈테판 커리(Stephan Curry)는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슈터이지만, 주요 농구팀이 있는 단 하나의 대학으로부터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 못했다. 톰 브레이디(Tom Brady)는 미식축구리그(NFL) 역사상 최고의 쿼터백이지만 198명의 다른 선수가 선발되고 나서야 선발됐다. 선발자들은 두 사람 모두 두각을 나타낼 타고난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들은 톰 브레이디가 얼마나 강하게 동기가 부여돼 있는지, 슈테판 커리가 얼마나 품성이 뛰어난지 가늠하지 못했다.”

애덤 그랜트 ‘히든 포텐셜’저자

품성 기량이라는 워딩 자체가 강한 영감을 준다. '주도력' '친화력' '자제력' '결의' 이 네 가지 기량은 어떤 기준으로 추출된 것인가.

“지난 20년 동안 나는 친화력과 주도력에 대해 파고들었다. 이 두 가지 품성이 핵심 동기가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경제학자 라지 체티(Raj Chetty)의 논문을 읽고 품성이 단순한 성품을 넘어서 기량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라지 체티는 어릴 때 어떤 유치원 교사에게 배웠느냐에 따라 20대에 돈을 얼마나 벌지 예측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라지 체티가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훌륭한 유치원 교사로부터 품성 기량을 배운 학생은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량에 관해 연구 논문들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화력과 주도력에 자제력과 결의가 합쳐졌을 때 품성 기량이 증폭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품성과 성격은 무엇이 다른가.

“성격은 평상시에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면, 품성은 힘든 시기에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품성은 낮은 본능을 극복하는 학습된 기량의 묶음이다.”

한국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는데, 품성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늦게라도 길러질 수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

“서아프리카 출신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타나듯이, 품성 기량을 발달시키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40대와 50대 창업가들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1주일 동안 마이너스(-) 기회를 예견하고 변화를 주도하고 장애물을 극복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마이너스 품성 기량을 연습하도록 했다. 그런데 2년 후 그들의 수익은 30% 증가했다. 재무와 마케팅 같은 인지 기량을 학습한 다른 집단이 올린 수익률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인지적 기량이 자동화하면서 지금 시대는 품성 혁명의 한가운데 있다고 했다. 생성AI(Generatative AI) 시대에도 유효한 통찰인가.

“내가 그 대목을 쓴 시점이 바로 생성 AI (Generative AI)가 급속히 발전하는 와중이었다. 나는 예전보다 지금, 품성 기량이 한층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원칙이 뭔지 결정할 권한을 기계에 맡겨서는 안된다.”

당신의 품성 기량을 붇돋워 준 사람은.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았던 나는 기적처럼 내 숨은 잠재력을 간파한 제인 더턴(Jane Dutton)이라는 멘토를 만났다. 그는 내가 마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내면의 마술사를 자유롭게 풀어주라!’고 격려했다. 나는 점점 강연 무대를 마술쇼라고 생각하고 청중을 놀라게 할 깜짝 요소와 장난을 도입했다. 작은 강의실에서도 사시나무 떨듯 떨던 한 사람이 1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테드(TED) 무대에서 강연하고 박수갈채를 받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운 좋게도 잠재력을 끌어내 줄 최고의 스승을 만난 것 같다.

“그렇다. 청소년 시절, 스프링보드 다이버 훈련을 할 때도 나는 최악이었다. 몸이 너무 뻣뻣해서 팀원들은 나를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놀렸다. 높이 도약하지도 못하고 빨리 회전하거나 몸을 뒤틀지도 못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에릭 베스트(Eric Best)라는 코치를 만났다. 그가 내게 동기를 유발하고 기회를 줬다. 나는 최악의 다이버였지만 코치는 배우려는 운동선수를 절대로 탈락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내가 주 결승전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코치도 나만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게 몸을 회전시키는 물리학 원리를 설명해 줬고, 나는 뒷마당에 있는 트램펄린에서 빨리 회전하는 법을 연습했다. 다른 선수를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그들이 쓰는 기법을 연구하도록 격려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예상보다 한 해 일찍 주 결승선에 진출했고, 주니어 올림픽 대표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의 동기부여와 외부로부터의 동기부여 중 어떤 것이 더 강력한가.

“어느 쪽이 더 효과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게 훨씬 더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연구를 통해서 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령 대학 기부금을 부탁하는 일을 한다고 치자. 이때 혜택받을 학생을 한 사람만 직접 만나봐도 일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기부금이 왜 필요한지에 관한 전화 통화에 두 배 이상 시간을 쓰고, 조성하는 기금 액수가 세 배 이상 늘어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일으키는 구체적인 변화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편 잠재력과 교육은 뗄레야 뗄 수 없다. 잠재력을 높이는 교육 체제로 핀란드 시스템을 높이 평가한다. 엘리트 위주의 미국이나 대학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이 먼저 바꿔야 할 건 뭐라고 생각하나.

“미국과 한국 교육 시스템 이면에는 승자독식 문화가 깔려 있지만, 핀란드는 모든 아이가 탁월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핀란드는 교사가 매해 바뀌지 않고, 여러 학년 동안 같은 교사가 같은 학급을 지도하게 되어 있다. 덕분에 학생의 특성에 맞춰 맞춤교육을 할 수 있다. 엘리트 교육은 탁월함을 위해 학생의 정신 건강을 희생시키지만, 핀란드 교사는 ‘아이는 놀면서 배운다’는 의식이 확고하다. 핀란드 학생은 숙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데도 국제표준화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다. 기본적으로 배움을 좋아하도록 설계돼 있다. 나는 아이들이 흥미를 유지할 만한 선택지를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배움을 계속할 기회의 문이다. 예컨대 고전 읽기를 의무화하지 말고 학생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친구와 토론하도록 독서클럽을 만들어 주는 식이다.”

한 사회가 구성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련을 받지 않은 교사에게 무턱대고 한 세대를 맡기기에, 교육은 너무나 중요하다. 어떤 유치원 교사에게 배웠느냐를 알면 소득을 예측할 수 있다는 조사가 과장이 아니다. 둘째, 고용주는 자격증과 과거 스펙에 비중을 크게 두지 말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유연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급속히 변하는 세상에서 민첩함은 경력보다 중요하다.”

김지수 마인즈 커넥터( Minds Connector)전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위대한 대화’저자

그러나 대학이나 기업의 면접관들은 여전히 지원자의 잠재력을 식별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 듯하다. 탁월함으로 전진하는 사람을 가려 뽑을 방법이 있나.

“지원자의 성장을 예측하려면 평균 학점보다 학점이 그리는 궤적을 살펴봐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능력이 향상됐는지가 중요하다. 일례로 어린 시절 힘든 일을 겪고 지금 이 자리에 왔다면, 그 학생은 장애물을 직면하고 극복했다는 증거다. 돌파한 난관이 무엇인지, 애초 출발점에서 얼마나 멀리 이동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런 품성 기량을 지닌 사람이 성장하고 조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의미 있는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은 얼마나 성취했는지, 그 이상의 의미다. 거기 이르기까지 얼마나 장족의 발전을 했는지로 가늠해야 한다. 나는 언젠가는 공상과학소설이든 추리소설이든,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이 있다. 나도 갈 길이 멀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