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과 ESG] 친환경 경영, 그린워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진효 2024. 4. 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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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친환경 경영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을 친환경으로 표시·광고하는 것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로 노력한 결과가 자칫 표현을 잘못해서 그린워싱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실제로 올해 초 자문하고 있는 모 기업에서 친환경 활동 성과에 대한 대외 공개 여부와 그 수준을 두고 그린워싱 리스크를 진지하게 검토했던 적이 있다. 여러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최대한 절제하고 조심스럽게 표현하자는 것이었다. 그린워싱을 걱정하는 기업 담당자들도 친환경 활동을 자랑하지 말고 아예 소통 자체를 삼가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이는 기업이 그린워싱에 대한 문제를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그린허싱(Green Hush-ing)’에 대한 또 다른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에 대한 표방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린워싱 적발 및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해외에서는 관련 소송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조사 기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전 세계 금융기관의 그린워싱 사례가 전년 같은 기간 86개에서 148개로 약 70% 증가했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정책 및 규제를 내놓고,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김진효 법무법인(유한)태평양 외국변호사한양대 경제학, 에섹스대경제학석사, 루이스 앤드 클록로스쿨 법학석사, 전 THE ITC 기후환경팀장, 전 포스코 무역통상팀 매니저

예컨대 유럽연합(EU)은 그린클레임 지침 (Green Claim Directive)에 합의했으며, 친환경 활동을 표시·광고하는 기업이 직접 그린워싱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기업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및 녹색으로 광고·표기하는 경우, 이러한 내용이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일반 기준들에 대해 모두 문제없음을 직접 소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거래위원회(US TFC)의 그린가이드를 개정 중에 있으며, 친환경 마케팅 주장에 대한 사용 지침을 개정하여 그린워싱에 관한 조사와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9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을 개정해 그린워싱에 관한 세부 판단 기준을 정비했다. 개정된 심사 지침은 환경성 표시· 광고에 관한 기본 원칙과 주요 친환경 활동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 스스로 그린워싱 가능성을 사전 점검할 수 있는 셀프 체크리스트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환경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

환경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거짓 또는 과장이다.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이 개선되는 효과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효과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환경 관련 인증 마크 획득 사실을 다르게 표시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두 번째는 기만적 표시·광고다. 환경 개선에 대한 내용이 관련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자발적으로 행한 것처럼 표시하거나 어느 한 부분에만 해당하는 내용을 다른 부분에도 해당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상품을 구성하는 일부 자재의 환경적 속성이 개선된 것을 근거로 상품 전체가 개선된 것으로 표현하면 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부당한 비교 표시·광고는 비교 대상이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 제품을 비교 대상에 비해 우량하거나 유리하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최고, 최초, 유일’ 등의 배타성을 띠는 절대적 표현을 사용해 광고하는 행위도 해당될 수 있다. 마지막은 타제품을 근거 없이 비방하거나 불리한 사실만을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타사 제품의 단점을 크게 부각시켜 소비자가 실제보다 현저히 열등한 것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타사 상품에 대한 환경적 속성이나 효능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 누락, 축소시켜 비방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 등에서 제시한 부당한 표시· 광고의 유형은 대표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유형화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그린워싱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특정 행위가 심사 지침에서 제시된 위반 사항과 유사하더라도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없거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환경 관련 표시·광고 기준

글로벌 항공사 KLM(Royal Dutch Air-lines)은 자사의 ‘Fly Responsibly’ 광고를 통해 KLM이 지구의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KLM의 온실 가스 배출량을 2019년 배출량 대비 12%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위해 지속 가능 항공유(SAF) 사용, 탄소 배출권을 활용한 항공 배출량 상쇄(offset) 등을 활용한다고 광고했다. 이에 대해 환경 단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KLM 상대로 그린워싱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쟁점은 항공사가 허위 또는 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다.

KML 그린워싱 소송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고 측은 KLM이 산림 재조림에서 발행된 탄소 배출권 구매를 통해 비행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면서 ‘탄소 중립 비행’ 또는 ‘탄소 제로 비행’이라고 광고하는 것 자체를 그린워싱이라고 주장했다. 탄소 배출권 소각이 비행사의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뒤에서 살펴볼 표시·광고에 관한 일반 원칙 중에서 진실성 및 실증 가능성을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원고 측은 KLM이 SAF 사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홍보한 것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KLM의 SAF 사용 비중은 화석연료 사용량의 0.18%밖에 되지 않음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바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즉, 표시·광고에 관한 일반 원칙 중 상당성을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

기업이 자사에 관한 환경성 표시·광고를 할 때는 기본적인 원칙 준수를 통한 그린워싱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본 항공사의 사례도 환경성 표시·광고에 관한 기본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소송으로 볼 수 있다.

환경성 표시·광고에 관한 기본 원칙의 첫 번째는 진실성이다. 표시·광고의 내용과 표현 및 방법이 명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시킬 우려가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에서 특정 성분이 미검출된 시험 성적서를 가지고 ‘무독성 제품’과 같이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해 광고하는 경우,해당 제품이 모든 경우에 독성물질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진실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진실성과 더불어 환경성에 관한 표시·광고는 명확성, 구체성, 완전성 그리고 상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표시·광고하는 대상이 제품의 전부 또는 일부 중 어느 부분에 관한 것인지 명확해야 하고 환경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누락 또는 축소하여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환경성을 실제로 개선한 정도보다 과장하여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류의 재활용 섬유 함량을 2%에서 3%로 늘린 경우, ‘재활용 함량 50% 증가’로 표시하게 되면 기술적으로 해당 표시는 사실이나, 재활용 섬유 1%를 더 사용한 것이 실질적인 환경 개선을 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재활용 섬유 사용을 크게 늘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 외에 기본 원칙으로는 환경 개선의 자발성, 실증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자발성의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근거로 자발적으로 환경성을 개선한 것처럼 표시·광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실증 가능성은 표시·광고한 사항에 대해 최신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로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그린워싱 예방

기업은 앞서 살펴본 그린워싱에 관한 일반 원칙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부 점검 및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위해 수립한 목표를 비롯해 이행 성과에 대해서 이해관계자들과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린워싱에 관한 심사 기준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가이드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린워싱에 관한 국내외 사례를 적극 모니터링해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참고로 기업이 그린워싱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활용하는 것도 좋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지침의 셀프 체크리스트로 표시·광고에 관한 기본 원칙별 위반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표시 광고의 내용이 제품에 대한 것인지, 포장에 대한 것인지, 제품 일부에 대한 것인지를 제품의 포장, 매뉴얼 또는 홈페이지 등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가’란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식이다.

친환경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성과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더불어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이 그린워싱이 되지 않도록 진실한 소통에 대한 고민도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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