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AI 반도체 유니콘 후보'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 | "차세대 반도체, 3분기 공개…잠재력 증명 후 IPO 도전"

김우영 기자 2024. 4. 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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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정직하다. 성능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사 가는 기업은 없다. 우리는 성능으로 가치를 증명하겠다.”

인공지능(AI)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퓨리오사AI를 이끌고 있는 백준호 대표는 3월 11일 서울 본사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퓨리오사AI가 만든 AI 전용 반도체 ‘워보이’ 는 일명 ‘신경망처리장치(NPU)’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AI 연산에 최적화된 게 특징이다. 워보이는 지난해부터 카카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돼 상용화가 완료됐다. 대만 에이수스(ASUS) 역시 워보이를 자사 AI 서버에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퓨리오사AI는 올해 3분기 2세대 NPU ‘레니게이드’의 양산 샘플을 공개할 예정이다. 종합 성능으로 따지면 전작 대비 최대 20배 높아졌다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미국 조지아공대 전기공학부 학·석사, 전 AMD GPU팀 엔지니어,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엔지니어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최근 퓨리오사AI에 대한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공개(IPO)다. 현재 주관사 선정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선 퓨리오사AI 상장 시 기업 가치가 3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 대표는 IPO 준비와 관련해 “출시 예정인 레니게이드의 시장 가치와 잠재력이 증명될 때 IPO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에서 학위까지 받았고, AMD에서도 근무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는.

“한국은 자동차부터 배터리, 메모리 반도체까지 하드웨어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경험과 역량을 갖춘 나라다. 지금 AI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국가도 전 세계에서 한국, 미국, 중국 세 나라밖에 없다. 퓨리오사AI는 한국에서 설립했지만, 정체성은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이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했다고 미국 시장에 판매를 못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반도체는 정직하다. 뛰어난 제품은 거짓말을 안 한다. 글로벌 기업들도 결국 뛰어난 제품을 선택한다. 어디에서 창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반도체는 정직하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반도체는 성능을 속일 수 없다. 올림픽 100m 달리기와 똑같다. 성능이 떨어지면 바로 티가 난다. 시장은 냉정하다. 반도체 시장은 세일즈 역량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퓨리오사AI는 성능으로 시장에서가치를 증명하겠다.”

퓨리오사AI의 AI 반도체 워보이의 강점은.

“AI 반도체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GPU 대비 가성비가 월등하다. 워보이는 개발에 6년, 양산까지 300억원밖에 안 들었다. 여기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더 많은 인적자원을 투입한다면 훨씬 우수한 제품이 나올 수 있다. 심지어 워보이는 1세대 제품인데도 양산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모두 달성했다. 현재 카카오 데이터센터에는 워보이 120대가 투입돼 앱 구동에 사용되고 있다. 투입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안정적으로 작동 중이다.”

퓨리오사AI의 2세대 칩 ‘레니게이드’. 사진 퓨리오사AI

퓨리오사AI가 추론 영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것보다 실제 사용 단계인 추론 영역의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엔비디아도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 제품 40%가 AI 추론 영역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챗GPT의 답변들도 사실상 추론의 영역이다. 앞으로 AI 수요는 더 커질 텐데, 추론에 특화된 AI 반도체 수요도 더 늘 수밖에 없다.”

출시를 앞둔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 성능은 전작 대비 얼마나 뛰어난가.

“트랜지스터만 놓고 보면, 1세대 제품 대비 약 20배 더 들어간다. 메모리 성능의 경우 고대역폭 메모리(HBM)3가 탑재돼 25배 이상 좋아졌다. 정수(integer) 계산 능력은 8배 좋아졌다. 종합적인 성능은 최대 20배까지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성능 테스트 ‘엠엘퍼프(MLPerf)’도 받을 예정이다. 고객사에 보여줄 양산 샘플은 올해 3분기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레니게이드에 HBM3가 탑재되는 것은 양산 예정 NPU 제품군 중 유일하다고.

“그렇다. 최신 사양의 HBM3를 탑재한 NPU는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힌다. 반도체는 몇 년 뒤를 내다보고 만들어야 한다. 지금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설계에 들어가면 실제 제품은 2~3년 뒤에 나온다. 그땐 늦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HBM이 필요한 만큼 강력한 AI가 없었다. 그때는 챗GPT도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HBM3까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레니게이드를 개발해 왔다.”

레니게이드 이후 제품도 준비 중인가.

“물론이다. 더 강력하고 발전한 AI가 시장에 등장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자면, 처음 스마트폰이 출시된 뒤 다양한 앱이 나왔고, 고사양의 앱을 구동하기 위해 기능이 더 강화된 스마트폰이 개발됐다. AI도 마찬가지다. 선순환 구조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생태계를 장악한 배경 중 하나로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쿠다(CUDA)’가 꼽힌다. 퓨리오사AI는 어떤가.

“우리도 AI 개발자들이 우리 제품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자면, 테슬라의 경쟁력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성을 개선하고 소프트웨어를 강화한 데 있다고 본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가 탄생한 배경이다. AI 반도체 역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의 70%가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AI 반도체 기업이라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둘 다 잘해야 경쟁력이 있다.”

퓨리오사AI가 엔비디아를 이기려면.

“엔비디아가 가솔린차라면, 우리는 전기차다. 가솔린차와 전기차는 경쟁 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영역이기도 하다. 전기차가 고유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듯, 우리도 우리만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소프트웨어 지원을 통해 AI 개발자들의 사용성을 높일 것이다. 이를 통해 가솔린차(엔비디아 제품) 사용자들이 전기차(퓨리오사AI 제품)로 넘어오게 할 것이다. ”

IPO와 관련해 현재 주관사 선정 중이라고.

“우선 2세대 칩 레니게이드의 시장 가치와 잠재력이 증명될 때 IPO에 도전하고자 한다. 누가 봐도 이 칩은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고 있는 칩이고 제품성이 있다고 볼 때 퓨리오사AI가 상장할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자가 되려면.

“AI 반도체는 새로운 기회다. 하지만 곧 닫힐 것이다. 엔비디아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우리도 제품을 개발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고 있다. 지금 한국은 정부의 의지도 있고, 훌륭한 인적자원도 많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도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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