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 주거용 부동산 역세권 투자의 허와 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2024. 4. 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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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에 물어보라’는 우스갯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요즘이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GTX 호재 유무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 모양새다. 당장 3월 말 개통을 앞둔 GTX-A노선(서울 수서역~화성 동탄역)이 집값을 요동치게 만드는 핫이슈로 떠올랐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GTX 후광효과 덕분에 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모 아파트(전용면적 102㎡, 34층)가 역대 최고가인 22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지난해 9월 동일 면적 대비 1억원이나 오른 가격인데, 부동산 불황기임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국지적이지만 GTX 개통이라는 역세권 호재가 꽁꽁 얼어붙은 주거용 부동산 시장마저 들썩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사회에서 집은 거주 목적의 보금자리이자 동시에 재테크 목적의 투자처로 자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 및 경제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의 대량 공급 필요성이 커졌는데, 이 무렵 등장한 아파트가 국민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명실공히 거주와 투자(재테크)를 겸하는 대표 주거용 부동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3월 7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착공기념식. 사진 연합뉴스

역세권 투자는 거주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거주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아파트는 어떤 모습이고, 또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생각건대 호황기에는 시세 상승을 주도하되 불황기에도 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거주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아파트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교통(도로 및 철도), 단지 규모, 학군(학교 및 학원), 커뮤니티 시설, 쇼핑 시설(백화점 및 대형할인마트), 조망권 등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현대사회로 진화할수록 직주 근접에 따른 도시 집중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감안하면 교통 조건, 특히 역세권은 거주와 투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역세권이란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을 중심으로 통상 반경 800m 이내의 지역을 말하며, 도보로는 성인 기준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또한 지하철역을 도보로 이용하는 시간이 5분 이내(반경 400m 이내)로 짧은 곳은 초역세권이라고 하며, 환승 가능한 역이 몇 개인지에 따라 더블역세권(2개 노선), 트리플 역세권(3개 노선)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역세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도시화가 심화할수록 인구 유입에 따른 교통난과 함께 역세권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결국 역세권이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조건)으로 자리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주거용 부동산을 고를 때 역세권이 거주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코 실(實)일 것이다. 하지만 역세권에 대한 실체적 검증과 경제성 분석 없이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부동산이라는 상품의 속성상 거액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코 허(虛)일 뿐이다.

역세권이라도 다 같은 역세권이 아니다

역세권의 주된 기능은 교통 체증으로 인해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 데 있다. 특히 직장인이나 학생에게 통근(통학)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은 역세권 주거용 부동산의 효용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과 동일시된다. 효용 가치가 커질수록 역세권 주거용 부동산에 수요가 몰리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다만 역세권이라도 다 같은 역세권이 아니라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역세권의 형태에 따라 주거용 부동산의 효용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같은 수도권 지하철이라도 노선에 따라 주거용 부동산의 효용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주거용 부동산의 효용 가치를 최대화하는 역세권으로는 지하철 2호선, 3호선, 7호선, 9호선, 분당선, 신분당선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들 노선은 여타 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을 견인해 온 경험치가 있는데, 서울 강남의 핵심 요충지를 관통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때 미분양 내지 미입주로 고전했던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가 서울 강남 접근성을 크게 개선한 신분당선의 개통과 함께 인기 지역으로 급부상하면서 전국구 고가 아파트 단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GTX발 역세권 호재로 동탄2신도시가 들썩거리는 것도 이와 유사한 경우라고볼 수 있다.

반면 같은 역세권이라도 상대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의 효용 가치를 크게 개선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우이신설선, 신림선, 용인선, 의정부선, 김포골드라인 등으로 대표되는 경전철 노선을 들 수 있다. 경전철 노선이 일반적인 지하철 노선에 비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정시성(定時性)에 취약하고 대량 수송이 어렵다는 데 있다. 이는 주거용 부동산의 투자 목적과도 직결되는데, 통근 및 통학 수요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투기적 과대평가 매물에 주의하라

GTX-A노선의 조기 개통을 호재로 특급 수혜지로 꼽히는 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역(2024년 3월 말 개통)과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역(2024년 12월 말 개통) 인근 아파트값이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이슈가 된 동탄역 인근 모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02㎡가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2024년 2월 역대 최고가 22억원에 거래돼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오로지 GTX 역세권 개통 호재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값에 GTX발 거품이 잔뜩 들어간 게 아닌지 합리적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데 있다. 아울러 GTX-A노선의 조기 개통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그렇다면 거품 여부를 객관적인 수치(실거래 사례)로 들여다보자. 동탄역 해당 아파트값을 복수의 상급지 아파트값과 비교해 보면 된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3.3㎡당 동탄역 해당 아파트값은 7억1300만원인 데 반해, 비교 대상인 서울 마포구 역세권 모 아파트값(2024년 1월 거래)은 6억8400만원, 또 다른 비교 대상인 판교역 모 아파트값(2024년 1월 거래)은 5억3600만원으로 나타났다. 과연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상급지로 알려진 마포구 역세권 모 아파트와 수도권 최상급 신도시로 손꼽히는 판교역 모 아파트를 뛰어넘을 만큼의 효용 가치가 뛰어난 곳일까. 비교해 볼수록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판단은 수요자의 몫이다. 초특급 역세권 호재라고 할지라도 투기적 과대평가 매물로 의심되는 경우라면 보다 신중히 접근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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