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1일 後 : 지키지 않은 약속들 [공약 공염불➊]

김다린 기자 2024. 4. 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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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22대 총선 특집 공약의 기록
2006년 4월 後 지키지 않은 약속
어김없이 사라진 정책·공약들
상대 악마화하는 지리멸렬 다툼
공약 내놓긴 하지만 이목 못 끌어
그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약속들
되풀이되는 空約 정치 종식해야
표심을 잡겠다고 내놓은 공약은 이행되지 않기 일쑤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약속은 신뢰다. 약속을 허투루 다루면 '사적 관계'도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왜 못 지켰는지" "언제쯤 지킬 건지"를 설명하는 건 약속을 어긴 이의 채무다.

# 하물며 사적 관계도 이런데, 공적 약속을 습관처럼 잊는 사람들이 있다. 여야 금배지들이다. 때만 되면 '공약의 성찬盛饌'을 늘어놓지만, 그걸 지켰는지 지키지 않았는지 분석조차 하지 않는다. 혹여 지키지 않았더라도 성찰 따윈 없다. 다음 선거 때 모른 척 '재탕삼탕' 공약만 내놓으면 그만이다. 이들에겐 공약 이행도를 알려야 할 법적 의무도 없으니 '고질병'은 갈수록 심해진다.

# 이를 검증해야 할 미디어에도 문제가 있다. 한강벨트니 낙동강벨트니 이상한 용어를 만들어 '왜 나왔는지도 모를' '지금껏 뭘 했는지도 모를' 후보들을 조명하느라 바쁘다. 이들에게 약점이 될 만한 말과 행동만 대서특필하는 고약한 미디어들도 숱하다. 그러는 사이 정책 선거는 방향을 잃고, 정치는 신뢰를 잃는다.

#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도 공약을 검증하기로 했다. 2020년 21대 총선, 2022년 20대 대선에 이은 세번째 공약 검증 시리즈다. 이번엔 첫 선거를 치르는 2006년 4월 11일생 만 18세 유권자의 생애주기에 초점을 맞췄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족히 16년에 이르는 기간, 의회 권력을 장악해 온 민주당 계열(통합민주당ㆍ민주통합당ㆍ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계열(한나라당ㆍ새누리당ㆍ미래통합당ㆍ국민의힘) 정당의 공약 1585개를 일일이 분석했다.자! 더스쿠프 공약 검증 視리즈 '2008년 후 지키지 않은 약속' 그 첫 페이지를 연다.

요즘 정치인. 참 볼썽사납다. 상대를 비방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말을 너무 많이 쏟아낸다. 온라인 공간에선 도가 지나친다. 적을 헐뜯는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의 격한 대치가 '웃지 못할 촌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4ㆍ10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린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새롭게 뽑는 날이다. 국회의원은 법률을 제정하고 고치는 입법기관이다. 민생에 도움을 주고 국익에 부합하는 입법권을 행사하는 게 이들의 소임이다. 선거를 앞두고 발표되는 각 정당의 정책 공약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18대 총선에선 지켜지지 않아 아쉬운 공약들이 많았다.[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선거의 대표상품이어야 할 정책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전이나 의제도 없다. 그러니 두 정당의 지리멸렬한 공천 작업만 화제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래서인지 여야를 막론하고 본선에 오른 후보를 보면 '친○' '반○' 란 꼬리표가 먼저 보인다.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정당들의 대표 공약이 뭐냐고 물으면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유권자가 많지 않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두 정당이 공약을 내놓지 않은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회복, 미래 희망, 민주 수호, 평화 복원이라는 4가지 비전을 중심으로 10대 공약을 확정했다. 세부계획으론 기본주택 100만호 규모의 주거복합플랫폼, 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 연구개발(R&D) 예산 5% 확보, 아동수당 18세까지 월 20만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공약은 저출산과 기후위기 해결, 서민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인구부 신설, 늘봄학교 무상화, 소상공인 보증ㆍ정책 자금 목표액 2배, 재형저축 재도입, 지역의료격차 해소 특별법 등을 대표 상품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 언뜻 봐도 방대한 공약집에 늘어놓은 약속을 지키는 게 불가능해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국회 4년차 시점에서 분석한 공약 완료율은 대개 50% 안팎. 약속 둘 중 하나는 어겨왔으니, 그들의 공약을 믿는 게 더 이상할지 모른다.

국회를 향한 불신도 상당하다. 통계청의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회의 국민 신뢰도는 24.7%였다. 조사 대상 7개 국가기관 가운데 꼴찌였다. 6위인 검찰(44.5 %)보다도 19.8%포인트나 낮았다. 국회 신뢰도는 2016년 12.6%에서 2018년 15.0%, 2020년 34.4%로 꾸준히 높아졌지만, 2022년(24.7%) 들어 10%포인트 이상 대폭 꺾인 뒤 반등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도 반박 포인트는 있다. '극단의 여소야대 국면인데 어떻게 일을 하느냐'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데 어떻게 일을 하느냐'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기까지 4년은 너무 짧다'….

하지만 이는 핑계다. 지킬 수 있었는데도 지키지 않은 공약이 너무 많다. 십수년 전 약속하고, 총선 때마다 재탕삼탕 내놓은 약속들도 적지 않다. 그사이 거대 양당은 '이름'을 바꿔가면서 의회권력을 장악해 왔다. 도대체 이들은 공약을 어떻게 처리해온 걸까.

자! 이쯤에서 가정 하나를 해보자. 이번 선거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이 청년들이 막 말문이 트일 때쯤(2008년) 18대 총선이 열렸고, 어린이집을 한창 다닐 때(2012년)엔 19대 총선이 열렸다. 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2016년) 20대 총선이 열렸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2020년)엔 부모님 손을 잡고 유세장이나 21대 총선 투표장을 갔을 것이다.

이번 총선이 생애 첫 선거인 2006년생 유권자가 선거권을 보장받는 나이까지 온전히 자라는 동안 두 거대 정당이 쏟아낸 공약은 몇 개였을까. 2008년 18대부터 2020년 2020년까지 4번의 선거에서 두 정당이 총선 공약집에 담은 공약의 숫자는 총 1585개, 민주당 계열(통합민주당ㆍ민주통합당ㆍ더불어민주당) 877개, 국민의힘 계열(한나라당ㆍ새누리당ㆍ국민의힘) 708개였다. 여기에 지역별ㆍ의원별 공약까지 더하면 수만건이 넘을 게 분명하다.

두 거대 정당은 공약을 내놓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사진=연합뉴스]

더스쿠프 총선 특별취재팀이 18대 총선부터 22대 총선까지 거대 양당이 내건 1585개의 공약 중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약속을 8개 분야로 나눠 분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은 충분했고, 정치권이 타협을 이룰 시간은 차고 넘쳤는데도 왜 지키지 않았느냐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분야는 경제일반, 일과 가정, 교육, 청년일자리,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기업, 부동산 등이다.

이중엔 회기 중 달성한 공약도 있고, 회기가 지났지만 뒤늦게 이행한 공약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08년 18대 총선 때 통합민주당이 내건 공약인 '납품단가 연동제'는 15년이 흐른 지난해 시행했다. 협력ㆍ중소기업 등 기술 탈취할 경우 징벌적 배상을 매기겠단 약속도 2021년에야 지켰다. 국민의힘 계열도 마찬가지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약속했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매출액(4800만원 미만) 상향 조정'은 2020년 현실화했다. 팬데믹이 없었다면 빈말에 그쳤을 공산이 크지만, 공약을 뒤늦게 이행한 건 사실이다. 18대 총선에서 약속한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 용역 범위 확대'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제 도입' '엔젤투자시장 육성'도 결과적으로 지키긴 했다. 두 정당이 십수년간 공히 외쳐온 '영유아 보육수당을 확대하겠다'는 약속 역시 현실화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지키지 않은 공약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이 역시 사례를 들어보자. 2008년 통합민주당이 약속했던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 부부 합산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을 정하되 이중 일정기간은 남성만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공약은 말의 성찬盛饌에 그쳤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 할당제는커녕 육아휴직 제도도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그사이 한국의 합계출산율(0.72명ㆍ2023년 기준)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2년 새누리당이 내세운 '장애인 정규 교육 강화' 공약도 지키지 못했다. 이 공약은 특수교원 7000명을 증원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2012년 7654명이었던 특수학교 교원 수는 2023년 1만1038명으로 고작 3384명 늘어났다.

양당은 빈말만 늘어놓은 것도 모자라 '재탕삼탕' 공약도 숱하게 쏟아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3동 원칙(동일가치노동ㆍ동일임금ㆍ동일처우)을 법제화하겠다"는 약속을 18대 총선 때부터 꺼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계열 역시 "공공임대 주택 비율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선거 때마다 꺼내 들었지만, 여전히 이 비율은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에서 맞은 22대 총선이다. 지킨 공약은 무엇이고, 못 지킨 공약은 무엇이며, 또 지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해야 '다음'이 있을 텐데, 두 정당은 그런 발걸음을 떼지 않는다. 그러니 공약다운 공약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우린 더스쿠프 591호, 592호 두 호에 걸쳐 거대 정당의 공약을 검증할 계획이다. 591호에선 2008년 18대 총선 이후 16년 동안 거대 양당이 지키지 않은 약속들을 해부했다. 22대 총선의 가장 어린 유권자(2006년 4월 11일 이후 출생ㆍ만 18세)가 태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잡았다. 592호에선 22대 공약과 위성정당의 공약을 함께 따져볼 계획이다. 자! 視리즈 '2008년 후 지키지 않은 약속' 그 첫 페이지를 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22대 총선 특별취재팀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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