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인공지능을 만날 때 필요한 것

이희욱 기자 2024. 4. 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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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이 지났다.

다른 이들보다 도드라지는 결과물을 만들도록 인공지능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이 시대 인간의 경쟁력이다.

그러고보면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인간의 창의성이 투영된 거울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인공지능을 섬세하게 조율할 수 있는 지혜와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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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 도구인 미드저니가 만들어낸 그림

벌써 5년이 지났다. ‘문송’인 내가 코딩이란 걸 혼자 배워보겠다고 결심했을 때다. 무료 강좌는 넘쳐났다. 그 와중에도 막막했던 건, 콕 집어 물어볼 스승이 없다는 것이었다. 구글이 웬만큼 답을 찾아주긴 했지만, 쪽집게처럼 궁금증을 풀어주기엔 부족했다. 개발자 커뮤니티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들은 어려운 질문엔 쉽게 답을 줬지만, 초초초보적인 궁금증은 오히려 해결하기 어려웠다. 풍요 속 빈곤이 이런 것이구나. 그무렵 나는 몹시 목이 탔다. ‘아무때나 물어볼 수 있는 개발자 친구 하나 있었으면.’

그래서 나는 생성 인공지능 시대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자임한다. 챗지피티 이후로 봇물터진 인공지능 챗봇 열풍은 나같은 신참에겐 날개나 다름없었다. 생성 인공지능 시대엔 묻고, 대답에서 다시 정답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물으면 정답이 나왔다. 코드 사용법을 알려줄 뿐 아니라 새로운 코드도 알아서 제안해줬다. 질문의 문턱도 낮아졌다. 예전엔 자전거 안장을 고정시켜주는 부품명을 몰라 검색하기 난감했다면, 이젠 ‘시트 클램프를 교체하는 방법은?’이라고 검색하는 대신, 궁금한 곳에 동그라미를 치고 이미지를 찍어 올리면 된다.

코딩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인공지능 화가는 나같은 타고난 ‘똥손’에게도 기회를 줬다. 영감만 있다면 입으로 그리면 된다. 손은 인공지능이 대신하니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문장력이 부족해도 낙담할 것 없다. 기발한 소재만 발굴하면 작문은 인공지능이 도맡는다. 단, 조건이 있다. 인공지능을 잘 ‘드리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이든, 그림이든, 코딩이든 마찬가지다. 꿈의 경계선도 그 능력만큼 확장된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페르소나(자아)는 쓰는 이의 의도와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챗지피티를 ‘말재주는 뛰어나지만, 지식은 언변을 따라가지 못하는 조수’로 쓴다. 생성 인공지능은 어떤 주제에도 막힘없이 줄줄 대답하지만, 늘 옳은 말만 하진 않는다. 말재주에 현혹돼 그럴듯한 거짓말을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이 늘 똬리틀고 있다.

그렇지만 정보를 미리 던져주고 이를 가공해달라는 주문엔 정직하고 성실하며 탁월하다. 어떤 재료이든 싱싱한 상태로만 제공하면 그는 미슐랭 스타 요리사로 변신한다. 생성 인공지능은 수십억가지 레시피를 갖고 있지만, 새로운 요리 주제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건 인간의 몫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고, 제대로 만들었는지 검증하고 고치고 완성하는 ‘인간지능’이 요구된다. 다른 이들보다 도드라지는 결과물을 만들도록 인공지능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이 시대 인간의 경쟁력이다. 인간의 창의성은 여기서 발현된다. 그러고보면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인간의 창의성이 투영된 거울이다.

누구나 인공지능에 쉽게 접근해 쓸 수 있는 시대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알고리즘과 차별화되는 너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가르쳐야 할까.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인공지능을 섬세하게 조율할 수 있는 지혜와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할 때다. 협업하고 소통하는 능력과 더불어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갖추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 신호등이 포함된 이미지 조각을 골라내는 것으로 겨우 인간임을 입증한다면 너무 초라하지 않나. 내 아이의 창의성이 인공지능의 생산성과 만나는 접점, 그 공간이 교실이 되길 꿈꾼다.

이희욱 미디어랩팀장 asad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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