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만 보던 울엄마 위해 색연필로”…SNS서 돌풍 불자 환갑에 화가로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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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는 살아생전 이름을 알리지 못했지만, 그가 죽고난 뒤 동생과 나눈 수백통의 편지와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불멸의 화가'가 됐다.
벽에 걸린 한 점의 그림 뒤에는 이를 그려낸 작가의 삶과 인생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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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앓던 어머니 위로하려
색연필로 그린 그림 SNS서 화제
전시 작품 40여점 모두 팔리기도
김재진 작가는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음악에는 재능이 없었다. 좌절감에서 쓰기 시작한 글이 천직이 됐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영남일보(1976)·조선일보(1993) 신춘문예와 문예지 작가세계(1993)에서 각각 시, 단편, 중편 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40여년간 30여권의 책을 썼다.
글재주를 살려 방송국 PD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작가는 1991년 당시엔 흔치 않았던 이웃돕기 프로그램을 발로 뛰며 만들어 정규방송에 편성시켰다. 그는 “그 방송은 지금까지 34년간 이어져 최장수 이웃돕기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며” 방송국을 나온 뒤에도 정목스님과 함께 아픈 아이들을 돕는 ‘작은사랑’이라는 프로그램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음악과 글을 쓴 경력이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도움이 됐을까. 그는 “문장에도 그림에도 각자의 리듬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력이 도움됐다고 하기 보다는 내 글과 그림에 내가 가진 나만의 리듬이 녹아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처음 붓을 잡게 된 건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으며 오랜 기간 투병하던 어머니 때문이었다. 김 작가는 “병상에서 벽만 보고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빈 공간에 ‘입’을 하나 그려달라고 부탁하신 게 어떻게 보면 첫 작품”이라며 “얼마나 고독하셨을까 생각이 들어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매일 그림을 그려 보여드린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으로 그린 자연을 속 독특한 포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늘을 나는 돌고래와 요리사의 팬을 탈출해 은하수로 도망치는 물고기, 뿐만 아니라 고흐와 샤갈의 유명 작품을 오마쥬해 ‘라면 먹는 고흐’ ‘성산일출봉을 나는 연인들’ 등 상상력을 더해 개성을 살렸다. 김 작가는 “그림을 배운 적이 없어 정교하고 공식이 있는 그림은 그리지 못한다. 처음엔 색연필과 파스텔로 그림을 그렸고 지금도 유튜브 영상으로 재료 사용법을 배운다”며 “하지만 글을 쓰던 버릇 때문인지 스토리 없는 그림은 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 글쓰기로 상상력 훈련이 되어있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께 보여드린 스케치북 속 그림을 하나 둘 SNS와 커뮤니티에 올리던 어느 날,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김 작가의 그림이 소개됐고 주변인들로부터 연락이 쏟아졌다. 그는 ”응원에 힘입어 2016년 열게 된 첫 전시에서 직접 그린 그림 46점이 모두 팔리며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다”며 “그건 순전히 행운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림과 책을 판매한 수익 일부를 지역 장애인복지관에 기부했다.
내달 3일부터 여는 7번째 개인전은 35년 전에 떠난 고향인 대구에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김 작가는 “어머니 없는 고향은 고향으로서의 존재감을 잃는다.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내게 마지막 선물로 그림을 주고 가신 것 같다”며 “이번 전시에선 그림과 문학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아직 남아있는 고향의 벗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고싶다”고 설명했다.
사는 내내 도전을 멈추지 않아온 김 작가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없다. 이제 가지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비워야 할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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