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국진 감독, 뻔하지 않아 매력적인 '댓글부대'

박상후 기자 2024. 4. 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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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뻔하지 않아 매력적이다.

안국진(44) 감독의 방향성은 변함이 없었다. 장편 데뷔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부터 독특한 발상과 신선한 접근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만큼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터. 예술성 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잡기 위해 연출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었지만 그의 신념은 올곧았다.

이번에도 기시감이 느껴지는 양산형 영화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녹여낸 작품으로 돌아왔다.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지만 "극장에서 운이 좋지 않아 살아남지 못하더라도 관객이 계속 찾게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안국진 감독의 진심이 '댓글부대'에 고스란히 담겼다.

9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 '댓글부대'는 사회부 기자 임상진이 대기업 만전그룹의 비리를 파헤치다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고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그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장강명 작가가 지난 2015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원작 소설 '댓글부대'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이야기는 재밌는데 영상화하기 어렵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도전해 보고 싶었다. (원작 소설을) 읽자마자 가지고 올 것과 안 가지고 와도 될 것들이 빠르게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이런 소재의 이야기가 영화 쪽에 나와야 될 것 같았다. 이왕 만드는 김에 (이런 소재의 영화를) '다신 못하게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취재 과정은 어땠나.
"취재 과정에서 1년 미만의 신입 기자를 위주로 만났다. 어떤 집단이든 똑같지만 아직 녹아들지 못했고, 타협도 봐야 하고, 복잡한 단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모르겠어요'라는 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댓글부대' 캐릭터를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주인공을 사회부 기자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사실 부서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부서든 권력 관계에 대한 해석은 비슷했을 것 같다. 직업을 떠나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 나오는 기자들은 형식적이지 않나. 몇몇 기자들을 만나 보니 묻지 않아도 제대로 (표현을) 해 달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순수하게 돈을 버는 직장인으로 접근했고 개개인이 느끼는 자괴감 등의 감정을 잘 녹여내고자 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석구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시나리오 작업 초반 손석구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완전히 스타 되기 3~4개월 전이다. JTBC '나의 해방일지' 공개 직전으로 알고 있다. 영화 투자자들도 손석구를 캐스팅하기 불안해 했을 시기다. 내가 봤을 땐 무조건 스타가 될 것 같더라.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뺑반'(2019)에서 공효진과 류준열을 태우고 운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엄청 기억에 남았다. 모든 게 뒤처져 있는 마음 등이 대사 없이 표현됐다고 느꼈다. 촬영 당시 인간적으로 존경하게 됐다. 손석구에게 위안도 많이 받았다. 마치 상담사 같았다. 하는 말이 모두 도움 되더라."

-김성철, 김동휘, 홍경은 어떤 점을 보고 뽑게 됐나.
"20대 배우 가운데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하지만 (영화계가) 보수적인 곳이라 새로운 인물을 캐스팅 하는 게 어렵다. '이 사람이 이걸 잘하겠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을 뽑고자 했다. 배우가 아니라 회사 관계자들을 설득하느라 에너지를 썼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가장 캐스팅이 힘들었던 배우가 있다면.
"홍경이다. 연출부가 모여서 캐스팅 리스트를 짤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친구다. 보통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감사하다고 할 법한데 (우리의) 비전 등을 보여 달라고 하더라. 4~5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사실 시나리오 상으로 팹택 캐릭터가 (존재감이) 약했다. 홍경 덕분에 모든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네 배우와 호흡 맞춘 소감은.
"정말 좋았다. 우리가 촬영할 당시 영화 시장이 좋지 않아서 찍는 작품이 몇 개 없었다. 스태프와 배우 모두 소중한 기회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끈끈하게 끝까지 재밌는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놀듯이 촬영한 만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작품에 잘 담긴 것 같아 뿌듯하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의도한 대로 작품이 완성됐나.
"은근히 많이 숨겨 놨다. 제작사도 모르는 게 많다. 관객들이 차츰차츰 찾아나가는 게 있을 것 같다. 그런 걸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듯 싶다. 그림상 어떤 요소, 아이디 뿐만 아니라 저게 들어가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하는 사진도 담겨있다. 실제와 허구를 넘나들게 구성하고 싶었다. 해석이 될수록 혼란스러워졌으면 좋겠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 반응은 어떻게 생각하나.
"(호불호 반응이) 실제로 없진 않았다. 하지만 (뻔한 클리셰를 넣었다면) 그게 더 상업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양산형 영화를 만드는 선택 같았다. 지금의 엔딩이 현실적이면서 혼란스러운 쾌감이 있을 거라 자신한다. ('댓글부대'가) 인터넷 속에서 다시 소비되며 여러 가지로 해석될 것이다. 엔딩조차 다시 보일 거라 생각한다. 작품에 대해 새로운 의심이 들 것 같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댓글부대'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패배감에 젖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영화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양산형 영화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추세다. 2000년대 초반 영화처럼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이 살아남을 거라 생각한다. 극장에서 운이 좋지 않아 살아남지 못하더라도 관객이 계속 찾게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명확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있다. 그런 면에서 ('댓글부대'는) 떳떳한 작품이다."

-'댓글부대' 연출가로서 바람이 있다면.
"(관객들에게) 재해석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댓글부대'를 통해) 모든 세대가 오해를 푸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차마 재밌게 봐도 추천하지 않을 것 같다.(웃음)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앞으로의 제작 방향성도 궁금한데.
"하나의 덩어리가 돼서 관객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전작과 이번 작품 때문에 사회적인 이야기에 몰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인간의 감정을 다룬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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