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역대급 결함’ 터졌다?…살펴보니 ‘역대급 실력’ 인정할 수밖에 [최기성의 허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4. 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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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없는 결함? 기둥없앤 실력
달항아리·온돌·사랑방 품었다
한류, 엔터·음식 넘어 자동차로
제네시스 네오룬(왼쪽)과 벤틀리 벤테이가 [사진출처=제네시스, 벤틀리]
글로벌 자동차 평가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등을 이기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제네시스가 또다시 일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등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기술까지 선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달항아리·온돌·사랑방에서 영감을 받은 신기술까지 적용해 K-자동차 위상도 뽐냈다.

제네시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브랜드 복합문화공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초대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네오룬 콘셉트’를 글로벌 최초로 공개했다.

콘셉트카 명은 새롭다는 의미의 ‘네오(Neo)’와 달을 뜻하는 ‘루나(Luna)’를 조합했다. 기존 럭셔리 차량과 차별화되는 제네시스만의 미래 지향적인 혁신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현대차그룹 글로벌디자인본부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장인정신이 깃든 한국의 달항아리처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과 기술적 완성도를 네오룬에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의 美, 단아한 달항아리에서 영감
34억원에 낙찰된 달항아리 [사진출처=서울옥션]
디자인에서도 단아한 달항아리가 연상된다. 조선 후기 백자를 대표하는 달항아리(백자대호)는 꾸밈없이 온화한 색감, 유려한 곡선과 볼륨감, 넉넉한 공간감을 추구했다. 단순하지만 오래봐도 질리지 않는다.

네오룬도 꾸밈없이 깔끔하면서 볼륨감이 느껴지는 단아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선과 면을 단순화하고 이음새도 줄이면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장식을 배제한 효과다.

넉넉한 공간감을 시각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앞뒤 도어의 중간에 있는 기둥(B필러)을 없앴다. 필러는 차체 강성에 영향을 준다.

차체 강성이 취약한 측면에 위치한 B필러가 없으면 충돌 안전성이 떨어진다. 탑승자 생명도 위협한다.

만약 B필러가 손상된 채로 출고됐다면 운행할 수 없는 심각한 결함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기둥을 없앤 ‘필러리스’는 차체 강성과 충돌 안전성을 유지해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증거가 된다.

롤스로이스 팬텀과 코치도어 [사진출처=롤스로이스]
B필러리스는 탑승할 때 편안함과 개방감을 제공한다. 거치적거리는 기둥을 없애서다. 공간도 더 넓어 보인다.

롤스로이스 팬텀·고스트처럼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코치도어도 적용했다.

전동식 사이드 스텝은 차량 문이 열릴 때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탑승자가 차량에 더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차량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노출되지 않아 차체와 일체화된 외관 디자인을 유지시켜 준다.

5m가 넘는 크기까지 감안하면 쇼퍼드리븐카(운전기사가 따로 있는 차) 역할도 담당한다는 뜻이다.

외관 컬러는 한국의 밤처럼 고요하면서도 세련된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미드나잇 블랙 앤 마제스틱 블루’ 투톤을 적용했다. 웅장하면서도 단아한 이미지다.

일체화된 전후면 램프, 보조제동등, 팝업 타입 루프랙 등을 통해 견고하면서도 단단한 매력도 놓치지 않았다.

따스함·효율성, ‘온돌’에서 한수 배웠다
네오룬 실내 [사진출처=제네시스]
실내 공간은 손님을 존중하고 정을 나누는 한국 고유의 ‘환대(Hospitality)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B필러리스 코치도어를 시작으로 긴 휠베이스를 활용한 넓은 실내는 탑승객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1열 시트는 회전(Swiveling) 기능을 통해 정차 때 탑승객이 공간의 실용성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대화면 가변 디스플레이와 천장에서 펼쳐지는 후석 플렉스 디스플레이는 오감만족을 제공한다.

네오룬 실내 [사진출처=제네시스]
한국의 전통 난방 방식인 온돌에서 영감을 받은 복사열 난방 시스템도 적용했다.

차량 내부의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바닥, 시트백, 콘솔 사이드 등에 복사난방 필름을 부착해 저전력 고효율 난방이 가능하다.

실내에는 ‘로얄 인디고’ 컬러를 적용한 캐시미어와 천연 안료인 쪽으로 염색한 ‘퍼플 실크’ 컬러의 빈티지 가죽으로 깊이 있는 인테리어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닥에는 어두운 계열의 리얼 우드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내부에 설치된 사운드 시스템은 음향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측면에서도 차량의 미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 서브우퍼 등을 최적의 위치에 배치한 ‘사운드 아키텍처’를 통해 풍성하고 입체적인 음향을 제공한다.

차량 전면에는 ‘크리스탈 스피어 스피커’는 음악을 들을 때는 고음역대를 담당하는 트위터 스피커로 회전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실내 크리스탈 오브제가 된다.

제네시스의 미래는 ‘달리는 사랑방’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제네시스 초대형 전동화 SUV ‘네오룬’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제네시스]
네오룬은 한국의 ‘열린 방 문화’를 대표하는 사랑방을 지향했다. 아니 사랑방을 이식했다.

‘방’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 공간이다.

전통 가옥에서나 근대 가옥에서도 안방, 사랑방, 건넛방, 골방, 다락방, 주방, 큰방, 작은방 등 집 안에 있는 대부분 공간은 방으로 연결됐다.

사랑방은 방 중에서도 가장 다목적으로 사용된다.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다.

안방보다 작지만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공간이다. 바깥주인이 거주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이자, 서재이자, 휴식처이며 작업 공간이자 문화 공간이다.

사랑방은 단촐하지만 단아하다. 가구를 최소화해 공간감을 넓히면서도 아늑함을 추구해서다.

제네시스가 네오룬의 실내 공간의 주제를 ‘환대’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동차의 사랑방화를 보여준 기아 EV9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사실 자동차는 태생부터 ‘사랑방’ 기능을 갖췄다. 바깥세상과 집 안을 연결시켜주는 공간인 사랑방처럼 차도 바깥세상과 연결해주는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방이나 집에서 콕 박혀 지내는 ‘방콕·차콕’에 버금가는 ‘차콕’ 장소이기도 하다. 사랑방에 있는 것처럼 호젓하게 자동차 안에서 사색하거나 휴식하는 운전자도 많다.

다만,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공간도 좁아 방콕·집콕보다 불편했다.

세상이 급격히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는 마침내 사랑방을 제대로 이식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디지털 편의장치를 갖추고 공간 활용성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우수한 전기차와 운전 필요성을 줄여주는 자율주행차 덕분이다.

비슷한 가격대라면 성능도 엇비슷해지면서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것도 사랑방화(化)에 한몫하고 있다. 기아의 대형 전기 SUV인 EV9이 물꼬를 텄다.

초대형 전동화 SUV ‘네오룬’ 콘셉트 [사진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는 네오룬을 통해 한국차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과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한국 전통 문화를 미래지향적으로 해석하며 자동차 분야에서도 ‘케이(K)-자동차’의 위상을 높여 자동차 한류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네오룬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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