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보다 경제적, 전기차보다 편리… 대세가 된 LPG 트럭

김선영 2024. 4. 1. 06: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시 각광받는 LPG차
‘LPG는 힘 떨어진다’는 건 옛말
출력·토크 디젤차보다 오히려 뛰어나
경유트럭 신규 등록 금지도 시장 영향
현대차 포터Ⅱ·기아 봉고Ⅲ 판매 급증
경제·환경 두 마리 토끼 잡아
LPG 트럭, 경유차 연료비의 83% 수준
전기 트럭, 100% 충전 8시간 넘어 불편
공해물질 배출 적고 장거리 주행 최적
#.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행사 시설물 설치 업체를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일거리가 줄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1 경유(디젤) 트럭을 팔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새 화물차가 필요해진 그는 지난 1월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인 현대차 포터Ⅱ를 샀다.

박씨는 “디젤 트럭이 단종됐다고 해서 LPG 트럭과 전기 트럭 등을 두고 고민했다”며 “결국 고심 끝에 LPG 트럭으로 결정했는데, 실제로 타보니 단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잘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PG 트럭이 출력이나 토크가 디젤보다 떨어진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며 “요즘 차라 편의사양도 좋고, 연비도 괜찮고 무엇보다 경유차 고유의 매연 냄새도 없고 깨끗해서 좋다”고 웃었다.
 
‘소상공인의 발’로 불리는 1 트럭 시장에 터보 엔진을 장착한 신형 LPG 모델이 기존 경유 모델 수요를 대체하며 빠르게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안에 따라 소형 택배 트럭의 경유차 신규 등록이 금지되는 등 화물차 시장의 여건이 바뀌면서 LPG 트럭은 독보적인 판매세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기아 LPG 트럭, 화물차 시장 ‘대세’

3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신형 LPG 트럭인 현대차 포터Ⅱ와 기아 봉고Ⅲ의 지난 1∼2월 신차등록대수는 1만1052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두 차종의 경유 모델은 1304대, 전기 모델은 80대에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말 1t 트럭의 디젤 모델을 단종하고 LPG 모델을 출시했다. 신형 포터Ⅱ·봉고Ⅲ LPG 트럭은 기존 2.5 디젤 엔진 대신 새로 개발된 스마트스트림 LPG 2.5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자동변속 기준 최고 출력이 135마력인 동급 디젤 모델보다 18% 상향된 159마력으로 출력을 높였다. 최대토크는 동급 디젤 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30.0kgf·m다. 두 차종이 모두 터보 LPG 엔진을 장착해 디젤 모델 대비 우수한 동력 성능을 제공하면서 ‘LPG 차량은 힘이 부족하다’는 과거의 선입견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형 LPG 트럭은 동력 성능이 개선된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특장점을 무기 삼아 출시와 함께 빠르게 화물차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다.

LPG 트럭이 가진 매력 중에서 첫손에 꼽히는 건 경제성이다. 지난해 연평균 LPG 가격은 957원으로 경유 1558원의 61% 수준이었다. 연간 1만8000㎞를 주행했다고 가정하면 LPG 트럭의 연간 유류비는 동급 디젤 모델의 319만원보다 약 54만원 저렴한 265만원이 나온다.

또한 LPG 트럭은 3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아 전국 공영주차장 이용료는 30∼50%, 전국 공항 주차장은 20∼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경유차와 달리 배기가스 저감장치(SCR)에 주입하는 요소수를 구매할 필요도 없다. 이밖에 운행하던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트럭을 신규 구입하면 정부의 ‘LPG 화물차 신차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최대 900만원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충남 천안에서 개인용달 일을 하며 지난 1월에 기아 봉고Ⅲ LPG 트럭을 구매한 50대 임모씨는 “LPG 트럭 인기로 수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운좋게 예상보다 빨리 출고받았다”면서 “힘이 좋아 부피짐이나 중량짐 모두 싣는 데 무리가 없다. 유류비도 저렴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친환경성 디젤 트럭은 못 따라와”

대한LPG협회가 최근 신형 포터Ⅱ·봉고Ⅲ LPG 트럭 계약자 11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구매 이유 1위는 낮은 연료비와 유지비 등 경제성(34%)으로 나타났다. 이어 친환경성(27%), 차량 성능(17%), 구매 보조금 및 저공해차 혜택(15%)이 뒤를 이었다.

친환경성 역시 LPG 트럭이 가진 강점 중 하나다. 신형 LPG 트럭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대폭 줄여 하이브리드차(HEV)와 동등한 수준의 친환경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북미의 배출가스 규제인 ‘SULEV30’(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도 충족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LPG 트럭이 10만대 판매돼 대당 연간 1만㎞ 주행 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6만, 질소산화물은 106만을 저감할 수 있다고 관측됐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수송 부문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10여년간 이어온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 사업이 결실을 봤다”며 “환경성과 성능을 모두 갖춘 신형 LPG 트럭이 친환경 화물차 시대를 여는 열쇠가 돼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기 트럭의 판매 둔화도 LPG 트럭의 상승세에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지난 1∼2월 전기 화물차는 국내 시장에서 141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059대) 대비 다소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이 뒤늦게 확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LPG 트럭으로 인한 수요 전환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 화물차의 경우 완충 기준 100% 충전까지 약 8시간30분까지 걸린다”면서 “그럼에도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가 211㎞ 정도로 짧아 충전의 불편함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LPG 트럭은 평균 3분 이내에 충전이 가능해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다”면서 “전기 트럭의 잦은 충전과 느린 충전 속도로 인한 불편함이 해결되기 전까지 화물차 시장을 평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활력받는 LPG차 시장

LPG 1 트럭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LPG차 등록대수도 4년 만에 상승 반전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LPG차 등록대수는 183만4454대로 지난해 12월(183만2535대) 대비 1919대가 증가했다. LPG차 등록대수가 전월 대비 반등한 것은 2020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2월도 LPG차는 183만6427대가 등록돼 전월 대비 1973대가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2개월간 사용연료별 전체 신차등록대수 비율을 살펴봤을 때도 LPG차의 성장세는 눈에 띈다. 올해 1∼2월 LPG 신차 등록대수는 2만4921대로 지난해 1∼2월(1만470대)과 비교하면 138%나 증가했다. 최근 전기차의 성장 둔화 영향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신차등록대수가 같은 기간 66.7%(4만515대→6만7540대)의 증가율을 보였을 뿐, 휘발유·경유·전기차 등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전기차는 지난해 1∼2월에 1만2302대에서 올해 1∼2월에 4534대로 신차등록대수 비율이 63.1%나 떨어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부)는 “이번에 출시된 신형 LPG 트럭의 엔진은 디젤보다 나은 출력이나 토크를 내기 위해서 10여년 동안 개발됐다”며 “현대차·기아의 LPG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LPG 트럭이 앞으로 LPG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LPG차도 내연기관차이긴 하지만, 친환경적인 요소로 인해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향후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LPG 충전소가 많이 보이지 않아서 ‘충전이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긴 하다”면서도 “전국에 충전소가 2000여개가 있다. 전기차 충전보다는 백 배 낫고, 요즘 내비게이션이 워낙 잘 돼 있어서 LPG차를 선택하는 데 큰 결격요소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