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있으면 불황에도 실적 선방”... 삼성·SK·두산·효성이 투자한 소부장 희비 엇갈려

전병수 기자 2024. 4.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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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분 8% 보유한 에스앤에스텍, 중국 시장서 활로 찾아
두산테스나, 차량·스마트폰용 SoC 테스트 수요 수혜
에프에스티·ISC·신화인터텍,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 침체 영향 부진
에스앤에스텍의 블랭크 마스크./에스앤에스텍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2020년 7월 659억원을 들여 지분 8%를 인수한 에스앤에스텍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56.4% 늘어난 25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과정에 쓰이는 포토마스크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를 만든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업황 침체로 반도체 사업에서 14조원대 적자를 냈지만, 대대적인 시설 투자에 나선 중국 반도체 업계를 공략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효성이 2012년 말 광학필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400억원을 들여 지분 20.5%를 인수한 신화인터텍은 지난해 영업손실 155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 회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용 특수 테이프를 공급하는 등 전자기기용 테이프 사업을 하고 있는데,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에 실적이 악화됐다. 현재 신화인터텍의 최대주주는 효성화학(지분 20% 보유)이다.

삼성전자, SKC, 두산, 효성 등이 투자했거나 인수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테스트 기업의 지난해 실적이 엇갈렸다. 이들은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에 가파른 성장세를 기대했지만, 상당수가 업황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부진한 실적을 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앤에스텍과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수익성이 개선되거나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에프에스티와 ISC, 신화인터텍 등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원은 “독자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은 업황 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면서 “대기업에 대한 의존보다는 기업 스스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 전략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실적을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 중국으로 나가고… 비메모리 수요 공략

에스앤에스텍의 전체 매출에서 블랭크 마스크(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기 위한 포토마스크의 원재료) 비중은 약 96%(작년 3분기 기준)에 달한다. 이 회사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부진 속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았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에스앤에스텍이 차지하는 블랭크 마스크 점유율은 3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이 2022년 3월 4600억원을 들여 지분 38.7%를 인수한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매출이 3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성장했다. 이 회사는 시스템온칩(SoC)과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1위다. 삼성전자, 테슬라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두산테스나 관계자는 “차량·스마트폰용 SoC 분야에서 고객사의 설비투자가 이뤄지며 테스트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3월 삼성전자가 430억원을 들여 지분 6.9%를 인수한 반도체 장비·부품 기업 에프에스티는 지난해 영업손실 10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SKC가 지난해 10월 5225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확보한 반도체 테스트 소켓 생산 기업 ISC도 지난해 반도체 수요 한파로 영업이익이 80% 가까이 감소한 107억원에 그쳤다.

그래픽=손민균

◇ 올해는 소부장 기업도 실적 개선 기대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경기 침체로 관련 소부장 기업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올해는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가 6240억달러(약 836조원)에 달하며, 작년과 비교해 16.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새롬 한국IR협의회 연구위원은 에프에스티와 관련해 “에프에스티가 보유한 반도체 펠리클과 칠러 장비 등의 매출 회복세가 전망된다”며 “주력 고객사인 삼성전자로부터 신규 장비 수주가 본격화하고, 중화권 매출 확대가 더해진다면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펠리클은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 공정을 진행할 때 포토마스크를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덮개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칠러는 식각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일정하게 유지해 공정 효율을 높이는 장비다.

ISC도 SK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ISC 관계자는 “SK하이닉스 관련 60% 수준이었던 테스트 소켓 점유율이 SKC의 인수 이후 80% 수준으로 올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북미 AI(인공지능) 가속기 고객사와 관련된 점유율이 오르고 있어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ISC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6배 이상 증가한 73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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