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시대 개막]③ “공사비 비싼데 수요 충분할지 의문”... E·F노선 민자사업에 건설사 ‘냉랭’

박지윤 기자 2024. 4.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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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노선 민자 구간, 수익성 가늠할 바로미터
무작정 연장 보단... 기존 노선 체계화 필요

GTX-A 일부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가 도래했다. GTX 개통은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까. 또 부동산 및 건설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3회에 걸쳐 분석했다. <편집자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규 사업 가운데 E·F 노선사업에 대한 민간투자(민자)업계 반응이 냉랭하다. 강남을 동서로 지나는 D를 제외하면 노선 이용 수요가 저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공사비 급등 이슈로 비용이 크게 늘어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참여 희망 건설사를 찾기 힘든 전망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융사와 건설사를 포함한 5개 민간기업이 GTX-A·B·C의 후속 사업으로 예정된 GTX-D 민간 사업 참여 여부를 놓고 적극 검토중이다. 반면 GTX-E·F의 경우 사업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해 해당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저조했다. GTX-E·F는 재정 지원 구간이 거의 없고 대부분 베드타운을 잇는 노선이다. 지난 2020년 이후 건설공사비지수가 30% 이상 오른 상황에서 이용객이 적으면 손해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3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수서역에서 열린 국민참여 안전점검에 참가한 시민들이 시승열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지나는 GTX-D 민자사업엔 기업 5곳 관심

업계에서는 GTX-D의 경우 건설·운영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자리와 상권 등이 밀집된 강남역, 삼성역 등 강남 지역을 동서로 지나 경기·인천·강원으로 각각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사에서는 하나은행, 건설사에서는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GTX-D 민간사업 참여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GTX E노선과 F노선 사업성을 검토해본 결과 사업성이 전혀 없다고 나오기 때문에 민간투자사업으로 참여할 의사가 없다”며 “정부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민간 자본을 유치해 GTX-D·E·F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민자업계 반응은 무척 냉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하반기 이후 발표되는 GTX-A의 수요 예측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30일 개통한 경기 화성 동탄~서울 수서 구간은 소위 ‘정부 재정 구간’이다. 연말에는 민자 구간(경기 파주 운정~서울 서울역)이 개통되는데,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 이용객과 이용시간 추이를 보고 나머지 노선에 대한 수요 예측도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GTX A·B·C사업은 수요 부족 리스크를 민간에서 모두 부담하는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이다.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지어 소유권은 정부에 양도하고 일정 기간 동안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올 연말 GTX-A 개통 후 수요가 충분한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부분 출근 시간에 많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요금이 일반 지하철보다 비싸 퇴근길에도 이용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GTX 신규 사업 참여를 고민하는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철도사업에서 성공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조심스럼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 민자구간은 요금 인상은 물론 수요 자체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요가 부족해 GTX 요금이 오르면 경기도 외곽으로 이동해 거주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자로 사업을 추진하는 GTX 구간은 수익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물가 변동이나 운영비 인상 등으로 요금을 올리면 이용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이용객 감소로 이어져 사업자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이용객들이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서울에서 보증부월세로 살자는 생각이 들 것”며 “정부는 수요자와 민간사업자 등 여러 측면에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GTX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월 7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착공기념식. /연합뉴스

◇기존 노선에 ‘급행’ 서비스 도입해야

건설사들은 정부가 철도의 성격에 맞는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작정 연장하는 방향이 아닌 일반, 광역, 준고속, 고속철도 등 거리에 맞는 운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C 건설사 관계자는 “GTX는 광역(50㎞ 이내) 철도로, 두 개의 지방자치단체를 넘지 않아야 한다”며 “일반은 지역 내, 준고속은 지역 간 또는 반전국권(3~4개 지자체), 고속은 전국권으로 나누는 섬세하고 체계적인 철도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운행노선에 급행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시 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철도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 사례를 보면 철도에 보통, 급행, 쾌속, 신쾌속 등 여러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열차를 선택하고 해당하는 요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현재 강남을 동서로 지나는 지하철 2·7·9호선 등 승객 밀집도가 극심한 곳에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이용객 불편 해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기존 노선에 대피선을 추가로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담도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철도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 지하철 9호선에도 급행 시스템을 도입하긴 했지만 아직도 수요에 비해 열차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16개 역에 급행 정차를 절반으로 줄인 ‘신급행’ 서비스를 도입해 보통, 급행, 신급행 체제로 변경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기존에 노선에 민간의 창의력과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들을 접목한다면 빠른 시기에 국민들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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