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등교거부’ 학생 수두룩… 교육 당국, 뒷짐

박채령 기자 2024. 4.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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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상담센터 100명 중 절반 이상
대인관계·우울증 등 어려움 호소
道교육청 “현황 파악·대책 검토”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1. 화성시에 거주하는 A군(18)은 새학기가 시작된 지난 달 4일부터 등교하지 않고 있다. 같은 반 친구들과 생긴 갈등으로 우울증이 깊어진 뒤 등교를 거부한 지 1년째다. 학교에 가면 말이 나오지 않았고, 벙어리처럼 지내다 보니 친구들과 멀어졌다.

#2. 대인기피증과 사회불안장애에 시달리던 B군(17)도 중학교 3학년이던 2년 전부터 집에만 머물고 있다.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극도의 스트레스가 편집증적 성향으로 발전했고, 학교에 가면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과 갈등도 깊어져 공포심과 불안감을 견디다 못해 1년 3개월간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학업과 대인관계,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립이 이어질 경우 심리·정서상 고위험군에 처할 수도 있지만 교육 당국에선 관련 현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31일 한국심리상담센터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내 상담센터를 찾는 청소년 100명 중 절반 이상이 등교 거부 문제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안 대인관계에 대한 공포와 불안 때문에 우울증 등을 호소하며 수일 혹은 수 년 간 등교를 하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도내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한 맘카페에서는 새학기를 앞둔 2월 말부터 자녀 등의 등교 거부 문제를 토로하는 글이 하루 20건씩 게재되고 있다. 주로 “아이가 잠만 잔다”, “가라고 등을 떠미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고 하는 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내용으로 부모와 학생 모두 방안을 찾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 당국에서 등교 거부 학생에 대한 현황 파악이나 대책 수립은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학생들 등교 거부 문제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을 ‘부등교 학생’으로 정의하고, 매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프리 스쿨’ 등 대안 교육을 이용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뉴질랜드에서는 2022년 학생의 출석을 격려·지원하는 13개의 전략이 담긴 ‘출석 및 참여 전략’을 발표해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교육청에서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철저히 하고 그에 따른 심리 상담을 받게 해야 한다. 혼란을 잘 극복해 등교 거부하는 학생들이 다시 학교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위 프로젝트’ 등을 통해 위기 학생의 상담 지원을 하지만,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만나 상담을 하는 등의 지원은 없다”며 “등교 거부 학생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채령 기자 cha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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