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없는 벚꽃 축제… 공무원들 ‘짠내 홍보’

박정훈 기자 2024. 4.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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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5만명뿐… 작년의 10분의 1
여의도봄꽃축제가 시작된 후 첫 주말인 지난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일대에 꽃샘추위 등으로 벚꽃의 개화가 늦어지고 있다. 2024.3.31/연합뉴스

3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울의 대표적 벚꽃 축제로 유명한 여의도봄꽃축제가 개막 3일 차를 맞았지만 윤중로 벚꽃길에는 벚꽃이 보이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였지만, 윤중로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벚꽃 놀이를 나온 한 연인은 “벚꽃이 하나도 없는데?”라며 꽃이 핀 벚나무를 찾아 돌아다녔다. 활짝 핀 개나리 앞에만 일부 시민이 몰렸다.

지난주부터 전국 지자체에서 벚꽃 축제를 개막했지만, 개화 시기가 늦어지며 축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여의도봄꽃축제 첫날이었던 지난 29일 방문객은 2만8282명이었고, 토요일인 30일에도 5만4180명만 축제를 찾았다. 작년 같은 시기엔 하루 방문객 수가 50만명이었는데,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31일엔 13만명가량이 축제에 왔지만, 역시 작년에 못 미치는 규모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공식 축제 기간은 2일에 끝나지만, 뒤늦게 필 벚꽃에 인파가 몰릴 수 있어 윤중로 교통 통제 기간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서울의 또 다른 벚꽃 축제인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개화 전에 축제가 끝났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소셜미디어에 “봄은 이미 와서 노란색 개나리는 다 피었지만, 연분홍 벚꽃은 아직 그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았다”고 했다.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계속되자 지자체들은 방문객을 끌어모으려 안간힘을 썼다. 대전 동구는 29~31일 대청호 벚꽃 축제를 진행했는데, 9만명이 방문했다. 작년 6만명보다 1.5배 늘어난 수치다. 공무원들의 홍보전이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벚꽃이 피지 않자 구청 공무원들은 대전역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1인 홍보에 나섰고, 유튜브 영상까지 만들었다. 대전 유성구 주민 윤희(31)씨는 “29일 대청호를 찾아 꽃봉오리만 맺혀 있던 나무를 보고 왔다”며 “벚꽃이 피지 않았다고 해서 안 가려다가 구청장과 공무원들이 축제를 홍보하는 것을 보고 애잔한 마음이 들어 방문했다”고 했다.

강원 속초시도 영랑호 벚꽃 축제 살리기에 나섰다. 속초시는 지난 27일 소셜미디어에 ‘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라는 문구를 걸었고, 30~31일에 예정됐던 축제를 4월 6~7일에 한번 더 진행한다고 밝혔다. 속초시 관계자는 “벚꽃이 없는데 벚꽃 축제를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 차라리 솔직하게 사과를 드리면 예쁘게 봐주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죄의 절을 올리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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