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도 질리지 않는, 판다의 유쾌한 액션

8년 만에 돌아온 영화 ‘쿵푸팬더4′

평화의 계곡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포(왼쪽)는 쿵푸 고수 젠과 함께 지혜의 지팡이를 노리는 새로운 악당에게 맞선다. /유니버설 픽쳐스

서울 용산 CGV에 지난 28일 삿갓을 쓴 쿵푸 팬더 인형탈(코스튬)이 나타나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길게 줄 선 관객들은 뒤뚱뒤뚱 걷는 팬더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번지는 이 거대한 팬더는 전 세계 2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드림웍스의 대표 캐릭터다.

‘쿵푸 팬더’ 시리즈가 8년 만에 돌아왔다. 10일 국내 개봉하는 ‘쿵푸팬더4′는 히어로를 향한 열광과 안온한 삶에 익숙해져 버린 주인공 포(잭 블랙)의 새로운 모험을 그렸다. 사부 시푸는 ‘용의 전사’ 자리를 후계자에게 물려주고 평화를 지키는 현자가 되라 하지만 포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고민에 빠진 포는 동물들을 착취하고 폭정을 일삼는 카멜레온을 막기 위해 새로운 도시로 떠난다.

'쿵푸팬더4'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쿵후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뚱뚱한 체형에서 나오는 유쾌한 액션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4편에서도 포는 여전한 식탐과 능청스러운 유머로 낙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볼륨감이 남다른 배·엉덩이와 짧은 팔다리로 펼치는 탄력 있는 액션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번 편에선 특별히 마블 영화 스턴트맨들의 도움을 받아 고안한 무술 동작들로 역동적인 액션을 완성했다.

더 강력한 빌런을 계속해서 등장시켜야 하는 시리즈물의 특성상 스토리가 억지스러워진 점은 아쉽다. 4편의 새로운 악당은 쿵후 마스터들의 기술을 흡수해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카멜레온. 등장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했던 전편의 악당들에 비하면 혀를 날름거리는 자그마한 체구의 카멜레온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위협적이지 않은 악당 탓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예측 가능한 전개가 반복되면서 중반부가 늘어진다. 매너리즘에 빠져 예전만큼 맛있진 않지만, 적당한 만족을 주는 맛집 같다.

'쿵푸팬더4'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그럼에도 온 가족이 즐기기에 부담이 없고, 편안하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은 강점이다. 팬더 아빠와 거위 아빠가 힘을 합쳐 포를 돕는 모습에선 뭉클한 가족애가 느껴진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제는 어른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전편들을 뛰어넘진 못하지만,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교한다면 액션과 유머, 감동을 적절히 버무린 수작이다.

북미 등에선 3월 초부터 개봉해 글로벌 매출 2억9000만달러를 돌파해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개봉작 중 ‘듄: 파트2′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흥행한 작품이 됐다. 국내에서도 세 편 모두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0위 안에 들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08년 개봉한 ‘쿵푸팬더’ 1편은 465만, 2편은 506만, 3편은 398만 관객을 동원했다.

4월 극장가는 ‘쿵푸 팬더4′와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의 ‘범죄도시4′가 양강 구도를 이룰 듯하다. 둥글둥글한 실루엣, 중량감 있는 액션, 쉴 새 없는 유머까지 똑 닮았다. 뻔해도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캐릭터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