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설교 닮았지만, 뱉은 말 지켜야 하는 게 차이”

이진구 기자 2024. 4.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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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설교할 때였는데, 권사님들이 도올 김용옥 교수 강의 같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개그맨으로 한창 인기가 있을 때 사기를 거의 1년에 한 번씩 당했어요. 그중에는 정말 믿었던 지인도 있었지요. 그 와중에 어머니도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시고요. 가정마저 깨질 위기였는데 신앙 멘토인 한 지인께서 신학공부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개척교회 목사를 하셔서 저도 교회를 다녔거든요.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목사가 될 생각은 없었고 그냥 공부만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휴학, 복학을 반복했지요. 그사이에도 또 친한 선배에게 사기를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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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기 개그맨 최형만씨
인천 송도동춘교회서 목사로 새 삶
“잦은 사기 겪은 뒤 주위 권유로 시작
설교 때 웃겨드리면 반응은 좋은 편”
최형만 목사는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자가 감소하는 것은 신앙인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개그맨일 때는 말과 행동이 달라도 되지만 목사가 그러면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처음 설교할 때였는데, 권사님들이 도올 김용옥 교수 강의 같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1990년대 도올 김용옥 교수, KBS 9시 뉴스 이윤성 앵커, 국어 강사 서한샘 등의 모사 개그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최형만. 그런 그가 2020년 목사 안수를 받고 지금은 목회자로 살고 있다. 최근 인천 연수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송도동춘교회에서 만난 최형만 목사는 “방송 경험 때문인지 설교가 재미있고 쉽게 들린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설교 연단 위에서 하는 말과 내려와서 하는 행동이 다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TV에서 안 보여 궁금했는데 뜻밖입니다.

“개그맨으로 한창 인기가 있을 때 사기를 거의 1년에 한 번씩 당했어요. 그중에는 정말 믿었던 지인도 있었지요. 그 와중에 어머니도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시고요. 가정마저 깨질 위기였는데 신앙 멘토인 한 지인께서 신학공부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개척교회 목사를 하셔서 저도 교회를 다녔거든요.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목사가 될 생각은 없었고 그냥 공부만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휴학, 복학을 반복했지요. 그사이에도 또 친한 선배에게 사기를 당하고….”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원수를 용서하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용서가 잘 안 돼요. 하하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서 마지막으로 금식 기도를 했는데, 하나님 음성을 들은 건 아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마침 그때 이모에게 어머니가 생전에 제가 목회자가 되길 바라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아 그래, 지금껏 잘 놀고 잘 살았으니 앞으로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해보자’라고 마음먹은 게 계기가 된 거죠.”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라 무대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설교를 좀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 기질이 아직 남아있는 탓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식재료도 맛있게 만들지 않으면 먹기 힘들잖아요. 거기에 개그맨 시절 이미지도 남아있어서 설교하면 많이들 웃어줘요. 좋아하는 분이 많은데, 물론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지요. 대체로는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종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신도 감소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만.

“저는 교인이 되기 전에 먼저 양식과 상식이 있는 교양인이 되라고 말해요. 교회에서 아무리 하나님을 찬양한들 실생활이 다르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종교를 믿는 사람이 줄어드는 건 사람들이 말과 행동이 다른 신앙인을 너무 많이 보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개그 무대와 설교 연단은 사람 앞에 선다는 점은 같지만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개그는 말만 하고 내려오면 되지만, 설교는 한 말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죠. 목사가 늘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가정을 꾸리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안 그러면 그게 설교입니까? 개그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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