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하고 깜찍한 본인인증…얇디 얇은 펜으로 담은 우주

하송이 기자 2024. 3.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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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출신 젊은 여성작가의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개성이 또렷한 두 작가의 전시를 들여다봤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한나 작가는 "휴대전화가 없다고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달라졌다. 한 번은 전시를 보러 갔는데 방역수칙으로 입장할 때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퇴짜를 맞은 적도 있다"며 "그때 본인인증 방식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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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두 전시회

# 김한나 ‘본인인증의 달인’전

- 인증수단 휴대전화가 없을 때
- 자신 증명하는 법 상상력 펼쳐

# 소만 ‘어딘가의 창’전

- 펜 0.03~0.05㎜로 그린 선과 점
- 따뜻한 동화처럼 상상세계 구현

부산출신 젊은 여성작가의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개성이 또렷한 두 작가의 전시를 들여다봤다.

김한나 작가의 ‘신은 양말로 로그인’(왼쪽)과 소만 작가의 ‘대기의 행성’. 각 갤러리 제공


▮김한나 개인전 ‘본인인증의 달인’

하루에도 몇 번씩 본인인증을 한다. 물건을 사거나 서류를 떼거나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할 때에도 시도 때도 없이 본인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인증 수단은 99.99% 휴대전화다. 궁금증 하나. 만약 휴대전화가 없다면?

‘본인인증의 달인’展은 한 번도 휴대전화를 가져 본 적 없는 40대 작가의 본인인증 고군분투기다. 작가와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분홍 토끼는 본인인증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서류를 떼러 다니다 분노에 차 서류를 구겨버리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의문을 갖는다. 나를 인증하는 방법이 정녕 이것뿐일까.

결국 작가는 세상이 정한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과자, 내가 외우는 노래, 심지어 방귀 모양이나 땀이 발에 배어 생긴 지문으로 인증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한나 작가는 “휴대전화가 없다고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달라졌다. 한 번은 전시를 보러 갔는데 방역수칙으로 입장할 때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퇴짜를 맞은 적도 있다”며 “그때 본인인증 방식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40여 점 작품에는 김 작가 특유의 색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수백 번 옅고 얇게 펴 바른 물감이 빚어낸 보송한 색감은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을 건넨다. 유화, 오일 파스텔, 수채화 등 소재에 따라 느낌도 색다르다. 캔버스뿐만 아니라 접시에 담긴 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다. 다음 달 7일까지 부산 해운대 오케이엔피(OKNP).

▮GIFT Vol2: 소만 ‘어딘가의 창’

작품을 보자마자 대체 뭘로 그린 건지 재료가 궁금해진다. 아주 아주 가느다란 흑색 선과 작고 작은 점이 모여 완성된 작품은 그 정교함이 컴퓨터 그래픽 못지않아서다. 소만 작가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30대 일러스트레이터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지만 졸업 뒤 ‘그리기’에 몰두해 도서 삽화와 앨범 커버 작업으로 주목을 받는다.

작가가 채택한 도구는 다름 아닌 펜. 0.03~0.05mm의, 손에 쥐고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듯한 세밀하기 그지없는 얇디 얇은 펜으로 가느다란 선과 작은 점을 수없이 엮고 얽어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게 모인 점·선은 구름이 되었다가 바람이 됐다가 때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나 심연의 우주가 된다. 반짝이는 빛을 흩뿌린 듯한 표현감은 흑과 백이라는 단조로움을 넘어 따뜻함으로 변신하며 동화 같은 환상을 뿜는다.

이번 전시는 다채롭다. 2개 층을 털어 작가가 창조한 상상 세계를 구현해냈다. 크고 작은 회화 작품 100여 점은 물론이고 영상과 회화를 모티브로 한 입체 공간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여러 장 필름을 겹쳐 설치해 정지된 그림이 어떻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바뀌는지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소만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안과 밖, 실내와 실외를 구분짓는 창을 현실과 꿈의 매개체로 데려왔다. 어딘가 미지의 세상을 비추는 창이 있지 않을까 믿으며 창을 주요 소재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16일까지 부산 부산진구 KT&G상상마당 부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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