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선 오픈런, 샤넬 매장이 아니다…"애호박 사러 왔어요"[르포]

김지은 기자 2024. 3. 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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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벌써 줄을 섰네."

31일 아침 9시50분 서울 용산구 이마트 매장 앞.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9일부터 제철 농산물 중심으로 '식탁 물가 안정 행사'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1봉에 2120원인 흙대파를 700원 저렴한 1480원에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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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대파, 애호박, 사과, 오렌지…대형마트 농수산물 할인 판매
31일 오전 9시50분 서울 용산구의 이마트 모습. 시민들이 오픈 10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어머나, 벌써 줄을 섰네."

31일 아침 9시50분 서울 용산구 이마트 매장 앞. 개장 10분 전부터 3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다음달 4일까지 진행되는 농수산물 초특가 할인 제품을 구매하려는 인파다. 이들은 매장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내내 제품 전단지에서 할인가를 비교하고 휴대폰에 구매 목록을 정리하면서 '경쟁자들'과 눈치싸움을 벌였다.

이날 남편과 함께 마트를 찾은 60대 주부 이모씨는 "나름 일찍 왔는데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며 "대파, 오렌지, 애호박을 사려고 왔는데 요새 물가가 너무 올라서 가격이 저렴할 때 미리 사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개장을 기다리던 또다른 주부 김모씨도 "쌀 때 사둬야 한다"며 "그래도 이 시간에 사람들이 이만큼 있을 줄은 몰랐다"고 발했다.

정부의 농산물 물가안정 방침에 화답한 대형마트들이 초특가 한정 판매 행사에 나서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물건을 구매하고자 영업시간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것) 현상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인상 직전이나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대규모 할인행사에서 한푼이라도 싸게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심리가 반영돼 나타나던 오픈런 현상이 먹거리 고물가 추세와 맞물려 일반 유통매장에서도 등장한 셈이다.

흙대파 2120원→ 1480원… 1시간 만에 진열장 바닥
서울 용산구의 이마트에서 흙대파를 1480원에 판매했다. 매장 오픈 1시간 뒤에 대파 진열장에는 빈 곳이 보였다. /사진=김지은 기자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9일부터 제철 농산물 중심으로 '식탁 물가 안정 행사'를 시작했다. 다음달 4일까지 대파를 비롯해 애호박, 오징어, 한우 국거리·불고기, 바나나, 오렌지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날 인기가 많은 상품 중 하나는 흙대파였다. 이마트는 1봉에 2120원인 흙대파를 700원 저렴한 1480원에 판매했다. 고객들은 "대파가 1400원이면 너무 싸다"며 카트에 3~4 묶음씩 담아갔다.

개장 1시간 만에 대파 진열장 곳곳이 바닥을 드러냈다. 판매자는 "오늘이 진짜 초특가"라면서 "조금 있으면 모두 팔리니까 얼른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는 사과 8개를 8800원, 오렌지 10개를 1만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과일 코너 앞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이날 이마트는 사과 8개를 8800원에 판매했다.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자몽, 망고 등 수입산 과일도 정부의 관세 인하 정책으로 저렴하게 판매됐다. 에콰도르산 바나나는 1묶음에 2280원, 오렌지는 10개에 1만원이었다. 여기저기서 "싼 걸로 많이 담아", "사과 가격 많이 내렸네"라는 얘기가 나왔다.

50대 주부 김모씨는 "사과 8개에 8800원이면 며칠 전보다는 반값인데 그래도 사먹을만하다"며 "매일 할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날 6960원에 판매하던 파프리카 3개 묶음도 4886원에 판매했다. 애호박은 한 봉에 1480원이었다. 2980원에 판매하던 시금치는 600원 저렴한 2384원에 판매됐다. 한우 국거리와 불고기는 각각 2990원, 3090원이었다.

대형마트도 물가안정 화답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마트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홈플러스는 지난 28일부터 과일, 채소 등 주요 농산물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다음달 3일까지 국산 시금치, 파프리카 등 농수산물 할인에 나선다.

앞서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긴급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품목은 기존 13개에서 21개로 늘었다. 배, 포도, 키위, 단감, 깻잎, 상추, 양배추, 깐마늘 등 8개 품목이 추가됐다.

할당 관세가 적용되는 수입과일 품목도 24개에서 29개로 늘어났다. 직수입 과일 품목도 바나나, 오렌지 등 2개에서 파인애플, 망고를 포함한 11개까지 증가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부 농산물은 한정 수량에 조기 품절 가능성도 있어서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 같다"며 "앞으로도 물가 안정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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