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넘치는 제주? … 이젠 기업도 넘치는 제주!

송은범(song.eunbum@mk.co.kr) 2024. 3. 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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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관광업에 경제 90% 의존
편중된 구조로 외부충격 취약
기업유치 통해 산업 재편나서
IT를 넘어 BT 거점으로 도약
풍력 등 재생에너지 더 키우고
우주·UAM 첨단업종도 육성
투자진흥지구 각종 혜택 풍부
올해 기회발전특구 지정 노려
신산업 인재수급도 만전 기해
제주 행원리 풍력발전단지. 제주도

지난 100년 동안 제주도에서의 부(富)는 대부분 농수축산업인 1차 산업과 관광 중심의 3차 산업에서 창출됐다. 섬 특성상 발전소를 돌릴 화석연료를 바닷길로 수급해야 하는 지리적 한계 때문에 산업 단지는커녕 제조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실제 1937년 최초의 근대적 지역 개발 계획으로 꼽히는 '제주도개발계획' 내용에는 축산과 고구마 증산, 수산업 기반 항만 개발이 전부였고 1966년 국토종합개발계획법에 따라 제주도가 '특정 지역'(현재의 특구)으로 지정됐을 때도 기존 산업에서 관광업만 추가됐을 뿐이다.

농업·관광, 쌍두마차의 '명과 암'

제주는 농어업과 관광업을 쌍두마차로 삼아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먼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970년 24만5000명에 불과했지만 1990년 299만2000명, 2000년 652만3000명, 2010년 757만8301명, 2020년 1023만6445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2013년 처음으로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1000만명 이상이 제주를 방문하고 있다. 관광 조수입(매출)도 2022년 7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감귤로 대표되는 1차 산업 역시 2006년 조수입 2조3173억원에서 2022년 4조6617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2021년 기준 제주 산업에서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1%로 전국 평균(2%)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쓰레기·하수 처리난과 난개발, 높아진 범죄율 등 '과잉 관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농어업인구가 크게 감소하면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2년 기준 제주 지역내총생산(GRDP) 가운데 관광·숙박·식당 등 서비스업 비중이 무려 79.5%를 차지하는 비정상적 산업 구조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기후 변화, 국제 정세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향후 제주 경제의 가장 큰 뇌관으로 여겨진다.

"체질 개선만이 살길이다"

이러한 제주의 편중된 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유력 기업 한 곳이 지역 산업 자체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4년 당시 인터넷 미디어 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이 제주로 본사를 옮기자 넥슨의 계열사인 네오플과 (주)이스트소프트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연이어 제주로 본사를 이전해 단숨에 제주가 IT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했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공공 주도가 아닌 규모 있는 기업 하나가 새로운 산업을 발생시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다음카카오 제주 이전 10주년과 지역 경제 파급 효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다음카카오가 일으킨 생산 유발 효과는 1890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2705명에 달했다. 제주도는 이후에도 '투자유치촉진조례'와 '투자진흥지구'를 통해 기업 유치에 나섰고, 현재는 생명공학(BT) 분야 기업들도 제주로 본사를 이전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은 돈도 많이 낸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제주로 이전한 법인이 납부한 지방소득세는 1899억원으로 제주도 총세입(6860억원)의 27.7%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 첨단기술 집약형 제조산업

제주에 '한화 우주센터'도 들어선다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 4일 서귀포 남쪽 4㎞ 해상에서 중량 약 101㎏의 SAR위성 발사에 성공하는 모습. 한화시스템은 서귀포시 하원동에 조성되는 테크노캠퍼스에 1000억원을 들여 우주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제주도

"제주에서 기업 하기 좋아야 기업이 성과를 내고 도민 사회에 복지 혜택으로 돌아온다. 또 연관 산업 정책으로도 이어져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취임 직후인 2022년 9월 직원들 앞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특히 제주가 선도하는 풍력·태양광 재생에너지와 관련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기업 하기 좋은 제주'를 선언했다.

오 지사가 말한 신성장동력은 △그린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민간 우주 산업 △바이오 산업 등 '첨단 기술 집약형 제조업'이다. 이들 산업은 모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인데, 대한민국에서는 제주가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그린수소에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경우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생산 비율(전체 전력의 19.2%)을 자랑하고 있고, 관광도시 특성상 UAM 운임이 비싼 초기에도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로켓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우주 산업은 적도·공역·통제구역 문제에서 제주가 가장 자유로운 위치에 있으며, 생물 다양성이 필수인 바이오 산업 역시 제주는 9570종에 이르는 생물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비축 토지로 매입했지만 10여 년 동안 활용하지 못한 옛 탐라대 용지에 '하원테크노캠퍼스'를 조성해 1000억원 규모 한화 우주센터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향후 제주도는 서귀포시 혁신도시 토지(법환동 1666-4 일대)를 비롯해 혁신도시 내 클러스터 용지를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비축 토지'로 매입하기 위해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일대 21만㎡에는 총사업비 400억원을 들여 생약·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 에너지 등 기업이 입주할 '스마트그린산단'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투자진흥지구'와 '투자유치 촉진 조례'에서 만족하지 않고 올해 정부가 지정 예정인 '기회발전특구(취득세 면제·재산세 최장 10년 감면)'까지 획득해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제주를 찾게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5년간 2145억원(국비 1500억원, 지방비 645억원)을 투입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을 추진, 신산업 관련 기업들이 원하는 양질의 인재를 수급하기로 했다.

[제주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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