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탄소 흡수량’ 첫 판매…강원 인제 군유림 가보니[현장에서]

최승현 기자 2024. 3. 31. 1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ESG 경영 기조로 거래 활성화
개인·지자체 등도 탄소 거래 확대
인제군, 1년여간 5천만원 수익 내
지난 27일 강원 인제군 서화면 대암산 줄기의 끝자락에 있는 야산 일대에서 한 지역 주민이 능선 너머에 있는 군유림을 가리키고 있다. 최승현 기자

개인 산주 등이 사회공헌을 위해 가꿔온 산림의 탄소 흡수량에 대한 거래가 본격화되면서 공유림(公有林)의 흡수량을 기업 등에 판매해 수익을 올린 지방자치단체가 처음 등장했다. 산링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산림 탄소상쇄제도’를 도입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지난 27일 오후 찾은 접경 지역인 강원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산144~145번지 일대 야산. 좁다란 마을 길을 따라 어렵사리 들어간 이곳엔 수령 50년 이상의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람사르 협약 국내 1호 습지이자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인 ‘용늪’이 있는 대암산 줄기 끝자락 천연림 지대다. 지역 주민인 이모씨(56)는 “울창한 산림이 대암산 줄기를 따라 드넓게 펼쳐져 있어 이곳의 공기는 다른 곳보다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31일 인제군에 따르면 군은 6년 전 이 일대의 군유림 55㏊에 자생하는 나무에 대해 벌채해 이용할 수 있는 나이(벌기령)를 연장했다. 산주나 공공기관, 자치단체 등은 조림·식생복구로 벌기령을 연장하면서 추가로 확보한 ‘탄소 흡수량’을 정부로부터 인증받아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인제군은 추가 탄소 흡수량 4249t을 인증받아 이 가운데 3078t을 기업 등에 판매했고, 5078만원의 첫 수익을 올렸다. 현재 산림 탄소 흡수량의 판매 단가는 t당 1만 6500원가량이다.

인제군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산림 탄소상쇄제도를 활용해 산림의 탄소 흡수량을 판매한 것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사업장이 탄소 배출량 확보를 위해 사들이는 ‘탄소 배출권’과 달리 이 같은 산림 탄소상쇄제도를 통해 확보한 탄소 흡수량은 친환경 경영 실적에 반영된다. 탄소 배출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인제군은 2014년부터 벌기령 연장과 재조림 사업에 착수, 서화면 55㏊를 비롯해 기린면 59㏊ 등 6곳의 군유림 1669㏊를 산림 탄소등록부에 거래형으로 등록했다. 향후 20~30년에 걸쳐 서화면 55㏊를 제외한 나머지 5곳 1614㏊에 대한 모니터링과 검증 절차를 거쳐 추가로 확보한 산림 탄소 흡수량을 판매하면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산림 탄소상쇄사업 지원 규모. 한국임업진흥원 제공

한국임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산림 탄소등록부에 등록된 누적 면적은 5만4685㏊(617건)에 달한다. 또 같은 기간에 인증된 8만7554t의 산림 탄소 흡수량 가운데 18.5%인 1만6186t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산림 탄소 흡수량을 인증받은 주체는 개인 산주 20여 명을 비롯해 자치단체 7곳, 공공기관 4곳, 기업 4곳 등이다.

소순진 한국임업진흥원 산림탄소인증실장은 “최근 기업들의 ESG(사회·환경·지배구조 개선) 경영 기조가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르면서 ‘산림 탄소상쇄제도’를 통한 탄소 흡수량 거래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약 2년 전부터 거래량이 많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매년 3억원을 들여 제도 지원 사업 참여자를 모집하는데 건별로 신청자에게 사업계획서 작성 비용 명목으로 최대 1000만 원(최소 자부담 50%)을 지원한다. 기존에 등록된 사업자에겐 모니터링(1400만 원)과 검증(500만 원) 비용도 지급한다.

그러나 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은 “사업 초기 6년간은 정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 줬으나 2019년부터 자부담이 생겨 사업 확대 여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비용 부담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을 맞추려면 최소 30~50㏊ 규모의 살림 등록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소규모 산림 소유자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임업진흥원 관계자는 “산림청 등 관계부처에 건의해 산림 탄소상쇄제도 지원사업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