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조장하던 '살림남'을 거짓말처럼 바꿔놓은 트로트 왕자 박서진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4. 3. 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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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림남’이 이렇게 달라졌어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번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싱가포르 여행' 편에 대한 지적을 했다. 사실 지적도 애정이 남아 있어서다. MBC가 과거 좋은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나. 공익 예능 <느낌표>,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도 있었고 청소년들에게 아침밥을 해주는 코너도, 또 시각 장애인에게 시력을 찾아주는 '눈을 떠요'도 있었다. 이 코너로 인해 무려 23명이 빛을 찾았지 않나. '산 넘고 물 건너'는 연예인들이 오지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무료로 건강진료를 해드리는 내용이었고.

그랬던 MBC가 허구한 날 폭식 먹방이나 찍어대니 한숨이 나올 밖에. 솜씨 좋은 이영자, 이국주, 자기들끼리 질리도록 폭식을 할 일이 아니라 두 사람의 손맛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 요리해서 나눠드리고 같이 먹고 오면 좀 좋으리. 어쨌거나 아무리 봐도 답이 없어 보이는지라 앞으로는 <전지적 참견 시점>을 입에 올리지 않게 될 것 같다.

KBS <살림하는 남자들 2>도 같은 경우였다. 소귀에 경 읽기란 생각에 그간 통 언급을 안 했던 것. <살림하는 남자들>이 2016년에 시작됐는데 그 당시만 해도 요리 잘 하는 남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백종원, 에릭, 차승원 같은 실력자들이 방송에 나와 요리 솜씨를 선보이면서 점차 남자들도 음식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나. 부쩍 늘기 시작한 유튜브 요리 영상들도 한 몫을 했을 테고. 그러면서 세상이 천지개벽을 한 듯이 달라졌다. 그러나 웬걸, <살림하는 남자들>만 여전히 딴 세상을 사는 중이다. 살림 안 하는 남자들이 나오는 <살림남>이라니.

대표적인 출연자로 이천수, 현진영, 최경환, 하나 같이 엉덩이가 무거운 것이 살림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아내에게 험한 소리나 해대고 쓸데없는 갈등을 만드는 통에 밤낮 없이 일촉즉발, 정말이지 보기 불편했다.

현진영은 아내가 마지막으로 시험관 시술을 한다는데 협조를 통 안 한다. 의사가 술 담배를 끊으라고 권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러다 급기야 '그러게 누가 하랬느냐'고 오히려 다그치기까지. 그런 걸 시청자가 왜 봐야 하는지 원. 최경환 네는 아들 다섯, 다둥이 가족인데 아내 박여원이 여섯 번째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대출이다 주식이다,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보이고 무엇보다 최경환이 워낙 일머리가 없는지라 살림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낫고 싶단다. 아마도 설정이겠지?

그랬던 <살림남>이 지난 1월 트로트 가수 박서진 출연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일변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니라 '우리 살림남이 달라졌어요'다. 박서진은 가정의 크고 작은 부분을 두루 세심히 챙긴다는 점에서 진정한 살림남이다. 부모님을 위해 건어물 가게를 열어드렸는데 초기 인테리어를 본인이 직접 했단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한참 선배인 스튜디오의 김지혜에게도 할 말 다하는 배짱까지 지녔다. 그렇다고 무례한 건 아니고. 예능감으로는 동생 효정이 한 수 위다. 자꾸 자꾸 보고 싶어지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남매다.

그리고 지난 13일에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들이 출연했다. 신곡 'BODY'(바디) 홍보 차 총 출동했지 싶은데 인상적이었던 건 이기광이 분리수거에 진심이라는 점과 손동운을 제외한 윤두준, 이기광, 양요섭, 세 멤버가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윤두준은 아예 차를 팔았다고 하고 양요섭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단다. 예능에서 슈퍼카, 캠핑카 내세우고 트랜드가 어쩌네 한강뷰가 어쩌네 자랑하는 장면들을 많이 봐오다가 이처럼 속 깊은 사람들을 만나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이라이트 멤버들도 고정이면 좋겠다.

아울러 배우 이태곤이 고정 멤버로 합류했다. 요리 실력이야 일찌감치 채널A <도시 어부>에서 증명한 바 있고 혼자 산 경력이 한참 되는지라 모든 면에서 선수 급이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지금까지는 억지스런 갈등 설정이 전혀 없어서 좋았다. 박서진으로부터 시작된 <살림남>의 긍정적인 변화, 앞으로 쭉 계속될까?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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