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서 ‘달팽이 크림’ 빼돌리고 상습 도박한 부사관…“징계는 위법” 소송

노기섭 기자 2024. 3. 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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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해병대 하사로 임관한 A 씨는 2018년부터 수도권 부대에서 매점(PX) 관리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A 씨는 과거에 받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해병대사령부에 항고했고, 지난해 5월 기각되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행정1-2부(부장 소병진)는 A 씨가 해병대 모 부대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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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징계처분 취소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
“비난 가능성 작지 않아…징계양정 기준에도 부합”
법정 내부에 설치된 법원 상징물. 연합뉴스 자료 사진

1990년대 중반 해병대 하사로 임관한 A 씨는 2018년부터 수도권 부대에서 매점(PX) 관리관으로 일했다. 그는 2019년 3월부터 4월까지 PX 물품인 보습크림 10세트를 면장·부녀회장·어민회장 등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21만 원어치였다. 성당 신부와 교회 목사에게는 홍삼 제품 7만 원어치를 건넸다. 대대장인 B 중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A 씨가 나눠준 보습크림은 이른바 ‘달팽이 크림’으로 불린 화장품으로,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 장병들 사이에서 부모님이나 여자친구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선물로 나눠 준 화장품과 홍삼 제품 비용을 메우기 위해 부대 인근 식당 사장의 개인카드로 28만 원을 PX에서 결제했고, 이후 공금인 부대 상품관리비로 식당에 가서 같은 돈을 결제해 갚았다. A 씨는 식당에서 사용한 상품관리비는 "PX 관리병 격려비로 썼다"며 장부를 위조했다. 하지만 뒤늦게 이 같은 비위가 적발됐고, 그가 과거에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한 사실까지 함께 드러났다. A 씨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휴대전화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70여 차례나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800여만 원을 게임머니로 바꿔 홀짝을 맞추는 도박인 ‘파워볼’ 등 했다. 해병대 군인징계위원회는 2021년 8월 성실의무와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A 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했다.

그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상습도박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으며, 지난해 벌금 250만 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다만 업무상횡령 혐의는 선고유예로 선처를 받았다. 그러나 A 씨는 과거에 받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해병대사령부에 항고했고, 지난해 5월 기각되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법정에서 "당시 대대장이던 B 중령의 지시를 받고 상품관리비를 사용했고 장부에 허위 내용을 썼다"며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박도 후배의 대출금을 갚아주려고 한 것"이라며 "이미 형사처벌까지 받은 점을 고려하면 정직 1개월 징계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당시 대대장 지시로 비위를 저질렀더라도 징계는 가혹하지 않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법 행정1-2부(부장 소병진)는 A 씨가 해병대 모 부대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직 1개월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A 씨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A 씨의 비위 정도를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정직 1개월은 국방부 훈령인 징계양정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대장 지시에 따랐다는 A 씨 주장은 이미 징계 당시에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징계를 통해 확립할 군 기강의 가치는 A 씨가 받는 불이익보다 결코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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