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노사 단체협약에 ‘공정위 담합 딱지’ 붙이기

박태우 기자 2024. 3. 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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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 단체협약을 공정거래법 잣대로 '사업자'간 '담합'이라고 보려는 시도들이 늘면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회사와 단체교섭해 단체협약을 맺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데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 노조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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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노조-카카오 교섭 결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리운전노조 제공

노사간 단체협약을 공정거래법 잣대로 ‘사업자’간 ‘담합’이라고 보려는 시도들이 늘면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회사와 단체교섭해 단체협약을 맺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데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 노조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 사이의 단체교섭이 최근 결렬됐다. 카카오 노사는 지난 2022년 10월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대리요금 현실화, 호출취소 수수료 및 대기료 정책 등에 관한 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지난해 2월부터 교섭을 진행해왔다.

대리기사들은 승객이 지불한 ‘운임’에서 중개수수료를 제한 돈을 ‘보수’로 받는다. 승객요금과 중개수수료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다. 변동폭이 큰 보수의 최저선을 정하고, 고객 또는 회사 사정으로 배정된 호출이 취소되는 경우 ‘취소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카카오는 대리운전 ‘운임’에 대한 합의는 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근거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들었다. 결국 2월14일 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카카오는 한겨레에 “서비스 이용 가격(운임)은 노사가 일방적으로 협의하여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단체협약을 통해 서비스가격을 조정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위법 사항인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부당공동행위’는 ‘사업자’들이 이른바 ‘담합’을 통해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노사간 단체협약이 ‘담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노조의 요구는 운임이 아니라 적정한 ‘보수’ 책정 기준을 만들자는 것인데도 회사가 담합을 핑계 삼아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처럼 ‘보수’에 대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의 노동자에 해당하는 노무제공자들은 노조를 결성하는게 의미가 없어진다. 더욱이 노무제공자인 학습지교사·가전제품방문점검원 등으로 조직된 노조들은 이미 사실상의 임금에 해당하는 ‘수수료’ 지급에 대한 노사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오수영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장은 “학습지교사들은 수수료 등 수입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을 통해 논의하고 합의해왔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케어솔루션지회는 회사와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제품별 점검 수수료를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한다.

노사간 단체협약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노무제공자인 화물차주, 건설기계조종사 노조에 대한 제재 등을 강화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카카오의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조현주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정거래법이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단체교섭하는 노조를 ‘사업자단체’라고 볼 수도 없다”며 “공정거래법을 통해 노동자의 노동3권을 침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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