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반독점법' 도마 오른 애플…생태계 빗장 열릴까

윤현성 기자 2024. 3. 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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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무부, 애플 iOS·아이메시지·워치 등 전반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
웹브라우저 독점으로 분할 위기 처했던 MS…서비스 개방으로 합의
유럽서 폐쇄 생태계 깨진 애플…반독점법 철퇴에 추가 개방 가능성
[뮌헨=AP/뉴시스]독일 뮌헨의 한 애플스토어에 애플 로고가 전시돼있다. 2023.11.13.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미국 정부가 다른 플랫폼과 호환되지 않는 폐쇄 생태계를 고수해온 애플에게 '반독점법' 칼을 겨눴다. 미국 정부는 반독점법 소송을 통해 자국 내 독점기업들을 분할하거나, 독점 행위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등 '승리'한 전적이 많다. 이미 애플이 유럽에서 폐쇄 생태계 빗장을 열어젖힌 가운데 안방에서도 백기를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최근 애플이 부당한 독점 행위를 금지하는 '셔먼 반독점법' 제2조를 위반했다는 소송을 공식 제기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애플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64%라는 집계 결과를 내놨다. 이전에도 애플은 꾸준히 점유율 과반을 지켜왔다. 법무부는 이처럼 애플 아이폰이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면서도 iOS, 아이메시지, 애플워치, 애플페이 등 전반에 걸쳐 타사 서비스와의 연동을 제한해 공정한 경쟁을 막고 소비자들에게 독점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덜' 의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 방안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美 독점 대기업 사냥해온 셔먼법…웹브라우저 독점 노리던 MS도 '개방' 유도

애플 독점 생태계, 이미 유럽에서 깨졌다…안방 시장 미국서도 빗장 풀지 주목

[워싱턴=AP/뉴시스]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법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을 상대로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발표하고 있다. 2024.3.21.
지난 1890년 제정된 셔먼법은 지난 100여년 간 독점 행위를 자행한 자국 대기업을 사냥해 온 전적이 있다. '석유왕'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 미국 최고(最古)의 방송사 NBC를 기업분할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20세기 중후반부터 미 정부는 셔먼법으로 거대 IT기업들을 주로 겨냥해왔다. 미 정부의 반독점 철퇴를 맞은 가장 대표적인 IT기업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미 법무부는 지난 1998년 MS가 셔먼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MS는 윈도(Windows)를 무기로 PC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으나, 웹브라우저 시장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었다. 이에 MS는 경쟁사인 넷스케이프를 견제하기 위해 윈도우에 자사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무료로 끼워넣었다. PC 제조사들에게 윈도우 OS와 익스플로러를 기본 설치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다.

재판 결과 1심 법원은 MS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고 회사를 분할하라고 명령했다. MS는 항소 끝에 정부와 합의하며 기업분할을 피했다. 익스플로러를 강제 설치하는 정책을 철회하고 윈도에 경쟁사의 웹브라우저가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MS가 웹브라우저 독점 전략을 철회하고 급부상한 경쟁사들이 바로 구글과 애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독점법 소송의 결과로 1위 MS를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을 갖춘 경쟁사들이 뒤쫓을 수 있게 됐고, 후속 주자인 구글의 '크롬'이 익스플로러를 제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후 익스플로러의 지원이 종료되고 MS는 '엣지'라는 새로운 웹브라우저를 꺼내들어야만 했다.

업계에서는 MS의 사례가 이번 애플 반독점 소송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 정부가 자국 기업을 두둔하는 경우가 잦은 글로벌 경쟁과 달리, 반독점법 위반 행위는 미국 내수 시장의 경쟁과 그로 인한 혁신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유럽에서 애플의 독점적, 폐쇄적 생태계가 깨진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플은 유럽연합(EU)이 초강력 규제정책인 '디지털시장법(DMA)'를 본격 시행하자 앱스토어 독점 정책을 포기했다.

애플은 최근 진행한 iOS 17.4 이상 업데잍 이후 27개 EU 회원국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앱스토어 외 다른 앱마켓·홈페이지·블로그 등에서도 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애플의 주요 수익 중 하나인 최대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포기한 셈이다. 개발자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 없이 앱을 제공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앱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애플은 이용자들이 다른 앱마켓 플랫폼으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 지역에서만 앱스토어 내 앱 거래 수수료를 최대 17% 수준으로 인하하기도 했다.

애플이 독점 전략을 포기한 것은 DMA의 강력한 제재 때문이다. DMA는 애플을 비롯한 주요 빅테크 6곳을 게이트키퍼 기업으로 선정했다. DMA는 게이트키퍼 기업들이 타사 서비스 제한 및 자사 서비스 우대, 플랫폼 입점업체의 자체 홍보 금지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유럽 내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20%를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유럽연합(EU)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2024.03.13.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미국의 반독점법 또한 소송의 결과에 따라 애플을 사업 분야별로 기업분할하는 초강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애플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가 독점 논란의 원인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뛰어난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고, 애플 생태계 내 기기 간 연동성은 여타 서비스보다 훨씬 더 매끄럽다는 옹호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애플도 DMA나 반독점법을 근거로 각국 정부가 생태계 개방을 요구하자 이용자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 악성 프로그램 차단 등 자사의 보안 정책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미 법무부의 소송 제기 이후에도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소송은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우리 정체성과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한다. 만약 소송이 성공하면 사람들이 애플에서 기대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간 애플은 높은 시장 점유율과 고객 충성도로 독점 생태계를 고수하는 '콧대 높은' 모습을 보여왔다. 유럽, 미국 등 거대 시장의 정부가 애플의 사업 전략에 메스를 들이대는 가운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애플이 기존 정책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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