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보다 학교가 재밌어요"..엄마도 "학원비 줄여" 만족감

대구=유효송 기자 2024. 3.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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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구삼영초등학교 '늘봄학교' 맞춤형 교육 가보니
대구광역시 삼영초등학교 학생들이 늘봄학교 맞춤형프로그램 미술교실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유효송 기자

"그림 그리고 놀아서 재밌어요. 어제는 "니하오" 중국어도 배웠어요. 학원은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이 없는데 학교는 쉬는 시간도 있고 간식이 나와서 좋아요."

지난 26일 오후 1시 30분 대구광역시 북구 삼영초등학교 2층 교실에선 이달부터 시행 중인 '늘봄학교'의 초1 대상 맞춤형 프로그램 미술 수업이 한창이었다. 1학년 4반 권도율군(남)도 15명 남짓 친구들과 한 반에 모여 '마음 디퓨저'를 색칠하는 미술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권 군은 "책도 읽고 화장실도 갈 수 있고 기타도 친다"며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듣는 게 재밌다"고 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초1 누구나 정규 수업시간 전후로 학교에서 돌봄과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늘봄학교'가 전국 2741개교에서 시행된지 4주 째다. 늘봄학교는 원하는 학생에게 기존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더해 맞춤형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는 제도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돌볼 수 없어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 했지만, 늘봄학교를 통해 '돌봄 공백'을 메우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늘봄학교의 특징은 희망하는 모든 초1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후 2시간가량의 무료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삼영초도 초등학교 1학년 정규수업 시간은 오후 1시쯤 끝난다. 그러나 늘봄학교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희망하는 모든 1학년 학생들은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늘봄교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오후 3시 이후 하교하고 있다. 1학년 94명 가운데 62명(66%)이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초1의 학교생활 적응과 발달 단계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삼영초는 초2 학생까지 대상을 넓혔다. 학생들은 우쿨렐레와 영어 놀이, 오카리나, 공예, 보드게임, 책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학교에 배치된 늘봄인력은 총 5명으로 기간제 교원 1명과 늘봄전담사 3명, 학생관리와 하교 지원을 맡는 자원봉사자 1명 등이다.

기존 돌봄교실은 '늘봄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늘봄교실과 달리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에도 49개 강좌에 1002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교생이 597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 1명당 2개 남짓 듣고 있는 셈이다. 방과후교실 드럼 강좌에 참여 중이던 3학년 양시원 양은"드럼을 처음 배워 떨렸다"면서도 "학원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많이 풀린다"고 했다.

삼영초가 위치한 북구 사수동 일대는 번화가 없이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삼영초가 위치한 지역은 대구의 '섬'으로 불릴만큼 주요 인프라와 동떨어져 있다"며 "그동안 수요가 높았던 만큼 미리 늘봄학교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점심 시간 직후에도 삼영초 정문 앞엔 학생들을 데리러 온 태권도, 줄넘기 학원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에 늘봄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상당한 편이다. 삼영초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절감'을 늘봄학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학교 3학년, 1학년에 다니는 둘을 비롯해 중학교 1학년, 5살 막내까지 자녀 4명을 키우는 학부모 이주희 씨는 "1학년인 셋째가 입학 전에는 하교 후 학원을 2∼3개씩 다니도록 스케줄을 짜놨는데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원은 1개만 남기고 다 취소했다"며 "보내는 학원이 줄어든 것이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초2 자녀를 둔 학부모 안소향 씨는 "복직을 앞둔 상황에서 아이가 하교하면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다만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숙제'는 남아 있다. 공간 부족 문제다. 초등학교는 수업과 교사들의 연구가 교실에서 이뤄진다. 영어놀이가 진행됐던 늘봄교실은 1학년 4반 교실을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해당 학급 담임 교사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과밀학교는 여유 공간이 더 부족하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언급됐다. 강은희 대구광역시 교육감은 "앞으로 (2학기에) 전체로 확대되면 겸용 교실은 불가피할 것 같다"며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청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학교에서 100미터 이내 인근 여러 공공 기관 협약 준비해 지역 돌봄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늘봄학교는 심각한 저출산 위기를 맞이한 우리 사회가 꼭 성공시켜야 할 미래 지향"이라며 "늘봄학교가 빠르게 안착될 수 있도록 현장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어려운 문제는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왼쪽)과 강은희 대구광역시 교육감(오른쪽)이 초1,2 맞춤형 프로그램인 책놀이 수업에서 일일강사로 나섰다/사진=유효송 기자


대구=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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