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중 유리조각 눈에 들어갔지만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

CBS 오뜨밀 2024. 3. 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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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나경진 소방교

◇ 채선아> 10년 차쯤 되면 남한테 할 말이 생긴다.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밥 벌어 먹고사는 갖가지 생활 속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는 시간. <10년 차>!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온다." 소방관이라면 모두가 새기는 다짐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불길 속 물길 속을 주저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이죠.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 나경진 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나경진> 네 안녕하세요. 5년 차 소방관, 소방교 나경진이라고 합니다.

◇ 채선아> 일단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지신 것 자체가 박수 받을 직업이잖아요. 사실 본인이 가져야 하는 투철한 책임감, 사명감, 희생정신 이런 게 필요할 텐데 어떻게 소방관이 되셨는지 궁금해요.

◆ 나경진> 제가 투철한 사명감으로 했다기보다는 직업적으로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했어요. 예전에 직업 군인이었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 중에서는 소방관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화재 현장이나 구조 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도와드리다 보니까 오히려 없었던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생긴 케이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채선아> 소방관은 일상적으로 위험한 장소에 가기 때문에 가족들이 처음에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 나경진> 처음 소방관을 하겠다고 부모님한테 말씀을 드렸을 때 어머니는 반대를 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버지께서도 "소방관 위험하니까 다른 직업 해라" 말씀하실 정도로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근무하겠다고 말씀을 드려서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5년 동안 수많은 현장을 다녔을텐데 이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을 것 같아요.

◆ 나경진> 제가 1-2년 차쯤 됐을 때 아파트 화재 출동을 나갔는데요. 아파트 화재가 나면 저희 소방관들이 건물의 모든 층을 확인하고 다녀야 합니다. 그래서 계단을 통해서 이동하고 있는데 앞서 가시던 선임께서 제 손을 딱 잡더니 바닥으로 확 끌어당기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이러시지?'라고 했는데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다가 쓰러져 있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보조 호흡기를 씌워드리고 모시고 내려왔던 기억이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재 안전과 관련된 예방 업무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불이 났을 때 대피하는 요령들을 많이 알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화재 현장에서 구조 대상자분들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구조하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채선아> 그때 구하지 않았더라면,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위험했을 수 있으니까 내가 정말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구나 느끼셨을 것 같아요. 또 다른 경험도 있을까요?

◆ 나경진> 작년 가을-겨울쯤이었는데요. 자택에서 연탄불을 피워서 자살 시도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어요. 그때 문마다 다 잠가놓아서 제가 문을 4개 정도 파괴하고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유리창을 깨는 과정에서 제 눈으로 유리 조각이 좀 들어가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그래도 일단 구조대상자가 우선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구조하고 그 이후에 병원에 가서 진료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 채선아> 상처는 괜찮으신 건가요?

◆ 나경진> 작은 조각이 들어갔고 응급처치를 잘 받아서 아무런 이상 없었습니다.


◇ 채선아> 다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드는데요. 이렇게 일만 열심히 하시는 게 아니라 유튜브도 열심히 하고 계세요. <소방관 삼촌>이라는 채널을 운영 중인데요. 여기에 비비의 '밤양갱'을 패러디하면서 춤 추시는 영상도 있거든요.

◆ 나경진> 소방 업무와 관련된 홍보를 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우리나라 신고 번호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119, 112, 110, 3가지 번호가 있는데요. 단순 동물 신고, 그러니까 유기견, 길고양이, 새라던가 쥐처럼 위협이 되지 않는 일반적인 동물 같은 경우에는 110으로 신고하셔서 업무를 처리하시면 되고요.

사나운 들개나 사람한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뱀이라든가 멧돼지 같은 위협 동물 같은 경우에는 119로 신고를 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소방에서 일반적인 동물까지 출동을 나가게 되면 신고가 과중되면서 정작 중요한 출동을 나가야 될 때 출동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알리고 싶어서 제작하게 된 영상입니다.


◇ 채선아>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 나경진> 저는 청주에서 근무를 하는데요. 3년 전에 충주에서 근무하시는 김선태 주무관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딱딱하고 재미 없을 수 있는 지역 홍보 영상도 재밌게 만드시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소방 조직과 관련된 홍보 영상을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채선아> 예를 들어서 겨울철에 미끄럼 주의하라고 하면서 빙판길에서 슬릭백을 추시거든요. 이 영상이 SNS 'X'에서 350만 뷰가 넘었어요. 또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방화문을 보고 말하는 영상이 있는데요. "주민 여러분들 기왕이면 융통성이라는 좋은 단어를 사용하십시오. 걸리면 불법, 안 걸리면 합법 아닙니까"라는 얘기를 하시네요.


◆ 나경진> 영화 '서울의 밤'에서 황정민 님이 연기하신 전두광이라는 캐릭터 대사를 패러디한 영상이고요. 비상계단에는 짐을 적재하거나 비상구를 열어서 관리하게 되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굉장히 위험합니다. 영상을 보시면 비상계단에 자전거가 놓여져 있고 비상구가 닫히지 않게 줄로 묶어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피난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융통성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불법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 채선아> 비상구를 꼭 닫아야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해 주셨습니다. 이렇게까지 소방관이 유튜브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한데요? (웃음)


◆ 나경진> 소방 업무를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몰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영상 작업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편이고요. 영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 줄 때 뿌듯합니다.

◇ 채선아> 아무래도 앞서 말씀하신 '충주맨'같은 경우에는 홍보가 담당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만 소방관님은 이 업무를 맡으신 것도 아니잖아요.

◆ 나경진> 네. 저는 홍보 담당자는 아니고요. 일선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구조대원이었고 지금은 안전 교관을 하고 있는데요. 자기가 맡은 직책에 상관없이 저희 조직에 도움이 되는 업무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취미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재밌고 즐겁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담당자가 아니라 예산이 없다 보니까 섭외를 할 때도 그냥 커피 한잔 사주면서 영상 찍어요. "이런 거 좀 도와달라" 이런 식으로 부탁해서 많이 촬영하는 편이에요.

◇ 채선아> 현장에 나가서 사람을 구하기도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서 안전 지침을 알리는 모습으로 우리가 지켜야 되는 걸 전해주고 계신 건데요. 또 알리고 싶은 안전수칙이 있으실까요?

◆ 나경진> 소화기를 색소폰처럼 부는 영상이 있어요. 제가 소화기를 흔들고 있는데 사실 소화기를 흔들어서 관리하는 건 옛날 이야기거든요. 가압식 소화기, 축압식 소화기라고 해서 가압식 소화기는 흔들어서 관리해야 하지만 사실 이게 1999년 이후로 단종됐습니다.

◇ 채선아> 그러면 이제 안 흔들어도 되는 거예요?


◆ 나경진> 맞습니다. 소화기 관리하실 때 소화기에 달려 있는 압력계를 보시고 초록색 범위 중간에 바늘이 들어와 있으면 괜찮고, 범위 밖으로 벗어나 있으면 소화기를 폐기해 주셔야 되는데요. 소화기는 생활 폐기물로 처리되기 때문에 동사무소에서 스티커를 발급받으셔서 대형 폐기물로 처분을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채선아> 이렇게 트렌드와 엮어서 정보를 전달해 주시니까 기억에 더 오랫동안 남을 것 같아요. 이제 3월이 지나 4월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맘때 조심해야 되는 게 있을까요?

◆ 나경진> 날씨가 따뜻해지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밖으로 외출하는 경우가 많으신데요. 산을 많이 가십니다. 이렇게 해빙기라고 하는 기간에는 산에 있는 얼음이 녹고 또 요즘 봄비도 자주 오는데요. 비가 오게 되면 땅이 질척해지면서 많이 미끄럽습니다. 그래서 실족 사고가 많이 나요. 등산을 혼자 하실 때는 본인이 실족했을 때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호루라기 같은 거 하나 지참하시면 정말 좋을 것 같고요. 산악 위치 표지판이라고 해서 본인의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해 줄 수 있는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산악 위치 표지판의 존재를 알고 가시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좀 더 빠르게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채선아> 봄도 오고 꽃 구경하러 산에 가시는 분들도 많고 한데 혼자 가신다면 꼭 호루라기 챙기시고요. 만약 길을 잃거나 무슨 일이 생겼다면 주변에 이제 고유 번호를 꼭 확인하시라 이 말씀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 코너에 출연해주시는 분들에게 꼭 드리는 질문이 있어요.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하시겠습니까?

◆ 나경진> 네. 저는 소방관을 다시 하고 싶어요. 제가 소방관을 하면서 참 많이 후회한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여기서 체력이 조금 더 좋았다면, 여기서 내가 좀 더 구조 기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여기서 내가 다른 방법으로 구조를 시도했더라면 조금 더 안전하게 구조를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들이 있어서요. 다시 태어나서 소방관을 한다면 좀 더 체력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잘 갖춘 소방관이 되어서 더 멋지게 근무하고 싶은 마음에 저는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을 할 것 같습니다.

◇ 채선아> 감동이네요. 한 명의 시민으로서 감사하고 되게 든든하게 느껴져요.

◆ 나경진> 저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소방관들이라면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소방 조직 많이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만큼 저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소방관분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국민 여러분들께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더 도와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채선아>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근무시간에는 사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퇴근 후에는 유튜브에서 안전 정보 전해주고 계신 나경진 소방관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나경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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