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 체험기 "게이밍 기기로 사기엔 시기상조"

김영찬 기자 2024. 3. 3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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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컨트롤 방식, 낮은 배터리 용량, 콘텐츠 부족 등 개선점 산재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IT 기기를 하나 고르라면 단연 애플의 '비전 프로'일 것이다. 비전 프로는 애플의 에어팟에 이어 10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기기다. 

팀 쿡 애플 CEO는 비전 프로 공개 당시 공간 컴퓨팅을 강조했다. 공간 컴퓨팅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다. 공간 컴퓨팅은 제한된 화면에 구애받지 않고 가상과 실제 주변 환경, 신체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기술이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보면 토니 스타크가 작업실 허공에 스크린을 띄워놓고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면서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기술의 초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물론 기술 격차가 많이 나기도 하고 영화에 등장한 장면은  공간 컴퓨팅을 포함한 고도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기술이기 때문에 정확한 비유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기기를 뛰어넘어 영화에서나 보던 기술에 인류가 한걸음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기술에는 언제나 대중의 시선이 끌리기 마련이다. 비전 프로도 공개 당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온라인 사전 판매 이후 미국에서만 열흘 만에 20만 대가 판매됐으며 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 샘 알트먼 오픈AI CEO 등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비전 프로 소감을 남겼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비전 프로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과연 비전 프로로 어떤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비전 프로로 즐기는 게임을 얼마나 재밌을까"와 같은 궁금증이 떠올랐다. 하지만 400만 원이 훌쩍 넘는 기기값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낙심하던 찰나에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 비전 프로를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인의 지인이라 부탁하기 정말 어려웠으나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 봐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간곡히 부탁했다. 게이머로서 짧은 체험 시간 동안 체험한 비전 프로의 게이밍 성능은 어떤지 정리해 봤다.

 

■ 500만원 내고 입장했는데 게임이 없다

- 비전 프로 신스 라이더 플레이 모습[출처: 신스라이더 공식 유튜브]

새로운 OS 또는 플랫폼이 출시됐을 때 항상 겪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소프트웨어 부족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안드로이드와 iOS 역시 소프트웨어 부족 문제를 겪었다. 

비전 프로도 마찬가지다. 비전 프로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은 몰입형 VR 게임과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으로 나뉜다. 문제는 두 카테고리를 합쳐도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게임의 수가 너무나도 적다. 

특히 몰입형 VR 게임의 경우 비전 프로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제트팩 조이라이드2, 신스라이더, 후르츠 닌자, 와일드 플라워 등 매우 캐주얼한 게임 몇 가지가 전부다. PC와 비교하자면 윈도우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지뢰찾기 수준의 미니 게임인 셈이다.

모바일 게임은 아이패드에서 호환되는 일부 앱들이 있다. 이 역시도 대중적인 장르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이 대부분이다. 비전 프로 출시 후 호요 버스에서 붕괴: 스타레일 호환 버전을 공개하긴 했으나 이외에 메이저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긍정적인 점은 비전 프로를 만든 회사가 애플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스탯카운터에서 발표한 전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을 보면 2018년 iOS 점유율은 20.47%였다. 2023년에는 약 8%p 올라 28.99%를 기록했다.

특히 북미에서는 iOS가 안드로이드를 추월한지 오래다. 2011년 38%에 불과했던 iOS 점유율이 현재는 57.91%까지 올랐다. 요약하면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이 아이폰을 사용할 만큼 강력한 OS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후 지원이 보장돼 있다는 이야기다.

 

■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집고, 어려운 조작 방식

- 비전 프로로 플레이하는 붕괴: 스타레일[출처: Zachary Gonzalez 유튜브]

앞서 언급한 소프트웨어 부족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그러나 컨트롤 문제는 HMD 기기가 지니는 근본적인 하드웨어적 한계와 직결된다.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화면을 컨트롤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입력 또는 실행하고 싶은 지점으로 시선을 움직인 뒤 손 제스처로 선택, 확대, 축소하는 방식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앱을 실행하거나 인터넷 서칭, 동영상을 시청하는 정도라면 전혀 문제가 없으나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굉장히 힘들다. 유명 슈팅 게임인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한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캐릭터를 이동하려면 방향키 패드를 눈으로 보고 왼손으로 집는 제스처를 취한 뒤 상하좌우로 컨트롤해야 한다. 그다음 총을 쏘려면 이동과 동일하게 격발 버튼을 보고 오른손으로 집어서 컨트롤하면 된다.

익숙하지 않은 조작법임을 감안하더라도 실제로 조작해 보면 굉장히 어렵다. 시선과 손 제스처 등 순차적인 과정을 거쳐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 제스처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는 너무 어렵다[출처: 오목교 전자상가 유튜브]

기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멀티 터치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허공에 떠있는 가상 스크린을 적정 수준으로 축소한 뒤 앞으로 당겨서 직접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이다.

터치 방식을 이용하면 좀 더 원활하게 즐길 수 있으나 기존 스마트 기기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와 큰 차이점이 없다. 또한 지지대 없이 허공에서 양팔을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피로감도 높은 편이다.

전용 컨트롤러의 부재도 아쉬운 대목이다. PS VR, 메타 퀘스트 등 기존 VR 기기들은 전용 컨트롤러를 지원한다. 대중적인 FPS, RPG, 액션 게임들을 플레이하려면 높은 반응 속도와 정확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전 프로는 오로지 핸드 트래킹만으로 컨트롤해야 한다. 비전 프로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신스라이더나 후르츠 닌자를 플레이해 보면 불편함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손을 빨리 움직이면 게임 내에 오브젝트가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고, 상호작용 위치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 PC 게임은 생각보다 즐길만하다

비전 프로로 사이버펑크2077을 플레이하는 모습[출처: Wylsacom 유튜브]

VR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아닌 PC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어떨까. PC 게임은 비교적 원활한 환경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문라이트, 선샤인 등과 같은 원격 제어 프로그램으로 PC 게임 화면을 비전 프로로 송출해 즐길 수 있다. 

PC 화면을 원격으로 송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마우스와 키보드, 타사의 게임 패드를 PC와 연결한 채로 사용 가능하다. 플레이할 게임 사양에 맞는 데스크톱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앞서 설명한 VR, 모바일 게임보다는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원격 송출한 화면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확대, 축소가 가능해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혼합 현실 기능을 활용했을 때 몰입감이 대박이다. 혼합 현실 기능은 주변 배경을 송출된 화면과 유사한 배경으로 바꿔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데스티니가디언즈를 플레이하면 배경이 우주로 바뀌고, GTA5를 플레이하면 도심 배경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포비티드 렌더링 기능이다. 포비티드 렌더링은 사용자가 응시하는 부분만 풀 렌더링하고 주변은 흐릿하게 처리하는 기능이다. PC 게임 대부분이 체력, 미니맵과 같은 기본 UI를 화면 외각에 배치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정보 습득이 어려웠다. 

원격 제어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입력 지연 문제도 아쉽다.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할 때 기준으로 대략 5ms 입력 지연 시간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아닌 수치이긴 하나 FPS와 같이 핑과 반응속도가 중요한 게임에서는 꽤 체감이 됐다.

 

■ 아직은 시기상조, 추후 모델을 기대하자

총평하자면 비전 프로의 게이밍 성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게임을 위한 디바이스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컨트롤과 관련된 문제는 추가 컨트롤러를 도입해서라도 해결책이 필요하다.

배터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풀 충전 시 비전 프로 사용 시간은 대략 2시간 30분이다. 이는 동영상 시청, 웹서핑 등 비교적 배터리 사용량이 적은 앱 사용 기준이다. 게임의 경우 1시간가량 플레이 후 다시 충전해야 한다.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비전 프로 구입 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전용 배터리 겸 충전기와 보조 배터리를 항상 휴대해야 한다. 휴대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메타 퀘스트처럼 디바이스에 부착할 수 있는 형태라면 좋았겠지만, 선을 연결한 채로 손에 들고 있거나 주머니에 넣어야 해서 굉장히 불편하다.

긍정적인 점도 분명히 있다. 아직 초기 모델인 만큼 이후 모델에서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며,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소프트웨어 부족 문제도 시간이 지나고 대중화되면 해결 가능하다.

이미 애플은 차세대 종합 게이밍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어쌔신크리드 미라지, 데스 스트랜딩과 같은 트리플 A급 게임을 아이폰으로 출시했다. 향후 얼마나 많은 게임을 지원할지는 모르겠지만 비전 프로가 보급화되는 시점에는 PC 게임과의 경계가 허물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as765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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