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최초 상업해상풍력 `탐라`… 문제 딛고 사업성 키운다

최상현 2024. 3. 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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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를 가다
年 8만5000MW 발전·REC 생산
사업 초기 소음문제로 주민 반대
4000억 들여 72MW 확장 계획
최근 늘어난 '출력제어' 걸림돌
3월 28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단지 전경. [제주=최상현 기자]
탐라해상풍력 발전기 모습. [한국남동발전 제공]
탐라해상풍력단지에 경관조명이 밝혀진 모습. [한국남동발전 제공]

제주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10기의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 2017년 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 발전시설, 탐라해상풍력단지다.

제주 한경면 인근은 제주에서 제일 가는 '바람 맛집'이다. 풍력발전 시설을 세우기 가장 좋은 입지라는 얘기다. 탐라해상풍력단지 외에도 다른 발전소들이 설치한 풍력발전 시설도 여럿 있다.

지난 28일 찾은 제주는 제법 거센 바람에 비바람까지 몰아치고 있었다. 이런 날이 풍력발전이 원활한 날씨라고 한다. 다만 발전기 10기 중 4기는 낙뢰를 맞아 잠시 가동을 멈췄다. 이인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은 "일년에 2~3회 있는 사건인데 왜 하필 (취재진이 찾아온) 오늘인지 민망스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풍차는 9세기 경부터 인간과 함께 했다. 바람의 힘으로 톱니를 돌리거나 물을 퍼올려 곡식을 빻았다. 사람의 손으로 수천번 반복해야 할 작업을 하룻밤에 뚝딱 해치웠다. 증기기관이 출현하며 풍차의 입지는 쪼그라들었지만, 현대에 들어 청정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로 다시 태어났다.

탐라해상풍력단지는 한 기의 발전기가 3MW씩, 총 30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연간 약 8만5000MW를 발전하는데, 약 2만4000가구에 공급되는 양이다. 바람의 속력이 3m/s가 되면 시동이 걸리고, 12.5m/s에서 가장 높은 출력을 낸다. 태풍 등으로 바람이 25m/s를 넘어가면 가동을 멈춘다. 바람이 잘 드는 곳이라 6년간 가동률이 98.1%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해상풍력은 전기 외에도 REC를 생산한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의 약자다.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하기 위한 인증서다. REC는 직접 발전을 통해 생산할 수도 있고, 다른 사업자로부터 구매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전기를 화력발전으로 생산하는 한국남동발전은 탐라해상풍력단지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확충해 REC를 자급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종류에 따라 일정한 가중치를 받는다. 탐라해상풍력의 가중치는 2025년까지 2.5로 태양광(0.5~1.2)이나 육상풍력(1.2)에 비해 훨씬 높다. 출력은 30MW지만, 육상풍력 62.5MW에 해당하는 REC를 공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해상풍력이 생산하는 많은 양의 REC는 프로젝트 추진 단계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생산 전력(SMP)와 REC를 묶어 만든 수익모델로 사업성을 인정받아, 총 사업비 1650억원 가운데 80%인 1320억원을 금융업계에서 펀딩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해상풍력 사업인 만큼, 초기엔 주민 반대가 거셌다. 풍력발전에서 나오는 소음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몰랐다. 바다에 생계를 걸고 살아가는 어민들은 발전시설 설치 후 어업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남동발전의 지속적인 설득과 적절한 보상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지 9년만에 착공에 들어갔고, 2017년 9월부터 운전을 개시했다.

그로부터 6년 반. 다행히 풍차의 소음은 파도소리에 묻혔고, 발전 구조물 아래 이끼나 따개비 등 물고기의 먹잇감이 빼곡히 서식하게 되면서 어업자원도 풍부해졌다. 밤마다 바다를 밝히는 경관조명을 보러 한경면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카페와 숙박시설 등도 함께 들어섰다.

탐라해상풍력단지는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4000억원을 들여 72MW 설비를 추가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사업성을 인정받았고, 주민들도 이번에는 찬성하고 있다. 고춘희 제주 금등리 이장은 "예전에 걱정했던 파도소리나 어획량 감소 등의 문제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경관조명으로 동네 외관이 예뻐졌다"며 "주민 90%는 풍력발전 확장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는 '출력제어'는 걸림돌이다. 전력 계통이 버틸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전류량이 늘어나면 정전이 일어나는데, 출력제어는 이를 막기 위해 발전 설비를 멈추거나 발전량을 줄이는 것이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봄·가을철 전력 계통에 부하가 걸리는 빈도가 잦아졌고, 출력제어도 늘어났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출력제어 건수는 2022년 72번에서 지난해 90번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손실액을 따져보면 8억~9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운전을 시작한 어음풍력단지도 최근 한달 새 9번이나 되는 출력제어를 당했다. 이처럼 출력제어가 잦아지는 게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확장 프로젝트가 인허가를 받더라도 제대로 펀딩이 될지 모르겠다는 설명이다.

글·사진=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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