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소송’ 시민 96%, 약 50만명 참여…사상 최대 집단소송

김현수 기자 2024. 3. 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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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사무실 앞에서 지난해 11월22일 포항시민들이 ‘포항 지진 정신적 피해 배상 소송 현장 접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독자제공

경북 포항시민 96%가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는 31일 법원으로부터 받은 정보공개청구 회신자료를 바탕으로 지진 소송인단을 최종 집계한 결과 49만9881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범대본은 소송접수 마감 다음 날인 지난 20일 소송 참가자가 45만명이라고 잠정 발표했으나 그때보다 약 5만명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포항시 전체인구(지난 2월 기준 49만2663명)의 101.5%에 해당하는 숫자다.

모성은 범대본 의장은 “중복해서 소송을 냈거나 타지로 이주한 주민이 다른 법원에 신청한 경우 등을 고려하면 집계된 인원이 일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포항지진이 일어난 2017년 11월 기준으로 삼는데 당시 포항지역 주민등록인구는 51만9581명이다. 범대본이 집계한 지진 소송 참가자(49만9881명)는 당시 인구의 96%에 해당한다. 6년4개월간 이주·사망자 등을 고려하면 지진 발생 당시 포항에 거주했던 시민 대부분이 소송에 동참한 것으로 계산된다고 범대본은 말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사법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집단소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심 판결 기준으로 위자료 총액만 1조5000원에 달한다. 범대본은 법정 이자율을 포함하면 배상액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지난 21일 포항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제공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해 11월16일 지진피해를 본 포항시민 5만여명이 국가와 포스코·넥스지오 등 업체 5곳을 상대로 낸 지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1인당 200만∼300만원씩의 위자료를 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2017년 11월15일 규모 5.4 포항지진과 2018년 2월11일 규모 4.6 여진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는 300만원을, 두 지진 중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는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법원은 지열발전 사업으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다고 봤다.

1심 판결 이전 지진 소송에 참여한 사람은 5만6750명(포항지원 4만7850명·서울중앙지법 8900명)이다. 이후 시민이 대거 몰리면서 약 4개월 사이에 44만3131명(포항지원 37만2000명·서울중앙지법 7만1131명)이 추가로 참여했다.

이에 포항시 읍·면·동 창구에서 하루 평균 500~600건에 불과했던 주민등록초본 발급 건수도 1심 승소 판결 직후 하루 1만여건으로 폭증하기도 했다.

정부·포스코·범대본 등은 1심 판결 결과와 관련해 항소장을 냈다. 정부의 소송대리를 맡은 정부법무공단은 “대규모 국가사업 책임의 귀속과 범위, 배상액의 산정 방식 등 중요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어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정부가 지열발전사업에서 벌인 불법행위를 방조해 포항시민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법원의 판단을 반박하고 있다.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사업에는 참여했지만, 지진의 원인이 된 지하 천공 및 시추와는 무관한 분야를 담당했다는 것이다.

범대본은 배상 청구금액(100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300만원밖에 인정받지 못했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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