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잠자리 할래?”···절친에게 부인 제공(?)한 남자의 ‘비밀’ [생색(生色)]
[생색-24] 모두가 즐거운 파티시간이었습니다. 고기와 생선이 가득하고, 술도 모자람이 없었지요. 추운 날이었음에도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후끈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고된 노동의 연속이겠지만, 오늘만큼은 모두 잊자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거대한 모닥불 주위로 남녀 여럿이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취기와 열기가 뒤섞여 사람들의 얼굴이 불그스레 해질 무렵. 한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다가갑니다. 귀엣말을 전합니다. “당신 아내와 자고 싶소.” 아무리 취했다 하더라도, 남의 아내를 탐하다니. 남편의 주먹이 다른 사내 얼굴에 꽂힐 것 같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텐트로 간 남성의 부인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싱긋 웃더니 손을 잡고 다른 텐트로 들어갑니다. 요즘 말로는 스와핑, 점잖게 말하면 ‘아내 교환’이었지요.
이들뿐만 아니었습니다. 파티에 참여한 모두가 파트너를 교환한 채 잠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눈으로는 ‘난교’나 다름없었지요.
삼류 야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북극권 원주민을 뜻하는 ‘이누이트’ 사회에 대한 기록입니다(과거에는 ‘날것을 먹는 사람’이라는 멸칭으로 에스키모로 불렸습니다).
덴마크의 인류학자 버킷 스미스가 한 이누이트의 텐트에 도착합니다. 이누이트의 생활과 관습을 기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며칠간 머물렀을 때쯤, 텐트에 또 다른 손님 부부가 찾아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들은 크게 개의치 않은 듯 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집주인이 자기 아내를 손님에게 내어주고, 손님 역시 자기 아내를 그 집에 맡겼던 것이었습니다. 선물을 교환하듯 아내도 함께 바꾼 것이었지요. 이를 지켜본 버킷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에스키모는 낯선 사람들끼리 선물 교환을 통해 결연을 맺는다. 그중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은 자신의 ‘아내’다.”
그들의 마을로 눈을 돌려봅니다. 이누이트는 북극의 사람들입니다. 영하 30도 이하의 자연에서 억척스러운 삶을 일궜습니다. 동토의 설국에서는 사람간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낯선 사람과도 그렇습니다.
아내를 바꾼 뒤 각자 아이를 낳았을 때도 그 아이들은 형제와 같이 지냈습니다. ‘반반을 공유하는 동료’라고 서로를 불렀습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더라도 아내를 공유함으로써 자신과 가까운 ‘편’을 만든 것이지요. 아내를 바꾸면 바꿀수록 제 편이 늘어나는 셈이었으니까요.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끼리 아내 교환은 더욱 적극적으로 장려됐습니다. 이누이트의 한 가족에 방문해봅니다. 이 집 가장은 연어 낚시를 잘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가죽을 잘 닦지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가정에는 연어를 손질할 사람이 없습니다. 아내는 닦을 가죽이 없었지요.
현명한(?) 이누이트가 완전히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새 ‘아내’를 새로 맞이해 ‘낯선’ 피를 수혈(?)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누이트의 ‘아내 교환’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던 셈입니다.
쿨리나족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일부일처제를 거부합니다.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정액이 필요하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한 여인은 남성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갖지만, 전혀 비난받지 않습니다. 아이를 잉태할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믿음 덕분입니다. 쿨리나 족에게는 ‘한 아이-여러 아버지’의 개념이 굳게 자리합니다.
다시 한번 ‘사색’합니다. 비정상적인 성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기술이었음을. 어떤 난교에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ㅇ우리에게 에스키모로 알려진 이누이트는 ‘아내 교환’의 관습이 있었다.
ㅇ척박한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 낯선 타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함이었다.
ㅇ난교도 때로는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벌어지곤 했다.
<참고문헌>
ㅇ아서 J. 루벨, 북아메리카 북부 에스키모의 아내교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1961
ㅇ카밀라 파워, 성에 대한 인류학적 관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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