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하늘에는 ‘정말’ 생명체가 떠다닐까
기본 구조 유지…추가 분석 예정
고농도 황산으로 가득 찬 태양계 2번째 행성인 금성의 구름 속이 박테리아(세균)와 같은 미생물이 떠다니며 살 수 있는 조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근본 물질인 ‘아미노산’이 독한 황산에서도 기본 구조를 보존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금성 구름 속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시각이 나오는데, 여기에 힘을 싣는 분석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아스트로 바이올로지’를 통해 금성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황산 구름 속에서 미생물의 일종인 박테리아가 생존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금성 표면의 대기압은 지구 바닷속 900m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을 정도로 엄청나게 강하다. 표면 온도는 납을 녹이는 460도에 이른다.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반면 금성 표면에서 고도 48~60㎞까지 올라가면 기온은 약 60도까지 떨어지고 대기압은 지구와 비슷해진다.
그런데 우주과학계가 최근 각종 탐사장비로 관찰해보니 금성의 구름 군데군데에서 다른 곳보다 유독 어두운 반점이 떠다니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런 모습은 지구의 박테리아를 관찰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다.
하지만 이 반점이 진짜 박테리아일 가능성을 타진하려면 먼저 금성을 덮은 고농도 황산 구름 속에서 박테리아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연구진은 금성 구름과 비슷한 81~98% 농도의 황산을 준비했다. 그 다음 20개 종류의 아미노산을 4주간 접촉시켰다. 아미노산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대표 물질이다.
실험 결과, 20개 아미노산 가운데 19개의 아미노산이 고농도 황산 속에서도 기본 형태를 유지했다. 독한 황산 구름이 박테리아가 금성 하늘을 떠다니는 데 장애가 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연구진은 “금성의 구름에는 황산 외에도 미량의 다른 기체가 섞여 있다”며 “향후 이 같은 조건들을 고려해 추가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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