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덕에 학원 2개 줄여"…아이도 "공부 스트레스 날려"[르포]

김정현 기자 2024. 3.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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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삼영초등학교 '늘봄학교' 맞춤형 교육 둘러보니
"학원 여전히 가긴 하지만 예전보다 부담 크게 덜어"
학생들도 활기찬 반응…"가고 싶단 아이 말에 안심"
운영 초 기자재 구비 중…겸용교실 등 공간도 '숙제'
[대구=뉴시스] 지난 26일 대구삼영초등학교 늘봄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인 드럼 수업에서 강사 임영택 씨가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김정현 기자 = 지난 26일 오후 1시30분께 대구 북구 삼영초등학교 5층 음악실 바깥에선 드럼을 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 학교 늘봄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인 1~4학년 드럼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실엔 학생 1명이 드럼 세트 앞에 앉아 강사의 지도에 맞춰 드럼을 치고 있었다. 다른 4명은 연습용 드럼패드와 스틱을 들고 연습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10여명은 드럼이 없어서 책상에 앉아 기다리는 듯 했다.

학생들을 지도하던 방과후 강사 임영택 씨는 "드럼패드를 주문했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늘봄학교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되는 날이어서 아직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표정은 활기차 보였다. 취재진이 들어와 잠시 시선이 집중되고 법석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곧바로 임 강사 지도에 따라 스틱을 쥐고 드럼과 패드를 쳤다.

초등학교 3학년 양시원 양은 "드럼을 처음 배웠다"며 "처음엔 떨렸는데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엔 차를 타고 학원에 오가면서 기다리는 게 불편했지만, 학교를 마치고 바로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도 밝혔다.

[세종=뉴시스] 지난 26일 대구삼영초등학교 늘봄학교 미술활동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삼영초는 올해 3월부터 교육부 1학기 늘봄 2741개교 중 하나로 선정돼 신입생 무료 맞춤형 프로그램과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서 신입생 94명 중 81명(86.2%)이 참여를 희망했고 학교 측은 이들을 모두 수용했다. 지난해에는 1학년 127명 중 109명(85.8%)이 돌봄교실 또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교가 위치한 곳은 대구 북구 사수동 금호신도시다. 대구의 대표 학군지로 알려진 수성구 범어동과는 차로 20분 넘게 걸리는 거리임에도 학교를 찾은 오후 1시께 교문 앞에 노란색 학원차가 5대 이상 서 있었다.

늘봄학교 도입 이전 초등학교 1학년 정규 수업은 통상 오후 1시에 끝났다. 이 학교도 방과 후 과정은 유료였고, 돌봄교실은 맞벌이 부부나 취약계층에 우선권을 줬다. 탈락한 학부모는 별 수 없이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전보다 자녀 학원을 많이 줄였다고 전했다. 학교라서 안전하고 자녀가 좋아해 안심된다는 반응이다.

네 아이를 기르는 학부모 이주희(38)씨는 이 학교에 3학년인 둘째와 1학년인 셋째를 보내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씨는 "셋째 입학 전에 학원을 2~3개씩 넣어서 하교 후 스케줄을 짜 놨었다"면서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한다 해서 1개만 남기고 다 취소했다"고 전했다.

[대구=뉴시스] 지난 26일 대구삼영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서 진행된 초등학교 1학년 맞춤형 프로그램 '놀이영어' 참관 수업 도중 학생들이 문제를 맞히기 위해 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학년과 6학년 자녀 학부모 이경주씨는 "한편으로는 부모 마음에서 아이가 힘들어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는데 아이가 늘봄교실을 너무 좋아하고 '가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어서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는 초등 1학년 신입생을 위해 2시간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학습과 교육, 보육에 초점을 두지 않고 예체능과 또래 관계 맺기와 같은 심리·정서 활동을 주로 편성하기로 했다.

이날 2층 '늘봄교실4'에서도 신입생 무료 맞춤형 프로그램인 '영어놀이'에 학생 9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TV에 띄워진 그림을 보고 물건이나 동물의 개수를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팀을 나눠 앉아 문제가 나오면 손을 들고 먼저 말하려고 겨뤘다. 답을 맞히면 선생님은 칠판에 칭찬 스티커를 붙여 줬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영어를 배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수업은 학원에서 배우듯 진지하게 책을 펴놓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간단한 영어를 배우며 또래들과 친해지는 데 초점을 둔 듯 했다.

1학년 박지연 양은 "재미있고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게 좋아요"라고 답했다. 박 양은 2반이었지만 같은 학교의 다른 학급 1학년 또래 친구들까지 모여 9명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다.

늘봄학교의 여전한 숙제는 교사들의 업무 환경이다.

초등학교 교실 문 위엔 '몇 학년 몇 반'과 같은 팻말이 있게 마련이다. 앞서 영어놀이가 진행됐던 '늘봄교실4' 입구에는 '1-4(1학년 4반)'이라는 팻말이 함께 붙어 있었다. 늘봄학교 겸용교실이라는 의미다.

이 교실의 경우 오전에는 다른 담임 교사가 쓰는 학급 교실로 쓰다 오후 1시부터는 늘봄교실로 전환된다.

본래 초등교사는 담임제라 자기 교실이 곧 사무 공간이기도 하지만, 겸용교실로 쓰이는 경우 해당 학급 담임 교사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대구=뉴시스] 지난 26일 대구삼영초등학교 늘봄학교 수업 시연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2층 복도엔 1학년 교사연구실이 있었다. 대구삼영초는 늘봄교실을 총 5개실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2개가 본래 학급 교실인 겸용교실이다.

열린 문 안으로 들여다 보니 교사 2명이 있었다. 공간은 교실만큼 넓어 보이진 않았지만 프린터 복합기와 책상 등 사무공간은 어느 정도 갖춘 듯 보였다.

이처럼 공간과 인력,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갖춰야 할 기자재가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학교와 교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늘봄학교 업무 전담을 위해 조기 배치된 기간제 정임선 교사는 "처음에는 업무 부담감을 느끼고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3월 중순부터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정 교사는 "아이들이 즐겁게 교실에서 생활하고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부담을 더는 모습을 보면서 담당자로서 홍보가 더 잘 이뤄져서 늘봄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늘봄도 보육과 학교 교육이 함께 좀 더 원활하게 이뤄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오석환 교육부 차관(왼쪽)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지난 26일 대구삼영초등학교에서 열린 늘봄학교 독서놀이 일일 강사로 참여해 동화구연을 하는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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